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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사랑이야 - 드라마 에세이
노희경 극본, 김규태 연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9월
평점 :
사랑은 무엇일까?
사랑은 없다, 부터 백번 양보해서 영원한 사랑은 없다, 같은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견해부터
사랑밖에 난 몰라, 부터 사랑만이 구원이다, 같은 사랑지상론자나 사랑예찬론자까지
사랑에 대한 정의나 의견은 매우 다종다양하다.
자기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으면서도 딸에게는 결혼을 권하는 엄마들의 모순된 논리는 “나는 사랑을 못했지만 너는 사랑을 해라”는 일갈로 정리 가능하다.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바람둥이가 박애주의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사랑이 없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 역시 한편으로는 운명적적인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현재의 낭만적 사랑과 결혼의 결합이 근대 이후의 것이라는 역사적 평가와 무관하게 누구나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을 꿈꾼다. 그것이 사랑을 하는 것이든 사랑을 받는 것이든.
내가 불행해진 건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람들도 종종 만난다.
이것은 쉴새 없이 상대를 바꾸며 소위 ‘프리섹스’를 하는 사람들이 대개 내세우는 논리이다.
이처럼 우리 주위엔 ‘사랑’과 관련된 많은 담론들이 존재한다.
다종다양한 사람의 수만큼이나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랑도 무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제대로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대체로는 ‘사랑’에 병들어 있는 것은
이 까닭이 아닐까?
누구나 사랑을 말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랑만큼 쉬운 게 없지만
아무나 사랑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랑만큼 어려운 게 없다.
<괜찮아, 사랑이야>는
우리 시대의 사랑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물론 여기엔 남녀간의 사랑뿐 아니라 부모나 형제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도 포함된다. 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괜찮아, 사랑이야>를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서도 끝까지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야기로 정의내리고 싶다.
전생을 믿지 않는다면 누구나 처음 사는 생이고, 따라서 모든 것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나의 연약함과 서툼을 상대방이 있는 그대로 받아주기를 바라면서도 상대방은 완벽한 사람이기를
원한다. 그도 나처럼 모든 것에 미숙할 수 있다는 것을 종종 간과한다.
그러나 내가 부족한 것처럼 그 사람 또한 그런 사람이고, 결국 그런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이라는 것을 한다.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나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도 그 자체로 완벽하거나 영원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에 실망하거나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서로를 끝까지 보듬고 품을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사랑이 가진 힘이자 위대함이 아닐까? 상대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품어주면서 내가 성장하는
과정,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사랑은 결국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만든다. 사랑은 세상을 향해 점점 확장되면서 동시에 자기 내면 깊숙이 파고 든다.
종종 그런 사람들을 본다.
스스로는 그럴싸한, 완벽한 여성인 것처럼 포장을 하지만, 들여다보면 남편이나 아버지, 오빠의 그늘 아래서 기거하는 사람들.
그들이 남자에게 바라는 건 완벽한 보호이다.
그들이 어떤 말을 하건 그게 위선이고 가짜가 되는 건, 그들은 ‘인간’이길 포기하고 스스로 ‘여성’이길 선택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사람들이 온전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결정적일 때 ‘나는 여자니깐.’ ‘너는 남자니깐’이라고 관계를 규정한다면,
그 사람이 하는 사랑이 온전하거나 평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아주 운좋게 희생적인 남자를 만나서 그 울타리 안에서 평화롭게 지내며 그게 사랑이라고 믿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사랑이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적인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해수에 깊이 공감하고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 것은 그녀는 적어도 스스로의 사랑을 선택할 만큼
용기 있고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는 것.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사랑이 전부가 아니라면 무엇이 우리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온 힘을 다 해 사랑하라. 머리 굴리지 말고. 계산기 두드리지 말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