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보다 2021
강보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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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만한 한국문학책 꾸준히 읽는 사람들이라면 알 문학과 지성사의 ‘소설보다 (계절이름)‘ 시리즈. 매 계절마다 단편소설 3편씩이 계절감있는 표지에 묶여 매우 착한가격 (3500원!) 에 나오는 시리즈이다. 그 시리즈가 드디어 시집도 나왔다. 2021년 1년동안 나온 시 중, 등단 10년 이하의 시인들이 쓴 시들을 보고 9인을 선정, 추가 시와 산문한편을 부탁해 모은 <시 보다 2021>.

이 시집은 음....쉽진않다. 시를 올해 꽤 다양하고 많이 읽었다 생각했지만 아직 한참 먼 듯하다. 여전히 의식의 흐름같고 뭔가 일상논리가 아닌 리듬으로 써진 글은 소화하고 느끼는 감각이 많이 발달되지 않아서인지 생소하고 어렵다. 산문시도 여전히 어렵고, 가끔은 단어반복이나 주문(?) 처럼 줄줄나오면 좀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 실린 시들을 이해할 실마리를 맨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기획의 말˝ 에서 얻을 수 있었는데, 그건 시를 선정할때 우선순위가 ˝시 언어의 운동에너지˝ 였다는 것이다. 아하! 확실히 내 이해의 범주안에 있건 그렇지 않건, 각 시인의 시는 운동력이 충만했다. 때로는 좀 무서울정도로 운동력이 요동치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은 직관적으로 이해가능하게 역동적이었다. 어쨌든 시어들과 시의 움직임은 매우 다이나믹 했다.

올해의 가장 다이나믹한 젊은 시인들의 시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지체없이 꼭 읽어볼 것. 시집으로는 거의 <반지의제왕> 급 두께인 250쪽이 넘는 이 시집의 가격은 7000원. 올해의 가장 에너제틱한 시의 언어를 맛보기엔 매우 착한 가격이다.

아직 시의 눈이 다 뜨이진 않았지만 오로지 내 느낌과 마음으로 좋았던 구절들 모음

🔖(41쪽)
겨울은 멀고,
사랑은 이르다.
겨울이 겨울다울 수 있는 건
함께 있지 않아서야

<눈사람을 보면 이상해> -강혜빈

🔖(51쪽)
혼자서 빗속을 걷는다
비와 함께 걷는다

이 비를 기다렸다

<이 비>- 강혜빈

🔖(143쪽)
우리는 모두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한 걸음걸이를 가졌지
얼마나 각자가 위태로운지

<현실의 앞뒤> -박세미

🔖(182쪽)
책 속에서 출렁이는 물을 만났어 몰캉몰캉한 젤리들이눈 속으로 가득 쏟아졌어 이렇게 고요한 밤에 어떻게 나는 숨을 쉬고 말을 할 수 있을까 불 속에서 녹아내리는 몸줄곧 가지고 다닌 비밀과 질문 정말이라면 그것이 정말이라면 물은 까맣고 까만 것은 무한하기에……
<비밀과,질문, 비밀과 질문>- 백은선

🔖(253쪽)
어느 여름 오후

선생님이 사과 한 알을 교탁에 올려놓고
그것에 대해 쓰라고 하셨을 때

소녀들은 죽음과 눈물과 폭력과 섹스와 오물과 고통을생각하는
완벽한 방법을 알아낸다.

음악이 시작된다.
<헤테로포니> -임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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