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땅에서, 우리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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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인의 땅에서, 우리


1,2부로 나뉘는 이 책은 1부는 다인의 시점으로, 2부는 엄마 양숙희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15살 딸 다인이는 엄마가 친구들과 해외여행을 간다는 이야기에 따라가겠다고 나선다. 자진해서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 즉 프로수발러가 되겠다는 건가 싶었지만 그저 해외경험이 없어서 따라가겟다고 우기는 거였다. 

아무리 해외여행이 좋아도 엄마, 그리고 엄마친구들과의 여행을 따라가겠다니. 엄마랑 단 둘이 여행도 잘 안맞을 수 있는데 엄마의 친구들까지. 철이 없어도 영 없다 싶었다. 


하지만 몽골에서 만난 가이드 바타르는 다인이가 좋아하는 그룹 야뉴스의 지노오빠를 닮았고, 여행이 좀 즐거워질 것 같았는데 너무도 적극적인 아줌마들 덕분에 뭐가 안 이뤄진다.

역시 한국 아줌마들의 오지랖이란.....

(나도 한국아줌마이지만 이러지 말아야지!)


하늘 위에 고비보다 넓은 땅이 있고, 그 땅에서 양치는 거인이 불을 피우는데 그것이 별이라며 이야기하는 바타르의 이야기를 읽으며 수 년전 나트랑에서 본 진짜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생각났다. 관광지인 나트랑도 그렇게 별이 아름다웠는데 칠흙같이 어둡고 너른 벌판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예쁜 이야기를 들려주던 지노오빠를 닮은 바타르는 금세 떠나고 이름이 없는 가이드가 오면서 분위기는 축축 쳐진다. 역시 가이드도 얼굴이 잘생기고 봐야해.


그리고 나서 시작된 두번째 이야기. 

딸 다인이가 끌어가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화자가 바뀌는 것도 신선했다.


숙희는 전형적인 아들바보인 숙희는 여행에 다인을 데려간다. 하지만 여행에서도 아들 걱정하랴 다인이 챙기랴 여행이 즐겁지가 않다. 친구들과 일탈을 즐기면서 재미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숙희는 여행 전 자궁암 진단을 받았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와의 추억이 별로 없어서 인지, 아님 암 진단을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엄마에 대한 원망때문이었는지 스스로를 옭죄며 살고 있었다.


다인이는 신기루 때문에 여행이 즐거웠다고 하고 숙희는 딸과 함께 한 여행이어서 좋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둘은 비로소 친구가 된다. 




숙희가 "딸과 함께 한 여행이어서 좋았다"고 할 때 7년 전 엄마랑 떠난 일본여행이 생각났다.


지도 못 읽는 애가 구글맵보면서 우왕좌왕하고 하루 3만보씩 걷던 여행이었지만 엄마는 너무 좋았다고 했다. "딸 덕에 이런 데도 와보고..." 이런 얘길 2박 3일 내내 했더랬다.


사실 엄마랑 나는 사이가 안 좋은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여행이 생각났고, 또 여행을 가고 싶다 생각했다. 

한 번 더 갔다오면 엄마랑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현실을 즐기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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