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 모든 것은 대개 권력에 관한 문제다. 이름을 짓고, 역사를 만들고, 누가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왜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권력 말이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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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급진적인 입장과 중도적인 입장은 두 가지 생각에 있어 일치한다. 하나는 예술적인 인정이 공인의 한 형태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공인이라는 행위가 사회적인 인정으로 작용하면서 작가들의 권위에 의한 남용을 은폐하고 심지어 그 작가들을 ‘저주받은 예술가‘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남용을 정당할 우려가 았다는 점이다. - P107

창작자들에게는 이러한 직업윤리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창작 직군을 규제해야 할것인가? 이 질문은 적어도 토의할 만하다. 직업 윤리가 언제나 체계화된 규정의 형태를 띠지는 않지만, 그것은 직업에 대한 규범으로서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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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똑같고 늘 새로운 반복. 그리고나는 송어 다섯 마리를 잡았다. 어디에서? 바로 역 뒤에서. 이만한 놈들이었지. 가끔 나는 놀랐다. 이것이 인생이란 말인가? 그렇다. 이것이 인생이다. 하루에 기차 두 대가 오가고, 끊긴 선로에는 풀이 덮이고, 그 바로 뒤에는 병풍 같은 우가 나타나는 것이. - P82

제일 많이 떠오르는 생각은 우리의 역에서 보낸 조용하고 표화 없는 시절이다. 지금 내게는 최선을 다해 나를 돌봐주는가정부가 있다. 그러나 수건 한 장을 찾을 때나 침대 밑에서슬리퍼 한 짝을 꺼낼 때마다 나는 얼마나 커다란 사랑과 배려가 그 질서 속에 그 모든 것 속에 담겨 있었는지를 비로소깨닫는다. 서러운 고아가 된 느낌이 들어 목이 멘다. - P120

흠, 첫 번째는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이고, 두 번째는 출세를 위해 몸부림치는 억척이이고, 이 우울증 환자가 세 번째인물이지. 유감이지만 그것은 세 개의 삶이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야. 절대적으로 극단적으로, 근본적으로 다른 삶이지.
그건 전체적으로 볼 때 한 개의 평범하고 단순한 삶이야.
난 모르겠어. 그 억척이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어. 이 우울증 환자는 끈질기게 출세를 추구할 수가 없었지. 행복한 인간이 우울증 환자가 될 수 없는 건 당연한 것이고, 말도 안돼, 여기에 세 인물이 있는 거야.
그리고 인생은 하나뿐이었고 - P159

보라고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아주 단순해야 했어. 그런데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다모여들었잖나. 평범한 인간, 억척스러운 인간, 우울증 환시인・・・・・・ 그들 모두 자신이 나의 자아라고 그래,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그저 돌이켜 봄으로써 내 삶을 산산조각 낸 게아니냔 말일세.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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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주고받는 피상적이고 허풍스러운 대화도 그들을 향한 내 관심이 꺼진 이유였다. 한순간도 감추지 못하고 떠벌리는자랑질, 바보 같고 찌질한 거짓말과 과장, 모호한 표현과 잘못된설명. 그리고 부정으로 점철된 필리버스터. 그 모든 것에 깃든 사소한 공격성은 상대를 진이 빠지게 만들고, 이것들이 합쳐져 남자들이 모시는 위대한 종교인 ‘농담‘으로 둔갑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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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시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끔찍한 광경 앞에서 엄청난 공포와 고통, 분노와 증오 때문에 가슴이 죄이고 찢어져 정신이 마비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복잡한 감정이 일지 않는다. 지금은 단지 슬픔, 거대한 슬픔, 살아남은 자의 슬픔, 전쟁의 슬픔만이 영혼을 뒤덮고 있다. - P265

유해 발굴을 떠났던 그해에 끼엔은 잊혀 간 흔적을 찾아 울창한 밀림 속을순례했다. 호아를 떠올리며 악어 호수를 다녔고, 그의 정찰 소대 전우들을 생각하며 고이 혼을 다녔다. 바로 그때부터 전쟁을 슬픔의 빛깔로 받아들이는긴 여정이 시작되었다.
걸음마다, 날마다, 사건마다 차분하고 침울하게 그의 가슴속에 되살아났다. 슬픔의 빛으로 과거를 비추었다. 그것은 각성의 빛이었고, 그를 구원하는빛이었다. 회상 속에, 그리고 결코 나아지지 않는 전쟁의 슬픔 속에 깊이 몸을 담그는 것만이 일생의 천직과 더불어 그의 삶을 존재하게 했다. 희생자들을 위한 글쟁이로, 과거를 돌아보고 앞을 얘기하는, 지나간 세월이 낳은 미래의 예언자로 살게 했다. - P266

그리고 이것 역시 놓쳐 버린 운이었다. 고상하고 완벽하게 아름다운 정신으로 살아가는 운, 천부적인 문화적 소양을 즐기며 살아가는 운, 인품의 가치를 누리는 운, 그런 것들을 충족할 수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다시 만났을 때, 끼엔은 재회의 행복한 나날을 보내면서 프엉을 즐겁게 해 주려고 그녀가 출연하는 공연을 보러 극장에 몇 번 간 적이있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수치심의 한계를 감내해야 했다. - P277

나는 점점 내 나름의 방식대로 작품을 읽게 되었다. 이 산더미 같은 원고를읽는 단순한 방법은 순서와 상관없이 놓여 있는 대로 한 장씩 읽는 것이다. 그것은 우연의 연속이다. 놓여 있는 것이 원고든, 편지든, 수첩에서 찢어 놓은 메모든, 일기든, 글의 초안이든,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들 - P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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