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월, 그 비밀들 ㅣ 마음틴틴 11
문부일 지음 / 마음이음 / 2022년 4월
평점 :
4.3에서 오늘에 이르는 폭력을 증언하는 <4월, 그 비밀들>
문부일 작가의 작품은 늘 그렇듯 진정하다. <불량과 모범 사이>에서 <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 <굿바이 내비>에서 <알바 염탐러>에 이르는 청소년 소설들은 하나같이 사회의 저변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청소년의 모습을 치열하고 따뜻하게 그려왔다. 그래서 많은 청소년들은 물론, 어른들에게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굳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고 다독여줌으로써 끝내 감동받게 하는 소설. 나 또한 그의 소설에 빚진 것이 많은 사람 중 하나이다. 그의 <10대를 위한 나의 첫 소설 쓰기>는 10대는 물론, 10대를 위해 소설을 쓰는 작가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 주었다.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내게 익숙한 것들의 역사>는 <4월, 그 비밀들>의 탄생을 이미 예견했다고 볼 수 있겠다. 개인의 삶에서 역사와 사회에 대한 냉철한 인식으로 이어지는 작가의 꾸준한 행보에 경의를 표한다.
<4월, 그 비밀들>처럼 제주 4.3의 이야기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이렇듯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이 있을까. 오늘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더욱 의미롭다 하겠다. 작품의 갈피마다 4.3의 아픔은 물론, 아픔을 넘어 제주의 삶과 풍습, 풍광, 사투리가 고스란히 육화되어 담겨 있다. 제주 출생으로 청소년기를 제주에서 보낸 그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작품이 아닐까.
또한 이 작품은 4.3뿐만 아니라 오늘의 현실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 또한 깊이 응시하고 있다. 역사 속의 폭력과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을 교직하여 엮어낸 구성은 이 작가가 얼마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짓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점이다. 역사는 과거가 아니듯이 오늘의 현실은 미래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읽는 일이야말로 오늘 여기서 4.3의 비극을 돌아보고 일상의 폭력을 준엄하게 성찰하며, 미래를 설계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어른들은 아이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어른들 못지않게 아이들도 고달플 때가 많다. 나이를 떠나 삶은 모두에게 힘들고 매순간 넘어서야 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니까. P. 79
제주도에 오는 수많은 관광객들 중에 제주 공항 근처의 땅속에 수백 구의 시신이 묻혔다는 것을 몇 명이나 알까? 정방폭포와 성산일출봉의 경치를 감탄하며 사진만 찍을 뿐, 그곳에서 대규모 학살이 일어났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P.138
이 계절에 제주 여행을 꿈꾸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나도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은 후의 여행은 전과 다를 것 같다. 한라산을 오르다, 정방폭와 성산 일출봉에서 문득 멈춰 서게 될 것이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희생자와 고통스러운 삶을 사신 분들께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친구가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다고 코치님께 말했다면 그 녀석은 지금 살아 있겠지?”
“이제라도 증인으로 나서면 되는 거야.”
“선배의 협박보다 그 녀석을 질투하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기를 바랐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망설였는지도 몰라. 그런데 평생 사죄하며 살았던 네 할아버지, 피해자인 강생이 할아버지와 펜션 할머니를 보니 늦었지만 이제라도……” P.143
역사를 통해 현재의 나를 성찰하는 아이 규완.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의 전언이 새삼 귀하게 와닿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