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제도가 여러 조각으로 해체되었지만 사람들의 삶은 공동체가 아니라 해체된 제도의 파편 속에 갇혀있다. 노동은 가족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고, 일터는 예전 동네와 같은 공동체가 아니라 낯선 이방인들이 스쳐 지나가는 간이역처럼 되어버렸다. 한곳에 정착하고 살기보다는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유목민처럼 떠돌이 삶이 글로벌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거대한 제도는 깨졌지만 더 많은 공동체는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중략)
기실 공동체만이 하나의 문화를 단단하게 결합시키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다 예건대 사람들이 도시를 방문하는 이유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지라도 그 도시의 문화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가 공동체와 구성원의 삶을 지탱해주어야 한다는 문제는 공동체의 크기와는 다른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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