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우물 현대시 시인선 148
송정화 지음 / 한국문연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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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낸다는 것, 그것은 늘 경이롭고 또 아뜩하다.

나름의 살풀이를 하듯 시를 읽는다.

아주 오랜 기다림처럼 가슴을 적시는 시편들을 만나는 행운,

쉽지 않은 행운이다.

 

어쩌면 오래 전부터 내 안에 한 여자가 살고 있었고,

그 여자, 거미였으며 그녀의 안에 우물을 품고 있었던 거다.

밤 닮은 우물을..

세상에서 가장 깊은, 끈끈한 눈물주머니 같은.

 

시인은 상실의 아픔을 지났거나 혹은 견디고 있는 중이리라.

자꾸 헛놓이는 마음예 부려도 좋을 듯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잊지 않기 위해

힘겹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 암병동의 들숨, 날숨 같은

해 저무는 길목,

 

문 넘어 달빛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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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어디쯤 오고 있을까요 - 이성아 소설집
이성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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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해보고 싶은 사랑이거나,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사랑, 거부해도 오고야 마는,  

오래된 항아리 속에 담긴 비밀스러운 이야기들... 

그것이 이성과의 사랑이든 부모와 자식간의 것이든, 이웃간의 것이든 한결같이 단단한 서사구조 속에서 때론 태풍처럼 격력하고 때론 죽음처럼 고요하게 그물을 치고 들어와 결국 가슴을 친다. 

낯익은 얼굴로 다가오는, 그러나 날것이 아닌, 농익은 이야기의 힘, 이 작가의 작품에는 힘이 있다.  모름지기 소설이란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쓸쓸하지만, 이야기는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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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다이어리 창비청소년문학 32
표명희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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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시기에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사람은 달라진다. 십대라면 그것은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십대에는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게 문제이다.     

전설의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배기음이 심장소리를 연상시킨다는. 그 멋진 것을 타고 앨리스를 만나러 떠나는 빔, '파리 텍사스'를 본 후 빔 벤더스 같은 감독이 되는 꿈을 꾸었단다. 당찬 녀석이다. 아니 이 소설의 설정부터 당차다.  그러나 여기에는 깊은 페이소스가 있다. 엄마는 세상을 등지기 전에 아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하기 위해 할리를 마련해놓은 것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엄마가 아들에게 남긴 선물인 셈이다. 세상에 이렇게 멋진 선물을 하는 어머니라니. 그것이 선물임을 아는 아들이라니.

소설을 읽으면서 빔과 함께 나도 여행을 떠났고 여행을 하면서 나를 만나곤 했다. 어설프고 찌질한, 그러나 어떤 위기에서 굴하지 않는. 여행길에서는 뜻하지 않은 일과 부딪치고 뜻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마련이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여행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이라.   

어이없이 할리를 잃어버리게 된 빔은 할리가 자유를 위해 치러야 했던 대가임을 깨닫는다.
소설 속에 인용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처럼 이 여행을 끝낸 빔은 더 이상 그 이전의 빔이 아닐 것이다. 그 차체로 오프로드 다이어리는 의미가 있으며 빔에게는 물론 독자에게도 의미 있는 것이리라. 유난스럽게 수다스럽거자 화려하게 포장하지도 않고, 그래서 진정함으로 생을 만나게 하는 소설이다. 진정성 있는 소설은 그런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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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생관 최북
임영태 지음 / 문이당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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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인은 자기 안에서 불멸을 길어 올리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는 최북의 말은 쨍 소리가 날 것 같은 겨울날 가슴 한 복판을 탁 치고 들어왔다.

'세속의 변방을 쓸쓸히 유랑하는 것으로 자기를 완성하고, 불온하고 순정한 정신은 꽃으로 남아 사람들을 위로한다.' 역시 가슴을 때리고 울린다.

웅숭깊은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정치한 심리묘사, 간결하면서도 날카로운 문장에 깃든 고색창연한 미감은 가히 고수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경지이다. 예인의 삶을 그야말로 가장 예인답게 그려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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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물고기
김지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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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한 묘사로 이루어낸 섬뜩한 이미지, 강렬한 몸의 언어에 감탄했다.

필시 치열한 작가의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작품들이다.

드물고, 귀한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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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2007-11-1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훌륭한 작가입니다. 타 작가에 비해 주목은 덜 받지만, 기대해볼 수 있는 전도유망한 작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