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는 잘리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속이 텅 빈 듯 가벼웠다. 발로 한 번 팍 밟으면 완전히 바스러질지도 몰랐다. 나는 나뭇가지를 있는 힘껏 멀리 던졌다. 하지만 그건 바다에도 가닿지 못했다. - P27

"그래도 말했어야지."
"뭐하러 그래. 별일도 아닌데 괜히 걱정하고. 마음 졸이고."
진영은 다시 또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바람이 너무 많이불어서 불을 붙이는 데 좀 애를 먹었다.
"마음 졸이게 했어야지."
"뭐하러."
"같이 졸이게 해줬어야지."
나는 더 할말도 없고 더 하고 싶지도 않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 그만 가자."
진영은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P30

"근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뭐가?"
"만약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아무 말 않고 있다가 모든게 다 지나간 다음에 결과만 딱 알려주길 원하냐고."
나는 곰곰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래" 하고 대답했는데, 그뒤로한참이나 진영이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곰곰 생각할 시간이나서 생각해본 다음에도 대답은 여전히 그래, 였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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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길을 찾거나 우편물을 수취하는 데 유용하라고 발명된 것이 아니라(물론 이 두 가지 기능을 훌륭히 발휘하지만) 세금을 매기고 범죄자를찾아 투옥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고안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 번지의 존재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길을 찾을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쉽게 사람들을 찾을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 P150

그는 "유능한 선전 기관이 해야 할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익숙한 것을 가져다가 식자부터 필부에 이르는 세간의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적절한 맥락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단순한 메시지는 사람의 마음을교묘하게 파고들어 가 영구적으로 자리 잡는다. 그렇다면 거리이름보다 단순한 메시지가 또 있을까? - P258

디지털 주소는 분명 삶을더 편리하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삶을 더 다채롭게 만들어 줄것 같지는 않다. - P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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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모든 것은 대개 권력에 관한 문제다. 이름을 짓고, 역사를 만들고, 누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왜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권력 말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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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급진적인 입장과 중도적인 입장은 두 가지 생각에 있어 일치한다. 하나는 예술적인 인정이 공인의 한 형태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공인이라는 행위가 사회적인 인정으로 작용하면서 작가들의 권위에 의한 남용을 은폐하고 심지어 그 작가들을 ‘저주받은 예술가‘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남용을 정당할 우려가 았다는 점이다. - P107

창작자들에게는 이러한 직업윤리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창작 직군을 규제해야 할것인가? 이 질문은 적어도 토의할 만하다. 직업 윤리가 언제나 체계화된 규정의 형태를 띠지는 않지만, 그것은 직업에 대한 규범으로서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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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고 늘 새로운 반복. 그리고나는 송어 다섯 마리를 잡았다. 어디에서? 바로 역 뒤에서. 이만한 놈들이었지. 가끔 나는 놀랐다. 이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그렇다. 이것이 인생이다. 하루에 기차 두 대가 오가고, 끊긴 선로에는 풀이 덮이고, 그 바로 뒤에는 병풍 같은 우가 나타나는 것이. - P82

제일 많이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의 역에서 보낸 조용하고 표화 없는 시절이다. 지금 내게는 최선을 다해 나를 돌봐주는가정부가 있다. 그러나 수건 한 장을 찾을 때나 침대 밑에서슬리퍼 한 짝을 꺼낼 때마다 나는 얼마나 커다란 사랑과 배려가 그 질서 속에 그 모든 것 속에 담겨 있었는지를 비로소깨닫는다. 서러운 고아가 된 느낌이 들어 목이 멘다. - P120

흠, 첫 번째는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이고, 두 번째는 출세를 위해 몸부림치는 억척이이고, 이 우울증 환자가 세 번째인물이지. 유감이지만 그것은 세 개의 삶이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야. 절대적으로 극단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삶이지.
그건 전체적으로 볼 때 한 개의 평범하고 단순한 삶이야.
난 모르겠어. 그 억척이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어. 이 우울증 환자는 끈질기게 출세를 추구할 수가 없었지. 행복한 인간이 우울증 환자가 될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이고, 말도 안돼, 여기에 세 인물이 있는 거야.
그리고 인생은 하나뿐이었고 - P159

보라고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해야 했어. 그런데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다모여들었잖나. 평범한 인간, 억척스러운 인간, 우울증 환시인・・・・・・ 그들 모두 자신이 나의 자아라고 그래,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그저 돌이켜 봄으로써 내 삶을 산산조각 낸 게아니냔 말일세.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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