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와 함께 살 수 없었다. 그냥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했다면 나는 24층에 있는 어머니 아파트의여러 창문 중 하나에서 몸을 내던졌을 것이다. - P5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만 후에 내가 알게 된 것은, 그날 할머니는 자신이 가진최선의 것들을 몸에 걸치고 나왔다는 사실이다. 최선의 것들이자 유일한 것들을 단 한 벌의 코트, 하나의 모자, 하나의 목도리, 한 켤레의 장갑. 나는 뒤늦게야 그녀가 살아온 삶의 방식을 감히 짐작해볼 수 있었다. 최소한의 최선. 그것이었다. - P96

특히 엄마에게 생판 남을 대하듯 깍듯했으며, 엄마가 말을 놓으라고 요청할 때까지 반말을 하지 않은 점 등이 엄마의 마음에 들었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알지 못했으므로 당연히 장례에 올수 없었는데도 엄마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과거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는 미안한 감정을 일절 내비치지 않았고, 그 역시 엄마에게 높은 점수를 샀다. 이제 와 눈물로 사죄라도 했다면 참기 힘들었을 거라고 엄마는 말했다. - P9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에 아빠가 침을 뱉고, 대화는다시 소의 가격, 유럽경제공동체, 남아도는 버터, 소득액과 석회가격으로 흘러간다. 나에게도 익숙한 모습니다. 남자들은 이런 식으로 사실은 아무 이야기도 나누지 않는다. 장화 뒤꿈치로 잔디를뜯고, 차를 몰고 가기 전에 지붕을 철썩 때리고, 참을 뱉고, 다리를쩍 벌리고 앉기를 좋아한다." - P12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가고 아무것도 남지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P30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 P70

지금 나에게 중요한 것은 딱 하나밖에 없고, 내 발이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아저씨는나를 보자마자 딱 멈추더니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나는 망설임 없이 아저씨를 향해 계속 달려가고, 그 앞에 도착하자대문이 활짝 열리고 아저씨의 품에 부딪친다. 아저씨가 팔로 나를 안아 든다. 아저씨는 한참 동안 나를 꼭 끌어안는다. - P9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를 키워야지 왜 개를 키워. 그 간단한 말에는 명료한 함의가있었다. 우리는 애새끼를 치고 노부모를 봉양하고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했는데 너는 왜 그 노동에서 이탈하여 한가로이 개새끼나돌보고 있느냐. - P162

그들 대부분은 정말 개가 가족이 될 수 없다고 굳게 믿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전적으로 희생했다는 징표가 없는 여자에게 불만이 있을 뿐이었다. - P1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이지 않기 때문에 느끼는 게 있지 않느냐고 자주 듣는데. 그야 보이지 않아서 느끼는 게 있긴 해요. 하지만 보이지 않으니까 느끼는 건, 보이니까 느끼는 것과 나란히 있는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해요. 그 두 가지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묻고 싶다니까. 보이지 않기 때문에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맹인을 미화하는 게 아닐까 싶어."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