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 내 마음대로 고립되고 연결되고 싶은 실내형 인간의 세계
하현 지음 / 비에이블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세번째 하현 작가님 책, 하지만 내가 읽은 첫 단독 에세이 책이다. <우리는 밤마다 이야기가 되겠지> 에서 ˝그래도 글을 쓰겠지. 글을 써야지˝ 라고 다짐하며 매일 자정 10줄의 글을 쓰던 작가의 꾸준함은 매 꼭지가 10쪽에 달하면서 산만하지 않은, 한 주제에 대해 일관적으로 연결된 그녀의 다양한 시간 속 사건이 예쁘게 꿰메어진 퀼트같은 글이 모인 책이 되었다. 특히 저자가 자신의 정체성으로 지목한 ˝실내형 인간˝ 의 이모저모를 다룬 1장은 미끄러지듯이 읽었다. 그리고 수많은 순간 내적 끄덕임을 보냈다. ‘그렇지! 사람을 만나는건 좋지만 가끔 취소되면 나쁘지 않지!‘ ‘역시 집순이가 나만은 아니었어! 집최고! 이불밖이 최고야‘ ‘그치 집순이 최고의 여행은 호캉스와 세계여행 프로지!!!‘ 같은

특히 또 좋았던 꼭지는 sns 마케팅에서 남용해서 본의미가 축소된 소확행에 대한 솔직한 심경(?) 토로였다. 소확행도 좋지만 사실 크고 불학실한 행복도 청년인 우리에게 남아있는 세상이었음 좋겠다는 사뭇 심각한 말을 ˝솜 포함 35000원짜리 차렵이불말고 그 이불을 편안히 덮고잘수 있는 집˝ 이라는 구체적 살과 함께 넌지시 건네는 목소리라니.

먹는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저자가 마트 판촉알바를 하면서 같리 일하는 동료언니들에게 정월대보름 오곡밥을 얻어으며 그날의 진상손님 스트레스를 이기는 꼭지와 키즈카페에서 만난 8살 손님에게 믹스커피를 건네던 꼭지도 그 상황을 혼자 상상하며 즐겁게 읽었다.

이 단락은 쓸까말까 했지만 내가 사랑하는 에세이 장르가 더 상향평준화 하길 바라는 바람에 조심스럽게 써본다. 바로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구름조각만한 아쉬움이다. 장 (part) 제목에 대한건데, 2장과 3장도 1장처럼 저자의 고유성이 더 잘 드러나는 구체적인 제목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 아쉬움은 책방에서 이 책을 넘기다 파트 제목들을 보고 그저그런 에세이로 오해할까 하는 마음에서다.
이 책은 위로를 팔고 무조건 너대로 살라는 말을 늘려서 하는 에세이 이상의 고백과 목소리가 담긴 글이다. 한두번 퍼마시면 없어지는 얕은 웅덩이가 아닌, 저자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과 희망하는 미래까지 이어진 이야기가 공존하고 공명하는 우물같은 책이다.

많은 이가 이 책을 만나고 나처럼 내적 공감, 내적 자극을 받으며 저자와 대화할 수 있길. 그리고 같이 씩씩하게 살아갈수있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