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사랑 - 제18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26
조우리 지음 / 사계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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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사랑을 만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가을 <, 사랑>을 만난 건 축복이다.

고등학교 2학년 유튜버를 꿈꾸는 오사랑은 주변의 공기가 단번에 바뀔 정도로 멋진 웃음의 주인공 솔이를 만나 나비라도 삼킨 것처럼 아랫배가 간질간질해지는경험을 한다.

둘은 과연 사랑의 열차에 오르게 될까.

내가 감동할 때 같이 감동하지 못하면 친구라고 할 수 없어.”

, 감동계의 파시스트냐!”- P.22

솔이의 음악이 좋아지만 좋아질수록 솔이가 좋아졌다. 솔이가 좋아지면 좋아질록 솔이가 보내준 음악이 좋아졌다. 솔이가 나타나면 모든 바람의 방향이 한꺼번에 바뀌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솔이의 주변에는 안개처럼, 느슨함과 무심함의 분위기가 어려 있었다.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하고 설레게 했다.’ - P.28

이건 분명 사랑의 시작이다.

그런데 오사랑,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자랑하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솔이의 옆에 있고, 내 마음이 이렇다는 걸 숨기고 싶지 않다.’ - P.46

페북에 함께한 사진을 올리고 메시지도 보내버렸다. 댓글 파티가 열린다. 유명해지고 싶다는 이유로 유튜버를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유튜버를 포기한 날, 여고생 레즈비언 커플로 유명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시작과 동시에 시련이 시작된다.

유튜버의 꿈 대신 솔이가 꿈이된오사랑, 솔이에게 집을 떠나자고 말한다. 솔이 또한 그러자고 한다. 그렇게 둘은 완벽한 한 팀이 된다. 돈을 마련하려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레즈비언 커플로 알려진 뒤 수난은 계속된다. 은따! 더 이상 이곳에 머물 수 없다. 당장 떠나자.

돈 될 만한 것을 찾으려다가 비밀스런 상자에서 발견한 친아빠의 존재. 18년 동안이나 몰랐던 그 엄청난 비밀에 오사랑은 혼란스럽다.

엄마는 말한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지구 반대편에 하나 더 있는 거야.” - P.99

오사랑은 스케일이 크다. 기왕 솔이와 멀리 떠날 거라면, 아빠가 있다는 영국으로 가자. 지금 당장 영국으로! 사랑은 동의해주는 솔이가 제정신이 아니어서 너무 좋다.’

그렇게 모험은 시작된다. 그들은 사랑의 열차가 아니라 사랑의 비행기에 오른다.

모험은 녹록치 않다. 뜻밖의 노숙.

텅 빈 집에서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밤보다 춥고 힘들어도 너랑 같이 있는 밤이 훨씬 좋았어.”

나도 좋았어.”

그런 순간들을 잘 간직하고 있다가 힘들 때 꺼내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지방처럼?”  - P.127

작가는 매순간 이렇듯 반짝반짝 나는 언어로 단번에 독자를 사로잡는다. 철저하게 십대의 언어로 말하지만 온 세대가 그 언어에 이끌리고 빠져든다.

나는 가끔 어떤 언어들은 경이로워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작가의 언어가 바로 그렇다.

<, 사랑>은 사랑스럽다. 주체적으로 삶을 이끌어가는 이솔과 그야말로 정신없이, 미친 듯이 감정이 날뛰고, 무엇에든 빠져드는 오사랑. 오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자꾸만 감탄하게 된다. 한 번 시작된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사랑을 찾기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겠다는 용기, 진정한 사랑과 마주하겠다는 결기. 작가는 어떤 경우라도 삶은 절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유리의 표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임을 끝내 역설한다. 사랑이 사랑일 수 있는 이유는 온몸으로 서로를 껴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 순정함이 무한한 환대를 부를 수 있다는 것까지.

내가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P.140

아빠를 찾자. 기어이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녹록치 않다.

나는 나를 텅 비우며 지켰는데 이 사람은 다 가진 채로 지켰구나. 어른이라 그런 걸까. 아니다. 모든 어른이 다 그렇지 안하는 건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자기의 정원이 있는 어른이 되는 거지?’ - P. 152

오사랑은 텅 비우며 견뎠듯 앞으로의 없음 또한 견딜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 모두에게는 사랑의 순간이 있었고,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오사랑은 스스로 사랑하고 끊임없이 사랑을 전염시킨다. 존재 자체로 사랑 바이러스다. 그리하여 끝내 우리 모두 사랑에 감염되게 만든다.

또 한 가지,

오사랑은 세상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살아가며 타인으로 하여금 다르게 살아가도록 이끈다. 오사랑이 사랑에 금방 빠지듯 우리 또한 이 소설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이 소설 속에 내장된 보석 같은 힘이다. 그것은 작가의 역량이기도 할 터이다.

오사랑은 이 반짝이는 사랑의 여정에서 말한다.

떠나야만 마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는가 보다.’ - P. 153

그리고 대가족과 해우하는 리틀 헤이븐’.

작가는 가족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 방식이 남과 다를 뿐만 아니라 무한이 열려 있고 참으로 유연하다. 예컨대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오사랑은 축복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축복을 끝내 축제의 장으로 이끌어간다.

외로움과 절망에서 길어 올린 사랑, 그래서 더욱 빛나고 찬란한 사랑의 의미는 오사랑과 솔이의 사랑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리틀 헤이븐에서 만난 가족의 풍경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오사랑이 탄생시킨 가족의 풍경은 하나의 축제다. 그 축제에 우리 모두가 초대받은 기분이다.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중요한 건 우리가 좋아했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우리를 여기로 데려다준 거야.”

                                                                                                                         - P.213

그리고 오사랑의 입을 통해 작가는 말한다.

내 인생은 온전히 내 것이고 무한한 가능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내 삶이 얼마나 많은 사랑으로 충만할지, 마치 보리수 나무 아래의 석가처럼 명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 만난 적은 없지만 만약 존재한다면 신과, 내 부모와, 내 부모를 있게 한 그 부모의 부모와 인류 전체에게 입 맞추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리고 이 기분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 - P.214

이처럼 아름다운 성찰을 이끌어내는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랑을 향한 가열찬 행동과 사랑의 섬세한 감정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묘사에서 온다. 또한 작가가 깔아놓은 복선들에 의한 절묘한 구성과 거침없는 속도감에서 온다. 무엇보다 꿈틀거리며 육박해 오는 언어의 육감에서!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

이 모든 계절이 지나고 나면, 내가 받은 사랑과 기쁨을 모두 몸에 축적해 두었다가 다가올 인생의 슬픔과 괴로움을 견딜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야겠다.’ - P.219

오사랑의 다짐은 사뭇 사랑스럽다. 이들이 얼마나 용감하고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가는지를 알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사랑이란 얼마나 찬란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이 유쾌한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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