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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집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9
손석춘 지음 / 들녘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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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름다운 집]에는 숨겨진 우리 역사의 비밀들로 가득하다. 때문에 이 소설에서 던지는 메시지는 너무나 강렬하다. 그리고 한 사회주의자의 삶은 처절하다. 그가 바라던 이상과 그가 살았던 현실의 괴리감 속에서 그는 절망한다. 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열정은 지독할 정도로 아름답다. 사분오열 권력욕으로 가득 찬 정치판과 온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하며 역사를 오도해온 떠벌이 언론 앞에서 걸판지게 벌어지는 한판 씻김굿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진실이라는 기둥을 세워 아름다운 집을 짓고자 했던 주인공 이진선의 삶은 오늘, 우리에게 너무나 절박하게 와닿는다. '김정일 동지에게' 보내는 편지와 '아직 오지 않은 당신'에게 띄우는 그의 유고에는 지은이의 절절한 염원이 담뿍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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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연의 - 상 - 강은 흐를수록 깊어진다
정인생 지음, 장순용 옮김 / 들녘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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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양사상의 정점 가운데 하나인 공자의 일생을 그린 <공자연의>는 공자를 다룬 중국 최초의 소설로, 중국에서는 공자 연구서로도 각광받고 있는 책이다. 비록 연의(소설)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어느 한 구석도 꾸며내지 않고 여러 고서들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쓴 책이기 때문에 공자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공자가어>, <사기>의 [공자세가]와 [중니제자열전] 그리고 여러 제자백가서에 나오는 공자 관련 기록들을 폭넓게 참조하여 사상가로서 공자의 모습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것이다.

도덕과 규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공자가 최근 들어 대중의 새로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종래처럼 딱딱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흥미와 재미를 앞세운 책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는가 하면 TV의 '공자 강의'는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충분히 넓은 시각을 확보하지 못한 채 공자의 언행에서 한 모퉁이만을 놓고 균형 잃은 해석으로 사람들이 몰리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다.

공자의 사상은 <논어>로 대표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사상은 그의 일생 전체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사상가 한 사람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저술만이 아니라 그 행적까지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공자연의>에는 공자의 출생과 성장, 그리고 노나라에서의 정치 참여와 좌절, 열국을 주유하며 겪는 역경과 고난이 자료가 허용하는 대로 담겨져 있다. 그리고 자료의 울타리를 벗어나 인간적 해석으로서 '연의'를 덧붙였기 때문에 독자들이 소설 보듯 쉽고 재미있게 읽는 가운데 공자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 해석이 상식의 범위를 지키고 자료에 배치되는 선을 넘지 않는 까닭에 그 모습이 일그러진 것이 아님을 믿을 수 있다. 또한 <공자연의>에는 공자가 살던 춘추시대 말기의 시대 상황과 공자 문하 여러 제자의 행적까지 그려져 있어 공자 사상의 배경과 공자의 인간적 고뇌까지 살펴볼 수 있다.

공자가 살던 시대는 춘추시대의 천하질서가 무너지며 약육강식의 전국시대가 예고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제후(천자를 명목상으로 받들던 각국의 왕)들이 천자의 눈치를 살필 것 없이 세력 확장에 급급하고, 제후국 안에서는 대부(제후 밑에서 각 지역의 영주로 군림하던 고급 귀족)들이 힘을 키워 제후의 권위를 넘보는 일이 이 무렵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공자의 조국 노魯나라는 인근의 제齊나라나 진晉나라보다 세력이 약해 침략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더욱이 맹손씨孟孫氏, 숙손씨叔孫氏, 계손씨季孫氏 등 대부들이 국내의 실권을 장악해 군주의 위엄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이렇게 혼란한 때 위태로운 곳에 태어난 공자는 예악禮樂과 인의仁義를 비교적 중시했던 지나간 시대의 도덕정치를 그리워했다. 상고시대의 성인들은 이런 도덕정치를 완벽하게 실행했을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이것을 당대에 재현하는 것을, 현실의 문제점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정치의 궁극적 이상으로 삼은 공자는 14년 동안 제후국들을 돌아다니며 이상의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공자는 각국의 당시 현실정치를 비판하고 군주를 설득하려 온갖 애를 썼지만 그의 정치적 이상은 어디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의 제후들은 하나같이 국력을 키워 패자覇者가 되는 길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공자의 도덕정치를 수용하려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만년의 공자는 제자를 키우는 일에 더욱 정성을 모으게 된다.

<공자연의>는 안회, 자공, 자로, 자화 등 공자 문하의 제자들과 각국의 장수들, 주요 사건 등과 관련하여 공자가 어떤 말,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를 보여줌으로써 공자의 일관된 생각을 보여준다. 각국을 돌아다니며 겪는 온갖 수난,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약속하는 반란세력들의 거듭된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꿋꿋하게 도道를 지키는 공자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한 성인聖人이 아니라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갈등 속의 지식인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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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패자 1부 1 - 풍림화산의 깃발
이자와 모토히코 지음, 양억관 옮김 / 들녘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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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부 7권, 2천5백여 쪽 분량이라면 역사소설로도 짧은 편은 아니지만 <야망 패자>의 서술은 매우 간결하다. 80년대 일본 독자들이 소일거리를 전처럼 아쉬워하지 않게 된 탓도 있겠지만, 소설-영화-드라마를 불문하고 역사물이 범람해 온 일본에서 독자들이 소설을 위한 소설보다 실제 역사를 보여주는 교양물로서의 역사소설 쪽으로 기울어진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야망 패자>는 앞 시기 일본 역사소설들에 비해 등장 인물들 사이의 복잡미묘한 심리관계를 천착하기보다 시대변화의 거시적 지표를 담는 데 치중했다. 가장 중요한 인물인 신겐과 간스케 사이의 관계만 해도 그렇다. 간스케는 다케다 집안의 대를 이은 가신이 아니라 자신의 경륜을 펼치기 위해 신겐을 선택해 주군으로 모신 인물이었다. 영주들은 한없이 격해지는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해 천하의 인재를 가리지 않고 등용하게 되고, 가신으로서의 뿌리를 가지지 않은 이 인재들이 천하통일의 새로운 이념을 제기하고 나서는 시대변화가 두 군신의 관계 위에 투영되어 있다.

전쟁이 주된 소재이지만 전쟁이 싸움터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진리가 이 소설에서는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광산을 개발하고 홍수를 방비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상적인 사업들이 숨가쁜 전투행위 못지않은 박진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저자가 당시의 시대상황을 넓고 깊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읽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센코쿠 말기의 일본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야망 패자>는 뛰어난 역사소설이다.

<야망 패자>는 1부 '풍림화산의 깃발'과 2부 '쾌도난마의 깃발'로 이루어져 있고 1부는 다케다 신겐, 2부는 오다 노부나가의 면모와 패업의 추구 과정, 그리고 대결과 승패의 시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내 편과 네 편, 선과 악 사이의 2분법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야망 패자}는 불확실성의 시대 독자들의 취향이 투영된 소설이다. 등장 인물들의 움직임은 도덕적 기준이나 불굴의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향과 주어진 상황이 마주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가장 정의를 중시하는 인물 우에스기 겐신의 경우에도 그 도덕성이 독립된 힘을 가진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성향에 뒷받침되고 상황에 따라 제한되는 모습을 그린 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간스케가 자신을 대나무 아닌 소나무에 비유하는 데서도 이 소설의 사실주의적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곧고 단단하지만 칼을 맞으면 깨끗이 동강나 버리는 대나무보다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칼을 맞으면 끈끈한 진액으로 그 칼날을 더럽히기라도 하는 소나무의 성정을 내세운 것이다. 손쉬운 양자택일의 길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을 보이는 인간에게 저자가 베푸는 애정은 명쾌한 아이덴티티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승리는 5할의 승리, 즉 신승(辛勝)이며, 그 다음은 7할의 승리, 즉 낙승(樂勝)이다. 10할의 승리, 즉 완승(完勝)은 패배보다 못한 승리다. 신승은 용기를 낳고 낙승은 게으름을 낳으며 완승은 교만을 낳기 때문이다. 10할의 승리에는 10할의 패배가 뒤따를 수 있지만 5할의 승리 뒤에는 패배하더라도 5할 선에서 수습할 수 있다.'

신겐의 이 말은 이 소설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는 상식 밖의 교훈 중의 하나다. 인간은 누구나 완성을 추구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과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절실하게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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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 슈
윤재웅 지음 / 그림같은세상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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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구 슈>는 동화 형식으로 쓰여진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 비록 이율배반적이지만, 작가는 단순하고 평이한 동화 문체를 통해 삶에 대한 성찰과 깨우침을 불러일으키는 힘을 얻는다. 즉 작가는 우리가 그려놓은 삶의 무미건조한 밑그림 위에 서서, 살아 꿈틀대는 메시지를 전해주려 한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말을 하지 않은 자폐아(다부)가 병아리 친구(슈)를 만나면서 둘만의 대화, 즉 '영혼의 말'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다부는 그토록 단단했던 자신만의 껍데기를 서서히 벗겨내고 세상으로 향하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자폐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부작용의 산물이다. 특히 도시라는 단단한 철골 구조에 갇힌 채 삶을 꾸려가야 하는 현대인들은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불안해한다. 이 책의 주인공 다부는 결코 단순한 자폐아가 아니다. 다부는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는 우리의 뒷모습이자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모든 이들의 상징인 것이다.

<내친구 슈>에 나오는 다부와 슈의 꿈은 사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체계적인 치료과정을 밟지 않은 다부가 보통 사람들처럼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나, 병아리 슈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이처럼 겉으론 무모해 보이지만 다부와 슈는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삶의 어려움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피나는 노력 끝에 마침내 슈는 하늘을 날고, 다부는 말문을 트게 된다.

<내친구 슈>의 내면에는 생명의 본성을 찾는 일의 미덕에 대한 주제가 깔려 있다. 그와 더불어 자유, 속박, 본성, 모험, 좌절, 우정, 용기, 사랑, 약속, 그리고 꿈과 희망 등의 주제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다가온다. 작가의 환상적인 상상력이 돋보이는 <내친구 슈>는 잔잔한 감동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도 높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자기 정체성의 시련을 겪는 중·고등학생들, 일반 젊은이들 및 자녀를 둔 모든 부모들이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우정과 가족간의 사랑이 삶에 있어서 얼마나 절실한 가치인지를 새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내친구 슈>는 이영원 씨의 독특한 그림, 즉 그림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섬세한 심리와 내용까지 표현한 그림이 곁들어져 읽는 재미 못지 않게 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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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 1 - 내 전부를 건다
노승일 지음 / 들녘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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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은 정말 재미있다. 답답하던 가슴이 후련해질 정도로 통쾌하다. 승부의 순간은 황활하고 짜릿하게 다가선다. 정말 차민수는 엠덴 해구에서 솟구친 불사조 같다. 그렇듯 삶의 애정이 강렬할 수 있을까? 또 삶의 밑바닥에서 마약과 죽음으로 방황하다가 일순간 최정상의 위치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그의 승부사적 기질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올인>은 무엇보다 감칠 맛이 철철 흘러넘치면서도 너무나 쉽게 술술 읽힌다. 그렇다고 해서 재미만 가득한 책은 아니다. 차민수의 역동적인 삶을 생각하다보면 어느새 나도 한번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욕망을 끝없이 느끼게 만든다. 그동안 나태하게 살아왔던 나를 돌이켜보고 좀더 치열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그리고 삶의 자신감을 다시금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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