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 2018 제12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1
조우리 지음 / 비룡소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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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이 되고 싶지 않은 청춘들에게 바치는 헌사! 


지금, 여기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고달픈지 모른다면 쓸 수 없었을 소설들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삶의 비의마저도 생생하고 유쾌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그 언어의 힘에 매료되어 아프고 처절한 이야기를 읽고 나면 가슴 한 구석이 아릿하면서 희망으로 부풀어오른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 폭풍 감동과 작가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갖게 되는 지점이다. 


불편한 현실과 현실을 불편하게 만들어놓고 뒷짐만 지고 있는 기성세대에 대한 고발장처럼 읽히다가도 존재의 쓸쓸함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읽히고, 더없이 따뜻한 위로로 읽히기도 한다. 때로는 감각적인 언어로 거침없이 도발하다가도 자기 안에 한없이 침잠하는, 그야말로 읽는 이를 쥐락펴락하는 작가의 솜씨가 예사롭지 않음에, 절로 경탄하게 된다.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언어를 따라 읽다 보면, 작가가 작품 속에 숨겨둔 비장의 카드를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고 삶의 경이와 고통이 직조된 작가만의 호흡을 느끼 수 있다. 사뭇 고수의 경지이다.

 

아울러, 작가가 말했듯이 어디에도 갈 곳 없는 누군가에게 이 책이 단 하나의 갈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이 작품이 가진 힘이다! 이 작품 속 인물들이 청춘들에게 보내는 헌사의 지고함이다!


봄! 어쩌면 이 책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이 시간은 행복하다.

우유 냄새와 아이의 땀 냄새, 축축하고 더운 습기 같은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어둡고 폐쇄적인, 구석진 방들, 가보기 전엔 절대 알 수 없는, 세상의 눈에 띄지 않는 모퉁이 같은 장소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와 단둘이 그리로 몸을 완전히 구겨 넣는 일 같은 거였다. 그 안에서 엄마들은 아무도 모르게 늙어가고 아이들은 자란다

그리고 겨울이 끝나면 기 잠에서 깨어나 세상의 모든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볕을 온몸으로 맞으며 내 아이와 눈을 마주볼 것이다.

여름은 헤어진, 집요한 연인 같다. 돌아서서 가는 듯싶더니 다시 달라붙고 또 돌아서서 드디어 사라져 가는 듯싶더니 어느새 집 파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그 지긋지긋한 반복에 익숙해져 더 이상 떠나기를 기대하지 않을 때 갑자기 여름이 떠났다.

하연은 재경의 손을, 깊은 물속에서 만난 동아줄처럼 더욱 단단히 붙잡았고 그 체온에 그 온기에 눈물이 났다. 재경도 하연의 손을 더욱 세게 잡았다. 재경과 하연은 망연히 어두운 숲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재경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잇는지 하연은 알 수 있었다. 그건 완전히 같은 생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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