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타이밍 - 2012년 개정판
존 할라스 외 지음, 권창현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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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할 정도로 열렬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지금도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이다. 일본어 공부를 진지하게 시작한 후부터는 더욱 그렇다. 내 어릴 적과 지금-이 사이의 기간동안 애니메이션, 소위 말하는 만화영화라는 것에 거부감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 이유를 돌이켜보자면 그림이 유치하고, 내용도 유치하고, 한 마디로 전혀 사실적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렇다고 사실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았느냐 물으면 그렇지도 않았지만)
 
그 때는 왜 그렇게 섬세한 걸 좋아했을까? 머리 한 올 눈동자의 반짝임 하나까지 완벽하길 바랬고, 소위 말하는 작붕이나 미끈미끈 생략의 미학을 뽐내는 캐릭터는 도저히 용납하질 못했다. 그러니 내가 안 봤지...살아있는 사람도 엽사가 나오는데 그게 가능했겠냐고. 애니메이션은 장인의 솜씨로 한 땀 한 땀 일일이 그리기 때문에 강동원 카페믹스 CF같은 완벽함은 정말 이루기 어렵다는 걸 깨닫기에 어린 나는 배려심이 부족했나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유로 애니메이션 기술이 발달해왔다고 생각하면 동전도 앞뒷면 나름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사람이 걷는 모습을 그릴 때 어떤 동작을 생략하고 어떤 동작을 강조는지. 배경을 어느 정도 속도로 지나가고 사람은 어느 정도 속도로 나아가는 지 말이다. 나는 이 정도까지만 생각했지만 애니메이션 기술이라는 게 훨씬 더 많고 상상 이상으로 정교했다. 특히 이 책에서 다루는 서양 애니메이션의 경우엔 실사적인 면이 보다 강한 재패니메이션과 달리 생략과 역동성이 훨씬 강조되기에 애니메이션 특유의 '타이밍 잡는 기술'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었다.
 
하나의 기법을 소개할 때마다 다양한 스토리보드와 드로잉 예를 보여주는데 참 신박하고 재밌다. 걷는 모습 그리는 법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릎을 격하게 굽히고 펄쩍펄쩍 뛰며 신나게 걷기도 하고 땅에 발을 바싹 붙히고 얌전히 걷기도 한다. 이게 드로잉에서만도 느껴지는 게 신기하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물풍선이 어떻게 흔들리는지, 종이가 어떻게 흩날리는지 강아지가 꼬리를 어떻게 살랑이는지. 폭탄이 어떻게 터지는지, 불꽃이 어떻게 일렁이는지! 생각만 해도 궁금하지 않은가?(나만 그런가?) 관찰력이 부족하다면 실제 모습도 상상이 안 가는 장면들을 어떻게 애니메이션에 맞추어 그려냈을지 말이다.
 
애니메이션 전공자들에겐 이미 교재로 널리 쓰인다는 것 같고 보통 사람은 이 책을 발견도 못 할 테고. 나같이 만화 보면서 '와 이걸 어떻게 그렸을까?' 생각해 보는 사람들한테 제격이지 않을까. 더 쓸 말이 없어 급하게 마무리하며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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