요정이 있는 정원
코다마 유키 지음, 강소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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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코다마 유키라고 하면 <언덕길의 아폴론>이 바로 떠오릅니다.

영화를 먼저 보고 만화를 읽었는데, 영화에서 느꼈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가 평면의 만화에서도 잘 느껴져서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새로운 작품을 못 봤는데 이번에 단편집이 출간되었네요. 그것도 <보석 상자>라는 단편집과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되었습니다. 기대평 이벤트로 알게 되었는데 시리즈라는 부담이 없고, 이 만화가가 또 어떤 이야기를 그렸을지 궁금해서 읽어보았습니다.



표지에 앉아 있는 묘한 느낌의 소년만 봤을 땐 몰랐는데, 책을 읽고 보니 이 소년... 블루베리를 먹고 있는 거였어요! 그렇습니다. 이 소년이 요정이었습니다. 집 안에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온 루나의 눈에 띈 작은 생명체- 그런데 엄마 아빠와 언니에게는 보이지 않습니다. 루나의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식구들, 그리고 요정이 살고 있는 중정을 없애고 바닥 공사를 하려는 엄마에게 화가 난 루나는 요정을 데리고 집을 나가버립니다. 요정의 집이 없어질까봐 진심으로 속상해하는 루나, 루나를 달래는 요정이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이 참 사랑스러웠어요.



그리고 루나를 찾아 헤매는 엄마에게 일어난 일- 이것은 놀라운 반전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네 명의 요정이 등장합니다. 그 중 유일한 여자 요정이 너무 이뻐서 꼭 소개하고 싶어요. 학교에서 따돌림을 겪고 집에서 나가지 않는 학생 도모키는 어느 날 베란다에서 요정을 발견합니다. 숲에서 신기한 물건에 접근했다가 모르는 곳까지 옮겨져 와버렸다는 요정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도모키는 이 요정 덕분에 집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단단해지고 한 발짝 나아가는 성장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는 사람들이 요정의 존재를 알게 된 이유를 그린 이야기를 수록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생사의 경계에 놓인 여성 앞에 나타만 요정 일행- 이 여성은 어떻게 요정을 볼 수 있었을까요? 잠시 특별한 존재가 되었던 그녀가 겪은 신비한 경험, 이것이 요정을 그린 그림책 시리즈의 시작이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그들을 잊지 않으려는 듯 그녀의 머리 속에 남은 기억을 그려낸 그림책이 사람들에게 퍼지면서 요정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었죠. 

"내 그림책은 전부 당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였어요."라고 말하는,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죽음을 눈앞에 둔 여성이 요정에게 진심을 고백하는 장면은 너무나 가슴이 벅찹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더더욱 신비롭게 흘러가죠~



이 책에 등장하는 '요정'은 사랑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거나 어린 아이에게만 보인다는 설정으로,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저마다의 관계를 맺으며 동심과 감성을 자극합니다. 


평소 감성적인 이야기를 좋아하고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본 그림체보다 훨씬 예뻐져서 딱 제 취향의 순정 만화를 만난 기분이에요~ 여성 만화 잡지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니 그림 실력이 느는 건 당연하겠지만, 자기 색을 담은 이야기를 많이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단순한 메르헨 판타지라기보다는 요정과 사람이 만난 후 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성장시키거나 소중한 사랑에 눈을 뜨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 참 좋았어요. 저도 이런 존재를 만나서 신비한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더라고요 ㅎㅎ 

이쁘고 상냥한- 감성적이고 순수한 만화를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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