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쫄바지 앞을 쳐다보았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점프하는 발레리노의 그 부분을 자꾸 쳐다보게 되거나, 동물원에서 사자의 덜렁거리는 뒷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밋밋하고 평평했다. 이 사람은 설마 어떤 영험한 거세를 통해 영원한 젊음을 얻은 건가.

"스포츠 브라 같은 팬티를 입어요, 이이는. 스펀지가 잔뜩 달린. 걱정 마세요. 안에 있을 거 다 있어요."

? 비싸서 그래. 사람보다 크레인이. 그래서 낡은 크레인을 계속 쓰는 거야. 검사를 하긴 하는데 무조건 통과더라.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정말로 난 데가 없어요. 부모가 없어요. 그냥 어느 날 눈 뜨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항상 이 근처에서 태어나요. 23.8제곱킬로미터 안에서 늘 태어났습니다. 행정 구역은 많이 바뀌었지만 말입니다."

"언제부터 태어났는데?"

"하북 위례성 때부터 기억이 나요."

은영은 이제라도 혜민에게 존댓말을 써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차에서 내리는 매켄지는 딱 보기에도 새것인 송치 가죽 재킷을 입고 있었는데, 보는 능력이 있으면서 어미 배 속의 새끼를 꺼내 만드는 가죽을 택하다니 그런 점이 너무나 매켄지다웠다. 보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잔인한 공정의 가죽 제품이나 기름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차에 무딜 수 있다. 하지만 뚜렷하게 보는 사람이 하는 선택치고는 가장 나쁜 선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가는 매켄지의 변화를 두고 신수가 훤해졌다고 할 테지만 은영에겐 그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어마어마하게 탁해진 게 보였다. 선한 규칙도, 다른 것보다 위에 두는 가치도 없이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 특유의 탁함을 은영은 견디기 어려웠다.

대흥의 설명을,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세계를 특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에게는 끄트머리에 그렇게 덧붙여 주기도 했는데 그러면 아이의 눈 안에서 뭔가가 반짝였다. 대흥은 그 반짝임 때문에 늘 희망을 얻었다. 뒤에 오는 이들은 언제나 더 똑똑해. 이 아이들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나을 거야. 그러니까 그 바보 같은 교과서를 막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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