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여행의 역사 - 철도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볼프강 쉬벨부쉬 지음, 박진희 옮김 / 궁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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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로 인해 공간이 살해됐다! 무시무시한 전율과 충격….”

지금이야 철도가 평범한, 오히려 조금은 구식인 추억의 교통수단이지만, 철도가 처음 등장한 1825년 영국에서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철도는 단순하게 새로운 교통 수단이 하나 더 등장한 것이 아니라, 산업혁명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며 그것을 넘어서서 유럽인들의 시공간 의식, 일상문화,사회 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변화의 흔적을 흥미롭게 추적한 인문교양서다. 철도가 19세기 유럽인의 일상과 의식 문화 심리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당시의 유럽 풍경을 세밀하게 복원해냈다. 즉, 문화사적인 시각으로 철도를 이해한다, 철도를 통해 19세기 유럽 풍경을 읽어내는 철도의 문화사인 셈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역사읽기를 시도하는 한 가지 방식 중의 하나이다.

마차 여행이 주변 풍경과 사물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나와 관련된 공간이라는 것을 인지시켰던 반면, 철도 여행은 빠른 속도로 주변 풍광이 스쳐지나가게 함으로써 그것들 그저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대상으로 격하시켜 버렸다. 그 '빠름'으로 인간의 시간 공간을 확장시켰지만 동시에 인간과 하나였던 시간 공간개념을 무너뜨린 것이다.

철도는 또한 시간이라는 개념이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강력한 기제가 될 수 있게 하였다. 예전에는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고 정확할 필요가 적었던 출발시간을 지켜야 하고 역사(驛舍) 안에서 기차를 기다리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서에 순응할 것을 강요했다. 철도는 철도역을 중심으로 도시의 모습도 재편했다. 즉 근대화, 산업화의 근본적인 상황들이 철도를 통해 나타난 개인과 사회의 문화에서 나타났고 또한 이것들을 바꾸어 나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철도 역시 그 사회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성격이 달랐음도 설명하고 있고, 철도와 인간의 심리적 의학적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서기술문명의 이면에 감춰진 부정적 현상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철도가 놓인 것은 19세기 말, 외세에 의한 것이었다. 19세기 유럽의 모습이 철도의 등장으로 인해 이렇게 변했다면 우리는 어떻게 변해왔을까도 상당히 궁금해진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근대적 시간' 속으로 재편되었던 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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