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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은 집은 - 건축가 이일훈과 국어선생 송승훈이 e메일로 지은 집, 잔서완석루
이일훈.송승훈 지음, 신승은 그림, 진효숙 사진 / 서해문집 / 2012년 7월
평점 :
내가 처음 집을 짓는다.라는 개념을 가진 건
중학교 가사 시간에 집의 평면도를 그리는 수업에서다.
가사 선생님은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그려보라 하셨고
나는 빨강머리 앤의 다락방이 있는 집을 그렸다.
그리고 20년 후.
지금의 내 나이는 아파트가 가장 편하고 집을 짓기엔 경제력도 여력도 시간도 안되는 나이이다.
그렇지만 차츰차츰 내 시간과 공간이 줄어들수록
내 집. 나의 집. 에 대한 열망과 몽상은 커져간다.
이 책이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 그리고 건축이라는 미학적 컨셉츄어를 뛰어넘어 건축주와 디자이너의 몽상과 마음나눔과 사람 알아감이 문학적으로 만나고 인문학적인 토론을 끌어내서 원래 본의인 집으로 다시 귀결된 과정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나도 집을 지으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가 살고싶은 집의 물리적 형태보다 내가 살고싶은 삶과 이웃과 맺고싶은 관계에 대해 더 성찰하고 몽상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예쁜 집, 실용적인 집, 멋지게 위용을 자랑하는 집, 등등
많은 집들이 있고 많은 집들이 매스컴등 그 외 매체를 타고 광고된다.
그러나 그 중에 '나의 집'은 없다. 이왕이면 내 삶과 그 공간이 내가 억지로 참아내야하는 요소 없이 내가 온전히 품을 수 있고 나를 온전히 품어주는 것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