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책을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는 것은 뇌신경에 최선의 다중감각적, 언어적 연결이 구축되도록 도움을 줍니다. 이것은 피아제가 아동의 인지 발달 과정에서 감각운동 단계라고 이름 붙인 기간에 일어납니다. - P212

둘째, 지난 몇 년간 발달심리학자의 연구들을 보면, 아이들의 양육에 사용된 다양한 전자기기들에 부가기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두살 전후의 초기 언어 발달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언어적 입력을 사람들로부터 받아들인 아이가 언어를 찾아 쓰는 데도 더 뛰어났습니다.
그런 사실은 직관적으로도 알 수 있지요.
비인간적인 매체를 통한 입력은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데다가 특정한 아이 한 명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습니다. 더욱이 그런 매체가 아이의 주의를 끌지는 몰라도 아이의 시선이나 귀에 정확히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는 드물지요.
아주 어린 아이들의 세계에서 우리 인간은 더 중요해집니다. - P213

배리 저커먼과 제니 래드스키 Jenny Radesky의 팀이 소아과 의사와 부모를 위한 지침에서 자세히 밝혔듯이, 앱이나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16은 대화식 읽기를 발달시킬 가장 좋은 기반입니다. 대화식 읽기 속에서 부모와 아이는 일종의 상호적인 소통의 루프(순환고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언어와 관계를 쌓아가지요.
허튼의 뇌영상 데이터는 이런 읽기 형식이 초기 아동기의 언어 영역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 P215

두 살 이전에 아이가 경험하는 인간적인 상호접촉, 그리고 책과 인쇄물과의 물리적인 접촉은 구어와 문어, 내면화된 지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최선의 진입로이자 미래의 읽기회로를 구축할 벽돌입니다. - P216

음소에 관한 아이들의 암묵 지식과 성장 후의 읽기 성취도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단어 지식과 성장 후의 읽기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면 동요가 아이들의 음소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영국 연구자들의 더 오래된 연구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꼬마 아가씨 머펫>이든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이든, 아니면 동요가 아이의 주의를 맨 앞의 음소인 두운에 잡아두는 맨 끝의 음소인 각운에 잡아두든,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아이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음소 인식이라는 것이 발달합니다. - P222

일부 연구자들이 경고하듯이, 전자책은 형식 자체가 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야기책 함께 읽기라는 개념을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이해력 외에도 다른것들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요.
아드리아나 부스Adriana Bus는 여러 해 동안 이야기책 함께 읽기에 관해 연구해왔습니다.
그녀는 최근 연구에서 인터랙티브(쌍방향) 북이 아이의 어휘력과 이해력에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했지요. 하지만그보다 더 최신의 연구에서는 중요한 단서를 달았습니다. 부모가 적극적으로 아이의 어휘학습을 지원하면 인터랙티브 북을 가지고도 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P228

그동안 전자책을 비판해온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전자책을 읽을때는 잘 일어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거나,
부모가 전자책을 핑계 삼아 아이에게 종이책을 읽어주지 않으면서 생기는 문제에 근거를 두고있습니다. - P229

가령,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인터랙티브 이야기책의 매력적인 사양은 ‘내게 읽어줘‘ 기능입니다. 여기에는 아주 긍정적인 면이 많지요. 하지만 이것 때문에 어떤 부모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바로 그 순간에 읽어주기를 그만둡니다. 부모는 굳이 자신이 읽어줘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이 기능이야말로 아이에게 최고의 보모라고 느끼는거지요. 그로 인해 읽기에 관한 어린아이의 인지적, 능동적 이해가 저해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읽기가 단지 또 다른 유형의 오락으로만 보일 때는 그에 따르는 수동성때문에 주의집중적이고 반성적인 과정이 무력해질 수 있지요. 그런 것이야말로 아이가 읽기를 통해 키워나가야 하는 것인데 말이지요.
‘사용하지 않으면 잃는다‘는 원리가 여기에도 적용되는 셈이지요. - P229

최근에 발표된 국가 보고서 카드(전국 교육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미국의 초등학교 4학년생 가운데 3분의 2가 읽기 능력이 능숙한‘
수준에 못 미칩니다. 여기서 ‘능숙한‘이란 말은 막힘없이 글을 읽고 적절히 이해한다는 뜻이지요. 좀 더 정신이 번쩍 들게 말하자면, 21세기 미국 아동의 불과 3분의 1만이 충분한 이해력과 속도로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이야기입니다. 4학년 시기는 읽는 법을 배우는 단계에서 읽기를 사고와 학습에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단계로 넘어가는 마지노선입니다.
미래의 학습력이 이 시기에 달려 있지요. - P239

더욱 충격적인 점은 아프리카계나 라틴계미국인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가 4학년 시기에 읽기 능력이 능숙하기는커녕 ‘기본적인‘ 수준도못 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읽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정도로 글을 해독하지 못한다는 뜻이지요. 이것은 그 후에 배울 수학 등의 다른 과목을 비롯한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줍니다. 저는 이 기간을 ‘미국 교육이 사라지는 구멍‘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이 기간에 원활하게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모든 교육적인 목표가 이 아이들에게는 무의미해지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이때 많은 아이들이 꿈을 이룰 희망도 거의 품지 못한 채 낙제생이 되고맙니다. - P239

미국의 모든 주에 있는 교정국들이 이 사실을 잘 압니다. 많은 교정국이 3~4학년생의 읽기 능력 통계를 토대로 장래에 필요한 교도소의 침상수를 예측하지요. 전 CEO이자 자선사업가인 신시아 콜레티Cinthia Coletti가 썼듯이, 4학년생의 읽기 수준과 학교 중퇴자 사이에 상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가슴 아프지만 너무나 중요한 발견입니다. 그녀는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심각할 정도의 학습 부진 상태를 보인다면 미국은 더 이상 세계 경제를 선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미 외교협회CFR?는 콜레티의 결론을 뒷받침하는 보고서를 내며 단호하게 말했지요. "국민의 많은 수가 교육받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물리적 방위력은 물론, 정보 보안과 외교 수행,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 P240

시카고 대학교의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먼James Heckman과 동료들이 폭넓게 분석한 것처럼, 아이들의 언어적, 인지적 발달 초창기에는 경제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생애 첫 몇 년간 투자되는 돈이 인생의 어떤 시기에 투자되는 돈보다 큰 수익을 낳는다는 거지요. 아동 발달에 관한 다양한 연구결과가 담고 있는 의미는 더없이 명확합니다.
언어와 학습 능력에서 처음으로 나타나는 엄청난 격차가 수백만 아이들의 삶에 영구히 고착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훈련된 전문가들을 갖춘, 보다 종합적인 유년기 프로그램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P241

난독증 아이의 경우 인생 후반에는 예술, 건축, 방사선학에서부터 패턴 인식, 금융, 사업등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이점을 제공하는 뇌조직이 처음 학습을 시작하는 몇 년간은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난독증을 연구하는 저같은 학자에게는 아이가 또래와 부모 그리고 교사 앞에서 일상적인 읽기 장애로 수모를 겪기전에 그것을 예측해낼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섯 살배기 아이에게 갑자기 자신이 벙어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큼 상처를 주는 일도 별로 없습니다. 자신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모두 글을 읽는 상황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요. - P244

영국의 읽기 연구자인 어샤 고스워미UshaGoswami는 이런 결론을 한층 굳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지요. 그녀는 언제 읽기 교육을시작하면 좋을지 알아보기 위해 유럽의 여러나라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조금 늦게 읽기를 가르치는 나라에서 읽기로 문제를 겪는 아이가 오히려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 초등학교 1학년에 읽기 교육을 시작한 아이들이 그보다 1년 일찍 읽기 교육을 시작한 아이들보다 쉽게 읽기를 배웠다는거지요.
이런 결과들은 확실히 혼란스럽습니다. 미국보다 1년 늦게 읽기 교육을 시작하는 나라들의 맞춤법이 미국보다 규칙적이기 때문이지요. - P246

어떤 아이들은 아동 발달 측면에서 아직 준비가 되기도 전에 너무 빠르고 너무 고난도로 읽기 교육을 받는가 하면, 어떤 아이들은 유치원 과정을 마치거나 심지어 유치원에 들어가기전부터도 잘 읽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그 시기에 유행하는 방식으로 지도를 받지만 아이의 개별적인 특성에 따른 학습 유형에는 맞지 않을 수있지요. 이처럼 아이들의 발달을 저해하는 너무나 흔한 잘못을 막기 위해서는 이성적이고 제대로 훈련된 교사와 우수한 예측 도구 그리고 목표에 맞고 증거에 기초한 지도법이 필요합니다. - P247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은 폭넓은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아이가 읽는 법을 배울 때는 문자 해독의 기본 원리를 명시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연구결과들은 분명히 발음 중심의 원리를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품에 대한 몰입을 무시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 P250

똑같은 이야기와 문장을 반복해서 다시 읽는것은 특정 텍스트에 관한 속도를 높이는 연습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아이가 개념과 느낌, 자기만의 반성적 사고를 연결하는 데는 결코 기여하지 못합니다. 깊이 읽기는 언제나 연결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가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느끼는 것을 생각하는 것에, 생각하는 것을 삶의 방식에 연결짓는 것 말입니다. - P254

나이와는 상관없이, 읽기 회로 전체를 도덕적 상상력으로 연결하는 법을 배우기만 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의해 바뀔 수 있습니다. - P256

우리 종의 가장 어린 구성원들에게 다능多能한 뇌 회로를 구축해주는 것이 그들의 후견자인 우리가 그들과 지구에 함께 머무는 짧은 기간에집중해야 할 임무입니다. 그들은 그런 뇌 회로를 토대로 장차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과 인지적 유연성을 가지고 사고할 수 있게 되겠지요.
그들의 다음 반복회로가 무엇이든, 미래의 읽기회로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문해 기반 회로와 디지털 기반 회로의 가능성과 한계를 모두 이해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지식에는 종종 충돌하는 각각의 장단점은 물론, 때로는 완전히 상반된 가치들에 대한 검토까지 포함됩니다.
상반된 가치는 상이한 수단과 매체에 의해 강조되는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지요.
우리는 현재 사용되는 매체들이 어떤 인지적, 사회-감성적 그리고 도덕적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한편, 각각의 특징들을 미래의 읽기회로를 위해 최대한 통합해야 합니다. - P263

이 점에 관한 한 우리는 철학자 니콜라우스쿠사누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보기에는 동등하지만 사실은 상충된 두가지 관점 사이에서 선택하는 최선의 방법(그는 ‘상반된 것들의 일치‘라고 불렀습니다)은 학습된무지learned ignorance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이것은 양쪽 입장을 철저히 이해한 다음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진로를 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읽는 뇌와 그것의 신경회로가 미래에 어떻게 바뀔지 알려면 인지신경과학과 기술에서부터 인문학과 사회과학에 이르는 여러 학과의 연구들을 연결해야만 합니다. 하나의 분과학문만으로는 우리가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습된 무지의 태도를 기르기 위해서는 여러 학문들의 지식을 결합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 P264

다양한 비교연구에서 발견된 뜻밖의 사실은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성인이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 과제를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이중언어 학습자는 단일언어 학습자보다 언어적 유연성이 훨씬 높았지요. - P266

세이브 더 칠드런의 클로드 골든버그 ClaudeGoldenberg와 엘리엇 프리들랜더ElliottFriedlander가 스탠퍼드 대학교와 함께 수행한 획기적인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이중언어와 다중언어 사용자는 여러 언어를 넘나들며 여러해를 살아왔습니다. 덕분에 그들은 이미 아는 단어와 개념을 불러오는 데 남들보다 유연한 것은 물론, 어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신의 관점을 떠나 다른 사람의 관점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뛰어났지요. - P266

디지털 접근만으로는 아이가 디지털 기기를 긍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능력을 갖게 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수전 뉴먼Susan Neuman과 도나 셀라노Donna Celano는 필라델피아 도서관의 내부 사업에 관한 보고서에서 디지털접근에 관한, 맥 빠지는 연구를소개했습니다. 그 연구는 원래 취약 계층 아동과 가족에게 도서관 내의 책과 디지털 기기를 제공하고 그 효과를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의 희망에 반하는 것이었지요. 그저 취약 계층 아동에게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게만 하고 부모의 참여가 없을 경우에는 오히려 유해한 효과가 나타났던 겁니다. 연구 대상이었던 아이들은 문해력 검사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성적이 훨씬 저조했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 후에, 그것도 오락적인 목적으로 사용한 후에 집단 간격차가 더 커졌습니다. - P284

이 시대에 우리가 우리의 반성적 능력을 돌볼지 말지는 개인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으로나 시민으로나 우리에게 대단히중요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존 던은 이런 차원을 잃어가는 것과, 폭력과 분쟁이 늘어나는것 사이에 관련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보다 저는 우리가 반성적 능력을 점점 잃어가는 것은 끊임없이 효율성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나오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목적이 뭔지도 모른 채 그저 ‘시간을 벌려고‘
하고, 결코 지식은 되지 못할 정보와 오락물의 잡동사니들로 인지적 한계 너머까지 내몰리는 바람에 주의집중의 시간은 줄어드는가 하면,
지식은 점점 조작적이고 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서 결코 지혜에는 이르지 못하지요. - P297

금세기의 첫 사반세기에 우리는 매일 정보와 지식을, 또한 지식과 지혜를 뒤섞고 있습니다. 그 결과 셋 다 힘을 잃어가고 있지요. 깊이 읽기과정을 관장하는 상호적인 동학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는 추론적, 비판적 분석에 시간을 할애해야만 우리가 읽은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어 기억 속에 다질 수 있습니다.
또한 역으로, 이런 내면화된 지식을 통해야만 우리는 새로운 정보에서 유사점을 끌어내고 추론도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정보의 진위와 가치를 식별하는 것도 이런 시간을 얼마나 할애하느냐에 달렸지요. 하지만 그에 따른 보상도 많습니다. 그중에는 역설적이게도 시간자체도 들어 갑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부지불식간에 우리 삶에서 방치되고 말았을시간을 활용한 셈이니까요. - P298

페스티나 렌테는 지금 우리 대부분이 길들여진 축소된 읽기 방식에서 풀려나도록 합니다. 즉 ‘가능하면 빠르게, 필요하면 느리게‘ 읽는거지요. 인지적 인내력을 갖는다는 것은 의식적으로 의도한 대로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리듬을 회복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빠르게 (페스티나) 읽어가다가도, 이해해야 할 생각이나 음미해야 할 아름다움, 기억해야 할 질문, 그리고 가끔은 운이 좋게도 통찰까지 떠오를 때는 그것을 의식하는 (렌테) 거지요. - P300

20년 전에 마사 누스바움은 시민이 남에게 생각을 떠넘기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썼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유능한 국민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인간성과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에는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그런 노력들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런 나라에 살 수도 있다. 따라서 자주적으로 사고하면서, 자기와 다르거나 낯선 것을 물리쳐야 할 위협이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정신과 능력을 확장하기 위해 탐구하고 이해해야 할 초대라고 생각하는 국민을 양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목표를 위한 교과과정의 개선 노력을 당장이라도 지원해야한다. - P308

만약 우리 자신이 생각하는 법을 돌아보는 능력을 점점 잃어간다면, 우리를 지배하려는 자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능력 또한 잃게 될 것입니다. 20세기 최악의 참극은 사회가 자신의 행동을 살펴보지 못한 채 스스로 분석하는 힘을,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두려워할지 지시하는 자들에게 넘겨줄 때 어떤 비극이 일어나는지 증언합니다. - P308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권력의 폭력적인 표현은, 그것이 정치적인 것이든 종교적인 것이든, 대다수 인류에게 어리석음을 분출시켰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실로 심리학적, 사회학적 법칙처럼 보인다. 일부사람들의 권력은 다른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필요로 한다. 어떤 인간의 능력, 이를테면 지적능력의 마비나 파괴가 아니라 권력의 분출이 너무나도 압도적인 인상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은 독립적인 판단력을 뺏기게 되고......
새로운 상황을 스스로 가늠하려는 시도조차 포기하게 된다.

문자의 발명이 인류에게 끼친 가장 중요한 공헌은 비판적, 추론적 사고와 성찰 능력을 위한 민주적 기반을 마련한 것입니다. 이것은 집단적양심의 기초입니다. 21세기에 우리가 결정적으로 중요한 집단적 양심을 보존하려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깊이 읽고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 P901

그동안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지만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다양한 견해들의 표출이 아닙니다. 모든 시민이 지적 능력을 발휘해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도록 교육하지 못하는 것이 진짜 위협입니다. 교육의 부재로 인한 공백은 불가피하게 선전선동에 대한 취약성으로 이어집니다. 이럴 때는 거짓으로 부풀려진 희망과 거짓으로 제기된 공포가 이성을 누르고 반성적 사고력을 감퇴시키는 한편, 이성적 공감에 의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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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연구자가 보기에는, 혹은 놀랍게도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보기에도, 벤야민이 말한 ‘정보‘는 지식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울린David Ulin은 버락 오바마가 햄프턴 대학교 학생들에게 했던 말을 인용한 적이 있지요. 여기서 오바마는 우리젊은이들 다수에게 이제 정보는 "힘을 주는 도구도 해방의 도구도 아닌 주의분산과 기분전환, 일종의 오락이 되었다"고 걱정했습니다. - P128

나의 학생들은 오락 속에서 헤엄만 치다 보니, 정작 자신들이 가치 있게 여겨온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삶의 새로운 방식을 바라볼 기회로부터는 차단돼왔다. .... 그들에게 교육이란 그저 아는 것이자 거만한 관객이 되는것일 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소크라테스식 대화는 결코 아니다. - P128

어려운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일에 평생을 바친 칼비노는 언어의 복잡성이 우리에 의해 ‘납작해져서는’ 안 된다는 호소를 남겼습니다.
언어의 미래는 작가들이 어렵게 얻은 생각으로 우리를 이끄는 단어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과 함께, 독자들도 그에맞춰 최선의 사고를 읽으려는 노력을 계속해나가는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 P143

언어와 사고가 위축되고 복합성이 줄어들며 모든 것이 점점 같아질 때, 우리의 사회 정치는 종교 조직이나 정치 조직 내의 극단주의자들로부터든, 그보다는 덜 명확하게 광고주들로부터는 큰 위협을 받게 됩니다.
집단이나 사회 또는 언어 내의 동질화는 잔인하게 강제되는 미묘하게 강화되든, 결국 다른 것, 즉 ‘타자‘라면 무엇이든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다. - P144

저는 우리 문화가 보여주는 언어 동질화의 경향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지요. 여기서 동질화란 저자들이 단어를 선택하는 폭이 좁아지는 것부터, 원고의 길이가 짧아지고 복합 구문과 비유적 표현이 제약받는 것까지 다 포함합니다. 복합 구문과 비유적 표현은 모두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제는 쉽사리 구사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는 공유되지 않는 지식을 전거典據로 삼는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책과 시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가 물었습니다.
하나의 문화가 공유하는 암시(성경, 신화, 우화에 나오는 은유, 시구, 등장인물)의 목록이 줄어들고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이 박식한 출판인이 계속해서 묻더군요. 만약 ‘책의 언어‘가 지금 문화의 인지적 스타일(빠르고 지나치게 시각적이며 인위적으로 끝을 잘라낸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글쓰기도 변하고 더불어 독자, 작가, 출판사, 언어 자체도 변할까요? 지금 우리는 다양한 직군에서 비교적 고차원의 언어로 구현되던 지적 수준이 뒷걸음치기 시작한 것을 목도하고 있는 걸까요? 그리하여 불운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마냥, 갈수록 작아지는 스크린 위의 읽기가 요구하는, 부지불식간에 좁아드는 규범에 우리를 맞추게 되고 말까요? - P145

따라서 문제는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단어의 양이나 읽는 방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읽는 양이 읽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과, 읽는 양과 방식이 우리가 읽고 기억하는 것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가됩니다. 더욱이 그 영향은 우리가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사슬의 다음 연결고리인 쓰는 방식마저 바꿔놓습니다. - P149

문제는 학생들이 어려운 비판적, 분석적 사고를 견디는 인지적 인내심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인지적 끈기를 얻지 못하는 일까지 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가 이런 현상에 ‘그릿‘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유명해졌지요). - P155

하지만 예전처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성찰로 위로받거나, 켄트 하루프나 웬델 베리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그런 책을 읽는 동안에는 지구의 리듬과 인간의 사랑, 그리고 시련을 견뎌낸 덕성스러운 사람들의 차분한 통찰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일도 제겐 일어나지 않았지요. 그들의 관조는 저의 불안한 기분과 들뜬 마음을 다독여주었습니다. - P161

UCLA 심리학자 퍼트리샤 그린필드 PatriciaGreenfield가 증명했듯이, 어떤 매체에 노출된 시간(함께 보낸 시간)이 길수록 매체의 특성(행동유도성)이 이용자(학습자)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은 커집니다. 매체는 피질에 정보를 전하는 메신저로서 아주 초기 단계부터 피질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 P176

... 멀티 태스킹을 하다 보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중독의 구멍으로 빠져든다. 이것은 뇌의 새것 중추가 반짝이는 새로운 자극을 처리하고 보상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어하고, 지속적인 노력과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보상을 얻고 싶어 하는 전전두엽 피질에는 해롭다. 우리는 장기적 보상을 좇고 단기적 보상은 포기하는 방향으로 우리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 P178

레비틴이 이야기하듯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렇게 끊임없이 새롭고 감각적인 자극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지속적으로 주의집중 과잉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는 "멀티태스킹은 뇌가 초점을 잃고 부단히 외부 자극을 찾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상함으로써 도파민 중독의 되먹임 회로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합니다. - P180

우선 자연적인 무료함이 있지요. 이것은 유년기의 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종종 자기 나름의 오락거리와 단순한 재미를 만드는 추동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수년 전에 발터 벤야민은 이런 무료함을 "경험의 알을 부화하는 꿈의 새" 라고 묘사했지요. - P180

우리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최신의 고성능 전자책과 기술적 혁신을 쥐여주면 오히려 자신이 읽은 것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자신만의 창의적 오프라인 세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동기화와 시간을 박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 P181

그는 주의 기반 학습력 결핍으로 진단되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오늘날 진단기술이 좋아지고 조기 진단이 가능해져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 새로운 유형의 주의력 결핍이 생겨난 결과일 수도 있다고 걱정합니다. - P184

아마 예측하셨겠지만, 주의결핍 증세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전전두엽의 억제 체계에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멀티태스킹에관여하는 정신적 전환 장치에 필수적인 요소이지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의결핍으로 진단받은 아이들은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이 낮습니다. 다른 과제들에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디지털 세계에 아이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세요. 그 때문에 평범한 아이들마저 주의결핍 장애가 있는 아동과 비슷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 P184

폴드랙 등이 진행한 이전 연구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상당한 ‘두뇌 비용‘(즉 어떤 것이든 심층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잃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업무를 전환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폴드랙의 최근 연구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란 청소년의 경우에는 이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하나의 업무를 충분히 훈련 받았을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 P185

그녀는 동일한 이야기를 인쇄물로 읽느냐, 스크린으로 읽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독해력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디지털 읽기를 선호한다고 했지만, 자신이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인쇄물이 나았습니다. - P189

계속 새로워지는 스크린 위의 정보를 모두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기억 능력이 점차 감퇴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 P191

"서사가 책에서는 필수조건인 반면 인터넷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서는 병렬선택, 하이퍼텍스팅, 무작위적인 참여가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녀는 스크린을 통한 입력은 "우리 뇌에 말이 아닌 이미지와 그림으로 도착하는 만큼, 수신자가 그것을 추상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곧이곧대로 바라보게하지 않을까?"라고 묻습니다. - P193

아이들의 경우 처리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의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읽기와 사고의 발달과 사용에도 심각한 역작용이 초래됩니다. 깊이 읽기 회로의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니까요. 만약 아이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외부의 지식원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서 내면에 누적되는 지식이 줄어든다면, 그들이 이미 아는 것과 처음으로 읽는 것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고 정확한 추론을 끌어내는 능력에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뭔가를 안다고만 생각할 테지요. - P196

청소년들이 외부의 지식원에 너무 일찍부터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지적 발달이 방해받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통적인 유형의 지식원에만 과도하게 너무 오랫동안 의존하도록 가르칠 경우엔 아이들이 디지털 문화에서 기량을 키워가는 것이 방해받게 되지요. 결국 아이들의 지적 발달은 두 원칙 사이에서 계속 진화해나가면서 사려 깊은 균형을 찾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 P198

여러분이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아이는 자기 주변의 단어들에 노출됩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반면에 여러분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와, 자기 주변에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문장에 노출됩니다. 책 속의 단어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야기와 책의 문법이며, 리듬과 운율이며, 말 놀이 동시이며, 노랫말이 다 여기에 해당됩니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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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일에 평생을 바친 칼비노는 언어의 복잡성이 우리에 의해 ‘납작해져서는’ 안 된다는 호소를 남겼습니다. 언어의 미래는 작가들이 어렵게 얻은 생각으로 우리를 이끄는 단어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과 함께, 독자들도 그에 맞춰 최선의 사고를 읽으려는 노력을 계속 해나가는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언어와 사고가 위축되고 복합성이 줄어들며 모든 것이 점점 같아질 때, 우리의 사회 정치는 종교 조직이나 정치 조직 내의 극단주의자들로부터든, 그보다는 덜 명확하게 광고주들로부터든 큰 위협을 받게 됩니다. 집단이나 사회 또는 언어 내의 동질화는 잔인하게 강제되든 미묘하게 강화되든, 결국 다른 것, 즉 ‘타자’라면 무엇이든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단어의 양이나 읽는 방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읽는 양이 읽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과, 읽는 양과 방식이 우리가 읽고 기억하는 것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가 됩니다. 더욱이 그 영향은 우리가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사슬의 다음 연결고리인 쓰는 방식마저 바꿔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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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뇌의 관점에서 보면 비판적 사고는 과학적 방법의 전 과정을 요약한 것입니다. 텍스트의 내용을 우리의 배경 지식, 유추, 연역, 귀납, 추론으로 합성하여 저자의 숨은 가정과 해석, 결론을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판적 사유를 세심하게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가 텍스트에서든 스크린에서든 조작적이고 피상적인 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비판적 사고를 계발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즉각성과 손쉬움 그리고 효율성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에서는 점점 어려운 일이 됩니다. 우리 대다수는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따져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는 ‘나중에’ 비판적 사고에 시간을 할애할 거라고 믿지요. 하지만 그 나중이란, 의도는 온데간데없는, 보이지 않는 휴지통 속일 뿐입니다.

첫 번째 위협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어떤 강력한 틀(정치적 혹은 종교적 관점 같은 것)이 변화에 너무 닫혀 있는 데다 그것을 너무 완고하게 고수하는 나머지 거기에서 벗어난 생각은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닥칩니다. 그 생각이 실증적 또는 도덕적 증거에 기초하고 있을 때조차 말이지요.
두 번째 위협은 젊은이들 다수가 자신의 신념 체계를 전혀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젊은이들이 과거의 사상 체계(가령,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찰스 다윈 또는 놈 촘스키의 업적)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그것을 살펴보고 학습하는 데 필요한 인내심을 갖지 못한 경우에 일어나지요. 그렇게 되면 더욱 깊이 있는 이해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를 배우는 능력마저 저해될 수 있습니다. 지적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거나, 의문을 허용하지 않는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비판적 사고에 대한 위협이지요.

이런 긴장이 발생한 것은 우리 종이 모든 새로운 자극을 즉각 알아차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성향을새것 편향novelty bias8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환경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은 생존의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이런 반사신경 덕분에 선사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어렴풋이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보거나 덤불 속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독사의 소리만으로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요.

쉬르마허가 썼듯이, 이제 문제는 끊임없이 새롭고 감각적인 자극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주의가 분산되거나 아예 주의를 빼앗기는 바람에 밤 시간이 짧아질 때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우리는 환경에 의해 주의가 끊임없이 분산되는 데다 우리가 타고난 신경회로의 배선은 이것을 방조합니다. 요즘 우리가 보거나 듣는 것에 기울이는 주의의 질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보고 듣는 것이 너무 많은 데다 그런 과다한 정보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많은 정보를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문학평론가 캐서린 헤일스는10 급속한 업무 전환과 높은 수준의 자극 그리고 쉽게 찾아오는 지루함11이 주의과잉의 원인이라고 지목했지요(역으로 주의과잉이 급속한 업무 전환과 높은 수준의 자극 그리고 쉽게 찾아오는 지루함을 키우기도 합니다). 1998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버추얼월드그룹VWG? 일원이었던 린다 스톤Linda Stone은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이어 자기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지속적인 부분적 주의continuous partial attention12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미국인 한 명이 하루 동안 읽는 단어 수가 웬만한 소설에 나오는 단어 수와 같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식의 읽기는 대개 연속적이거나 지속적이거나 집중적인 읽기는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리 대다수가 소비하는 평균 34기가바이트의 정보란 발작적인 활동이 차례로 이어지는 것을 뜻할 뿐이지요

읽는 뇌의 관점에서 보면 비판적 사고는 과학적 방법의 전 과정을 요약한 것입니다. 텍스트의 내용을 우리의 배경 지식, 유추, 연역, 귀납, 추론으로 합성하여 저자의 숨은 가정과 해석, 결론을 평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판적 사유를 세심하게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가 텍스트에서든 스크린에서든 조작적이고 피상적인 정보에 휩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하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비판적 사고를 계발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즉각성과 손쉬움 그리고 효율성을 높이 평가하는 문화에서는 점점 어려운 일이 됩니다. 우리 대다수는 비판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따져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우리는 ‘나중에’ 비판적 사고에 시간을 할애할 거라고 믿지요. 하지만 그 나중이란, 의도는 온데간데없는, 보이지 않는 휴지통 속일 뿐입니다.

첫 번째 위협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어떤 강력한 틀(정치적 혹은 종교적 관점 같은 것)이 변화에 너무 닫혀 있는 데다 그것을 너무 완고하게 고수하는 나머지 거기에서 벗어난 생각은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닥칩니다. 그 생각이 실증적 또는 도덕적 증거에 기초하고 있을 때조차 말이지요.
두 번째 위협은 젊은이들 다수가 자신의 신념 체계를 전혀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일은 젊은이들이 과거의 사상 체계(가령, 지그문트 프로이트나 찰스 다윈 또는 놈 촘스키의 업적)에 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그것을 살펴보고 학습하는 데 필요한 인내심을 갖지 못한 경우에 일어나지요. 그렇게 되면 더욱 깊이 있는 이해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를 배우는 능력마저 저해될 수 있습니다. 지적 방향타를 잃고 표류하거나, 의문을 허용하지 않는 사고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비판적 사고에 대한 위협이지요.

이런 긴장이 발생한 것은 우리 종이 모든 새로운 자극을 즉각 알아차려야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성향을새것 편향novelty bias8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환경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은 생존의 차원에서 중요합니다. 이런 반사신경 덕분에 선사 시대의 우리 조상들은 어렴풋이 찍힌 호랑이 발자국을 보거나 덤불 속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독사의 소리만으로도 목숨을 구할 수 있었지요.

쉬르마허가 썼듯이, 이제 문제는 끊임없이 새롭고 감각적인 자극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주의가 분산되거나 아예 주의를 빼앗기는 바람에 밤 시간이 짧아질 때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우리는 환경에 의해 주의가 끊임없이 분산되는 데다 우리가 타고난 신경회로의 배선은 이것을 방조합니다. 요즘 우리가 보거나 듣는 것에 기울이는 주의의 질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보고 듣는 것이 너무 많은 데다 그런 과다한 정보에 익숙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많은 정보를 추구하기 때문이지요.

문학평론가 캐서린 헤일스는10 급속한 업무 전환과 높은 수준의 자극 그리고 쉽게 찾아오는 지루함11이 주의과잉의 원인이라고 지목했지요(역으로 주의과잉이 급속한 업무 전환과 높은 수준의 자극 그리고 쉽게 찾아오는 지루함을 키우기도 합니다). 1998년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버추얼월드그룹VWG? 일원이었던 린다 스톤Linda Stone은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에 이어 자기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을 설명하기 위해지속적인 부분적 주의continuous partial attention12라는 용어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미국인 한 명이 하루 동안 읽는 단어 수가 웬만한 소설에 나오는 단어 수와 같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런 식의 읽기는 대개 연속적이거나 지속적이거나 집중적인 읽기는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리 대다수가 소비하는 평균 34기가바이트의 정보란 발작적인 활동이 차례로 이어지는 것을 뜻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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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인 오스틴을 읽을 때 당신의 뇌Your Brain on Jane Austen>32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는 18세기 영문학을 연구하는 나탈리 필립스Natalie Phillips가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들과 팀을 이루어 우리가 상이한 방식으로 소설을 읽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즉 ‘주의를 집중’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나옵니다(콜린스의 두 인용문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필립스와 동료들은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소설 한 편을 ‘집중해서’ 읽을 때는 등장인물들의 느낌과 행동에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소설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자 키스 오틀리Keith Oatley는 소설을 읽는 것과 공감 및 마음 이론의 기반으로 알려진 인지 과정 사이에는 강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오틀리는 요크 대학교 동료인 레이먼드 마Raymond Mar와 함께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동안, 타인의 관점을 취해보는 과정34과 소설 내용(인생의 거대한 감정과 갈등이 주기적으로 전개되는 공간) 자체가 공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도덕 실험실’(사회과학자 프랭크 해크멀더Frank Hakemnlder가 만든 명칭입니다)35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제인 오스틴을 읽을 때 당신의 뇌Your Brain on Jane Austen>32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는 18세기 영문학을 연구하는 나탈리 필립스Natalie Phillips가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들과 팀을 이루어 우리가 상이한 방식으로 소설을 읽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즉 ‘주의를 집중’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나옵니다(콜린스의 두 인용문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필립스와 동료들은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소설 한 편을 ‘집중해서’ 읽을 때는 등장인물들의 느낌과 행동에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소설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자 키스 오틀리Keith Oatley는 소설을 읽는 것과 공감 및 마음 이론의 기반으로 알려진 인지 과정 사이에는 강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오틀리는 요크 대학교 동료인 레이먼드 마Raymond Mar와 함께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동안, 타인의 관점을 취해보는 과정34과 소설 내용(인생의 거대한 감정과 갈등이 주기적으로 전개되는 공간) 자체가 공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도덕 실험실’(사회과학자 프랭크 해크멀더Frank Hakemnlder가 만든 명칭입니다)35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 지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일찍 너무 크게 자랄 경우에는 우리가 읽는 것과 아는 것 사이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파악한 후 추론과 비판적 분석을 곁들여 해석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지식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점점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인간이 될 것입니다. 때로는 의심스러운 정보를, 때로는 거짓 정보마저 지식으로 오인하고 쉽게 따라가겠지요. 더 나쁜 경우에는 진위 여부조차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즉 폭넓게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에 적용할 자원이 많아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용할 자원이 적어지면서 추론과 연역, 비유적 사고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결국에는 가짜 뉴스든 날조 뉴스든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청소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깊이 읽기의 나머지 과정이 작동하는 빈도도 줄어들어 이미 알고 있는 것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게 되지요. 지식이 진화하려면 계속 배경 지식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실 정보는 증명될 수도 없고 확증될 수도 없는 외부 원천에서 옵니다. 이런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지, 새로운 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가 우리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배경 지식과 분석적 사고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질이나 우선순위가 정확한지, 혹시 외부의 동기와 선입견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정보를 받아들이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42.

유추의 과정, 추론의 과정, 공감의 과정, 배경 지식의 처리 과정 사이의 연결을 꾸준히 강화하면 읽기의 차원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차원에서 유리해집니다. 읽기를 통해 이런 과정들을 연결하는 법을 계속 배운다면 이는 삶에도 적용되어 자신의 동기와 의도를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도 더욱 명민하고 지혜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은 공감을 통한 연민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사고에도 도움이 되지요.

바로 <제인 오스틴을 읽을 때 당신의 뇌Your Brain on Jane Austen>32라는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는 18세기 영문학을 연구하는 나탈리 필립스Natalie Phillips가 스탠퍼드 대학교의 신경과학자들과 팀을 이루어 우리가 상이한 방식으로 소설을 읽을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즉 ‘주의를 집중’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어떤 차이가 나는지를 조사한 결과가 나옵니다(콜린스의 두 인용문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필립스와 동료들은 이 연구를 통해 우리가 소설 한 편을 ‘집중해서’ 읽을 때는 등장인물들의 느낌과 행동에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소설의 심리학을 연구하는 인지과학자 키스 오틀리Keith Oatley는 소설을 읽는 것과 공감 및 마음 이론의 기반으로 알려진 인지 과정 사이에는 강한 관련이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오틀리는 요크 대학교 동료인 레이먼드 마Raymond Mar와 함께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동안, 타인의 관점을 취해보는 과정34과 소설 내용(인생의 거대한 감정과 갈등이 주기적으로 전개되는 공간) 자체가 공감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도덕 실험실’(사회과학자 프랭크 해크멀더Frank Hakemnlder가 만든 명칭입니다)35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 지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일찍 너무 크게 자랄 경우에는 우리가 읽는 것과 아는 것 사이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새로운 정보를 파악한 후 추론과 비판적 분석을 곁들여 해석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지식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될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점점 외부의 영향에 취약한 인간이 될 것입니다. 때로는 의심스러운 정보를, 때로는 거짓 정보마저 지식으로 오인하고 쉽게 따라가겠지요. 더 나쁜 경우에는 진위 여부조차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즉 폭넓게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에 적용할 자원이 많아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용할 자원이 적어지면서 추론과 연역, 비유적 사고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결국에는 가짜 뉴스든 날조 뉴스든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청소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깊이 읽기의 나머지 과정이 작동하는 빈도도 줄어들어 이미 알고 있는 것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게 되지요. 지식이 진화하려면 계속 배경 지식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실 정보는 증명될 수도 없고 확증될 수도 없는 외부 원천에서 옵니다. 이런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지, 새로운 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가 우리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배경 지식과 분석적 사고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질이나 우선순위가 정확한지, 혹시 외부의 동기와 선입견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정보를 받아들이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42.

유추의 과정, 추론의 과정, 공감의 과정, 배경 지식의 처리 과정 사이의 연결을 꾸준히 강화하면 읽기의 차원뿐만 아니라 더욱 많은 차원에서 유리해집니다. 읽기를 통해 이런 과정들을 연결하는 법을 계속 배운다면 이는 삶에도 적용되어 자신의 동기와 의도를 구분할 줄 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도 더욱 명민하고 지혜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것은 공감을 통한 연민의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전략적 사고에도 도움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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