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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기행 1
후지와라 신야 지음, 김욱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원작은 81년에 출간했는데 지금 보아도 잘 찍은 사진이라고 느낄 만큼 작가의 솜씨가 대단합니다. 우울하고 어두운 사진이 대부분입니다만 이 당시의 아시아의 모습이기도 하겠습니다. 사진은 시대 분위기와 작자의 이야기가 잘 어울립니다. 책 전체에서 이런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특이하면서도 흥미롭습니다.
동양기행 1은 삼분의 이를 터어키에 대해 할애하고 있는데 거리,식당 그리고 사창가에서 만난 일반인과의 접촉을 담담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남성적 시각의 한계입니다. 예를 들어 책의 많은 부분은 터어키와 인도의 매춘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반면에 회교도의 땅은 주마간산 격으로 훓고 지나 가는데 아마도 술과 여자가 없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50대 남자가 쓴 산티아고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는데 수컷이 갖은 갈망을 군데 군데 적어 놓은 것을 감안한다면 한창 청춘이였던 작가도 그러하리라고 충분히 짐작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 드문 동양 출신의 작가가 남긴 여행 사진으로서는 기대에 조금 부족합니다.
작가는 자신의 자리가 단역이라고 낮추고 현재인을 "천재적인 연기자"로 내세우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영역 내이기 때문에 그가 깊은 시각을 가진 "관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