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플라톤 날아라 칸트 1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 / 해냄 / 199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보기 드문 철학 입문서이다. 기존의 어린이를 위한 철학 서적이 서양의 것을 그대로 번역하여 문화적인 괴리감 때문에 어린이들의 실제 사고 속으로 쉽게 접근해 들어가는데 어려움을 겼었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서양철학을 다루면서도 우리 어린이들이 직접 겪고 있는 경험 속에서 그 주제들을 도출해 놓았기 때문에 흥미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에서 등장하는 철학자들은 이제 더 이상 일상인들과는 괴리된 거대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들이 감히 범접하기 힘든 성인이 아니라, 어린이들을 지혜로 이끄는 친구로 나타난다.

이 책의 기본 아이디어는 한때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었던 '소피의 세계'와 흡사하다. 탐구욕이 있는 어린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것을 철학적 의문으로 연결시켜 주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소피의 세계'의 기본 틀과 일치한다. 그러나 이 책이 '소피의 세계'의 아류작으로만 비춰지지 않는 까닭은, 주인공이 철학적 사유에 빠져드는 과정이 다분히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즉, 단순한 관념의 지적 호기심에서 무작정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어린이들이 현실 상황 속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동기 부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린이와 철학자의 대화를 통해 나타난 철학적 주제들을 그저 논의하는데 그쳐 혼란만을 주거나 섣불리 답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수준에 맞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의식하고, 각 단원의 말미에 그에 관련한 배경 지식과 철학적 견해들을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제공하고 있다. 자칫 난해한 이론에 빠져 골치만을 아프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세계에 젖어들어 그 맛을 흠뻑 느끼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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