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상은 'ㅅ'자 모양이에요. 그 가운데에 의자가 들어가고, 책상이 양날개처럼 펼쳐져 있는 형태랍니다.

그래서 방의 왼쪽 모서리에 책상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책상을 중심으로 책장들이 학익진처렴 펼쳐져 있어요.

책장의 왼쪽과 오른쪽으로도 일감과 책들이 수북한데, 그건 처참해서 차마 못 보여주겠고...

그러니깐 저기는 'ㅅ'자 모양 책상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부분이에요.

 

자, 그럼 하나하나 설명드릴게요.

 

1. 보시다시피 동양화 한 점이 있습니다. 묘어도라고 되어 있듯이, 사진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물고기 그림도 있어요.

백인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는데, 저렇게 그림에 나비와 고양이가 있는 건 무병장수를 의미한대요.
모란꽃은 부귀영화를 의미하구.

잉어는 출세 또는 다산과 장수를 의미한다고 하구요.

그러니깐 저 그림은 참... '좋은 그림'인 셈이죠. 저 동양화를 선물한 친구의 마음이 고맙더라구요.

나보다 더 동양화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신기하구.

 

암튼... 원래 저 자리엔 엄마 돌아가실 때 받은 꽃바구니가 일년동안 차지하고 있었어요.

차마 버리지 못하고 일년 내내 두고 보다가 1주기 추모식 끝내고 며칠 지난 후

마른 꽃들만 똑똑 따서 유리 꽃병에 보관하고 나머지는 버렸어요.

그 뒤로 꽤 오랫동안 저 자리가 휑-했는데 친구가 선물한 저 그림을 저 자리에 두고, 볼 때마다 위로를 얻어요.

 

2. 앞에 있는 건 가죽 장정한 책 모양의 수납함인데(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멋져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서 받은 엽서와 편지를 모아두고 있어요. 특히 한국에서 온 엽서나 편지들은 귀한 보물이지요. 선물을 포장한 리본이며 포장지까지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 놓고 있습니다.

원래는 엄마 돌아가신 후 그동안 엄마한테 받았던 편지들을 모을 생각이었는데,

그러다가 점점 확장됐어요. 기분이 다운되거나 힘을 받을 필요가 있을 때 저 안에 든 편지나 엽서들을 하나 하나 꺼내봅니다.

 

3. 그 앞에 있는 건 MP3CDP.

미국와서 가난한 유학생활 내내 가장 위로가 되어주었던 친구예요.

결혼 전엔 라면도 못 끓였었는데, 남의 나라에서 살면서 굶어죽지 않으려면 요리를 하고 살아야만 했거든요.

정말 막막했는데, 저 아이를 주방 아일랜드 위에 놔두고 제일 좋아하는 음반들을 들으면서 하나하나 요리를 배워갔어요.

음악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주방에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장금이'가 되어 있더라구요. ^^

 

집 사고 이사하면 그때 제대로 된 오디오 세트를 사려고 계획 중이라 한동안은 저 아이와 함께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깐... 10년된 아이랍니다. 오른쪽 옆으로 보면 바그너 박스세트가 보이죠?

요즘 집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음반이에요. 그 옆에 있는 건... 눈 밝은 분들만 보실 수 있게 비밀로 남겨두렵니다.

 

4. 마지막으로 왼쪽 옆에 있는 건 예전에 마음산책에서 김연수 작가 책 나올 때 함께 준 달력이예요.

그 해는 지났지만 버리지 않고 매해 같이 하고 있습니다. 짐작할 수 있듯이 김연수 작가를 좋아합니다. 물론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한 셈이죠? ^^

 

5. 오른쪽에 삐죽 나온 녀석은 수선화 잎사귀예요. 심란하고 지저분한 책상이 그나마 화사해 보이는 건 수선화들 때문입니다.

노란색 수선화 다섯 대가 책상 위에 있어요.

 

책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는 책상 사진, 그래도 재밌지 않으셨나요? ^^

매일 매일 하루하루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요.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저 꼭짓점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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