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 - 마음을 움직이는 시각코드의 비밀 20
신승윤 지음 / 효형출판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에 좋게 본 영화는 '아가씨'다. 허를 찌르는 결말, 아가씨와 하녀의 숨막히는 관계, 솔직하고 적나라한 성 묘사 등이 흥미 있었다. 신승윤 작가의 첫 책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를 읽어 보니 이 영화가 재미있는 또 하나의 원인은 구도였다. 구도, 색상, 관계 등의 시각 코드가 연출된 그 장면에 나의 오감은 반응을 했던 거다. 이러한 시각 코드는 영상 예술이나 사진, 디자인 등의 시각 예술이라면 다 해당된다.

#사각형은 마음의 감옥
식스 센스의 어린이 주인공 폴은 귀신을 본다. 사각형 모양의 집 안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폴의 모습을 보면 '사각형은 마음의 감옥'이라는 저자의 발견에 동의하게 된다. 사방이 막힌 듯한 갑갑함이 어린 아이의 두려움을 대변하고 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각형은 세상과 분리된 마음의 벽이며, 이해받지 못한 세상으로부터의 도피처입니다. 사각형은 안전지대가 아니라 단절을 부르는 동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폴의 치료사 말콤의 또 다른 환자인 빈센트도 사각형 안에서 박사에게 자신을 구해달라고 애원한다. 두려움에 갇힌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하려면 불안을 걷고 성큼성큼 걸어나와야 한다. 신승윤 작가는 '그때 새로운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말한다. 마음의 감옥에서 나오려면 말콤과 같이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어린이 폴이 자신의 두려움에서 벗어났을 때는 그가 서 있는 배경이 온통 원이다. 내면의 감옥에서 탈출했음을 상징하는 구도다.

#원형은 자유
까칠하고 무력한 퇴역 장교 프랭크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도우미 알바를 하는 찰리는 프랭크의 자살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두 사람은 여행 중 중앙에 커다란 홀이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된다. 프랭크는 맹인이지만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하게 되고 함께 탱고를 추자고 말한다. 그는 탱고 여인과 원형 홀을 마음껏 누빈다. 탱고의 리듬에 맞추어 짝이 되어 춤을 추는 두 사람은 연인처럼 잘 어울린다. 내가 느끼는 조화를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원형은 불완전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완전하게 감싸주니까요."
우리의 전통 중에 강강술래라는 놀이가 있다. 강강술래는 풍작과 풍요를 기원하는 놀이다. 한가위가 되면 수십 명의 여성들이 보름달을 보며 '강강술래'를 합창하며 원 그리며 논다. 이 놀이도 원형을 기본으로 삼는다. 원형은 자유, 풍요로움, 그리고 온전함을 뜻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꽃무늬 문창살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작품, '빛'은 각기 다른 꽃문양을 서로 연결하여 '빛'이라는 글자를 만들었습니다."
이 책에 새로운 문양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빛'이라는 작품인데 신승윤 작가의 창작물이라고 한다. 저자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작은 꽃문양 하나가 제 모습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 전체 패턴은 어긋나 버립니다. 가족과 직장, 각종 모임에서부터 나라와 인류, 나아가 지구에서 우주까지 확장하는 전체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자신입니다."

서로 다른 문양을 연결하여 만든 이 작품은 다양함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느린 사람, 몽환적인 사람, 내향적인 사람도 자신만의 고유함을 갖고 태어났다. 산업혁명의 대두로 우리의 성격 또한 제품처럼 표준화되기 시작했다. 외향적이고 재치있는 사람은 환영을 받았다. 그 밖의 자산도 수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은 40평형대의 아파트에 살면서 억대 연봉을 받아. 나는 시급이 6,030원이야.

수치로 정해준 기준에 미달될 경우 낙오자로 취급받는다. 인생은 수치 이상의 찬란함이다. 저자의 작품, '빛'처럼 우리는 다르기에 소중하다. 모두가 다르지만 한데 어울려서 살아갈 때 한 폭의 작품이 된다. 다른 이와 구별되는 '나다움'이 드러날 때 오히려 조화롭다.

#우리 모두는 아티스트
"영화가 영상 예술이고 디자인이 상업 예술이라면 일상은 여러분의 예술입니다. 일상의 시각 코드를 사용하는 여러분이 곧 아티스트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시각 코드는 감성 언어다. 이 코드를 알던 모르던 우리는 코드에 숨겨진 언어를 마음으로 체득하여 눈물을 흘리거나 웃음을 터뜨렸던 거다. 이제야 나는 내가 왜 영화 '미션'에서 절벽을 오르던 가브리엘 신부를 신성하다고까지 느꼈는지 알아차렸다. 영화 '식스 센스'에서는 폴에게 감정이입을 하여 답답함을 느꼈다. '여인의 향기'에서 주인공이 탱고를 추던 모습에 환희를 공유했다. 이 모든 감정이 시각 코드가 전해준 말 때문이었다.

영화 또는 시각 예술을 보며 구도 속에 치밀한 감수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예술 감상이 훨씬 풍요로워질 듯하다. 일상을 예술로, 우리 모두를 아티스트로 만들어 준 이 책 '그냥 좋은 장면은 없다'가 내게는 무척 소중하다. 새로운 시선을 부여해 준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이제 영화를 보더라도 장면이 의미하는 감성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니네 마당 Vol.8 내 인생의 롤러코스터 - 2016
언니네 마당 편집부 엮음 / 언니네마당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관점이 분명한 잡지에요. 누군가 화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내 이야기 같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이여, 걸어라 - 걷는다는 것 혹은 나를 만난다는 것
조은 지음 / 푸른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 종로 서울극장에서 '세 가지 색, 블루'를 보았다. 청춘 시절 좋아한 영화라 늘 내 가슴 속에 살아 있었다. 나의 연인, 줄리에뜨 비노쉬도 보고 감독 크쥐시토프의 세련된 은유도 느꼈다. 다시 보니 더 좋은 영화였다. 무엇이 그렇게 좋냐고 물으신다면 '절제미' 때문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가방에서 책 하나를 꺼냈다. 시인 조은이 쓴 산문집, '마음이여, 걸어라'였다. 나는 절제미의 대가로 조은을 꼽는다. 내게 없는 통찰력과 치열함이 좋다. 게다가 내게 있는 감성(?)까지 겸비했으니 폭 빠지게 된다.

많은 이들이 여행 에세이를 낸다. 대기업과 조인해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 여행 파트너가 특이하면 먹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장식 없이 오로지 여행과 여행 중 자기성찰로 정면승부할 수 있는 에세이는 드물 것이다. 이 책은 멋부리지 않고 선전하지 않는다. 자기성찰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고 작가는 치열하게 여행길을 걷는다.

조은이 경주에 있는 야산, 남산을 2년 동안 여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남은 삶을 더 주체적으로 수용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가능할까. 조금 더 읽어 보자니 '나는 앞으로 남은 내 인생에서 계속 지고 가야 할 짐과 내려놓고 가야 할 짐을 구분해야만 했다'고 씌여져 있다. 작가는 남산을 걸으며 신라의 발자취를 쫒는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발자취도 돌아본다.

"열심히 산 자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치겠지만, 나 역시 글쟁이로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온갖 유혹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세속적으로 가치있는 것이라곤 반쪽도 갖지 못한 여자가 철저히 그런 자세로 사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2쪽

조은 시인은 전업 작가다. 시를 쓰고 글을 쓴다. 이를 위해 책을 읽고 여행을 한다. 결혼은 하지 않았다. 어머니를 힘들게 만드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기에 결혼은 생각도 안했다고 쓰고 있다. '거적데기라도 있는 게 낫다'는 말을 듣곤 한다. 혼인을 권하며 들은 말이다. 거적데기라면 쎄고 쎘으니 굳이 서둘러 취할 필요는 없다. 양식을 벌어다 줄 남편이 없는 전업작가가 글로만 먹고 살았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조은은 글쟁이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외길을 걸어왔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매력적인 글쟁이들을 가끔 만난다. 그들은 스쳐 지나간다. 조은 시인은 늘 내 곁에 있다. 매년 잊을만 하면 그의 산문집을 펼친다. 자의식이 강한 사람, 꾸밈이 없는 사람, 정진하는 사람, 조은. 내년에 만나면 우리는 또 어떤 얘기를 나누게 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늑대와 함께 달리는 여인들 - 원형 심리학으로 분석하고 이야기로 치유하는 여성의 심리
클라리사 에스테스 지음, 손영미 옮김 / 이루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오래 전에 읽었다. 대체 머리에 하나도 안 들어왔다. '여걸', '늑대 여성', '푸른 수염'등 낯선 단어만이 머리속을 배회했다. 책시절이 맞지 않은 책이었다.

이번에도 책시절이 맞지 않다. 이유는 지난 번과는 정반대다. 이번에는 다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걸이며 여신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기에 재확인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월경독서'를 쓴 유명 작가 목수정이 추천했다. 그녀는 유년 시절 자신이 미운오리새끼인 줄 알았다고 한다. 나중에 자신의 백조성을 깨달았다고 하니 이 책의 메시지에 백 번 공감했으리라.

저자 클라리사 에스테스는 원형 심리학 전문가로 여걸 원형 심리학을 30년 이상 연구했다. 그녀는 신화를 예로 들면서 '너 자신의 여신성을 깨달아라'라고 말한다.

내게 울림을 주는 구절과 이에 대한 의견을 써 보겠다.


'아프락사스'는 매혹적인 존재다. 그 혹은 그녀를 규정할 수 있는 언어는 없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프락사스다. 온전한 생명이며 따스한 본질이다. 여성치고 아프락사스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러니까 아프락사스는 깨어난 여성의 여신성이다. 삶의 고통과 미망에서 벗어난 자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자신의 본질로 되돌아간 자의 이름이다. 알을 깨고 나서 맞이하는, 눈부신 존재다. 

여성은 땅이다. 땅에 씨앗을 뿌리면 수확할 수 있다. 여성은 수확과 풍요의 신이다. 씨앗은 삶과 죽음을 관장한다. 씨앗은 땅에 떨어져 썩지 않으면 발아할 수 없다. 여성은 삶과 죽음이 깃든 씨앗의 생명을 관장한다. 

민화에 나오는 노파, '라 로바'는 뼈 수집가다. 원형 심리학에서 뼈는 불멸의 힘을 상징한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영혼의 힘을 뜻한다. 뼈는 인간을 이루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기관이다. 

뼈는 쉽게 손상되거나 변형되지 않는 근원이자 본질이다. 그러므로 뼈는 우리의 진아를 나타낸다. 거짓 자아 속에 고이 감추어진 우리의 본모습이다. 일생 동안 소극적으로 산 여성의 마음 속에는 적극적이고 쾌활한 본모습이 감추어져 있다. 

민화에 나오는 노파, '라 로바'는 뼈 수집가다. 원형 심리학에서 뼈는 불멸의 힘을 상징한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영혼의 힘을 뜻한다. 뼈는 인간을 이루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기관이다. 

뼈는 쉽게 손상되거나 변형되지 않는 근원이자 본질이다. 그러므로 뼈는 우리의 진아를 나타낸다. 거짓 자아 속에 고이 감추어진 우리의 본모습이다. 일생 동안 소극적으로 산 여성의 마음 속에는 적극적이고 쾌활한 본모습이 감추어져 있다. 


험담은 당사자 앞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듣는 귀가 없다. 말하는 입을 가졌다. 그렇기에 사랑할 수 없다. 음험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말을 하는 사람은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다. 좀 더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늑대 여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왜 늑대 여인이 될 수 없을까? 자신의 위대함을 모르기 때문이다. 조화롭고 슬기로운 양육자를 만나 자존감 있게 자랐더라면 달랐을 거다. 그러나 그러한 행운은 누구나 가질 수는 없는 법. 우리는 부족한 부모에게서 부당하게 길러진다. 

유년기에 생긴 세계관과 가치관이 일생을 지배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목격한다. 우리 모두 그러하다. 헤세가 얘기하듯이 알을 깨고 나와 아프락사스를 향해 날아가는 거다. 지혜로운 여인, '라 로바'처럼 자신의 근원을 깨닫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방법은 있는가? 위에 소개한 열 가지 생활 수칙을 몸에 배게끔 수행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명상도 좋고 정신분석, 꿈분석, 혹은 글쓰기 치유도 좋다. 1년 후의 나는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그래야 늑대 여인이 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회사를 떠나기 3년 전 - 어느 순간에도 작아지지 않는 新직장인 프로젝트
오병곤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주말에 김영사에서 나온 오병곤 작가의 '회사를 떠나기 3년 전'을 손에 들었다. 나는 앙증맞은 사이즈의 이 책을 어디를 가든 갖고 다녔다.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읽었다. 작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글귀는 필사했다.

저자는 '회사를 떠나기 3년 전'에 무엇을 하라고 얘기하고 싶은 것일까? 1인기업가에 관한 책들은 창업 준비에 관한 책이 많다. 이 책은 오히려 오늘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라고 일러준다. 오병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나의 인생을 진하게 경영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있는 것이다.

2014년 5월에 여섯번 째 책을 세상에 내놓은 오병곤은 어떤 사람일까? 그는 서강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한다. 당연히 인문분야로의 취업을 예상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엔지니어의 길에 들어선다. 뼛속에 없었던 프로그래머의 DNA를 생성시키고 활성화시키는 길은 험난했지만 보람있었다. 어느 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위치까지 오르게 된다. 인문 계열 전공자로서 엔지니어의 삶을 살았기에 자신의 삶과 가치관을 담은 '대한민국 개발자 희망보고서'를 펴내기도 한다.

IMF와 고용불안으로 심신이 피폐하던 그는 2005년 어느 날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1기 연구원 모집 공고를 접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구본형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저자는 변화경영연구원 1기를 마치고 직장생활과 글쓰기를 양축으로 수년간 생활한다. 적정한 타이밍에 회사를 나왔고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변화혁신 솔루션을 제공한다. 직장인을 위한 책쓰기 프로그램인 '내 인생의 첫 책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반인의 자아실현을 돕고 있다. 오병곤 작가는 고 구본형 소장을 가리켜 '말과 글이 삶과 일치되신 분'이라고 말한다. '시처럼 살다가신' 그 분이 살아있었다면 이 책을 읽고 저자에게 '네가 집필을 통해 너를 구원하였구나'하며 기뻐했을 터인가? 사제간의 정은 저자의 첫 책 추천사와 이 책의 헌정사에 드문드문 박혀 있다. 보물찾기와 같다.

이 책의 요지는 '낙타처럼 짐만 잔뜩 지고 가는 삶과 결별하고 주체성을 회복하여 자기다운 삶을 살라'다. '밥과 삶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회사에 있는 동안 충분한 준비를 하라는 얘기다. 저자는 우리에게 잃어버린 꿈을 복원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면서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소개한다. 시인 릴케의 꿈은 글이다. 글이라는 단어를 각자의 꿈에 맞춰 바꾸어 대입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 속으로 파고들어 가십시오. 그리하여 당신에게 쓰라고 명령하는 그 근거를 캐보십시오. 그리고 쓰고 싶다는 욕구가 당신의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뿌리가 뻗어나오고 있다면, 만일 쓰는 일을 그만둘 경우에는 차라리 죽어버릴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조용한 밤에 나는 정말 쓰지 않으면 안될 것인가를 확인해보십시오. 그러고는 마음 밑바닥에서 흘러나오는 대답에 귀를 기울이도록 하세요. 만일 그 대답이 쓰지 않고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그 진지한 의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내릴 수 있거든, 당신은 당신의 생애를 이 필연성에 의해서 만들어가십시오. 당신 생활의 하찮은 순간까지도 그 절박한 충동에 대한 증거가 되어야만 합니다." 

회사에 있을 동안 독립생활자가 될 준비를 한다고 하자. 독립하기 좋은 타이밍은 언제일까? 결정을 내린 그때가 운명의 시기일 것이다. 우리가 그때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저자는 우리가 혹여 못 알아차릴까봐 로버트 프리스의 명언을 인용한다.
'당신이 결정을 내리는 순간 버려져 있던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다. 우리가 결단을 내린 후에는 온 몸의 에너지가 솟구칠 터이다. 그 기운을 모르고 넘어갈 리가 없다.

이 책은 자기계발 이론서가 아니다. 책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작가의 체험과 실행가능한 방법론이 다 들어있다. 이 책에는 실제로 오병곤 작가가 20년 직장생활을 하다가 독립생활자가 된 과정에서 임상실험을 거친 처방에 가까운 철학이 수록되어 있다.저자는 자신의 노하우 공개에 머무르지 않고 당신에게도 실행을 요구한다. 나도 그 대목에서 펜을 들고 저자의 목소리에 귀기울였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삶은 분기점을 요구한다'면서 원하는 길로 가기 위해서는 '나를 절박하게 몰아가기 위한 상징적인 의식이 필요하다'고 설득한다. 직장을 나온 지 8개월이 흘렀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과 결별하는 의식이 꼭 필요했음에도 가족을 위한답시고 실행하지 못했다. 이 책 덕택에 나도 구본형 소장과 오병곤 작가가 실행한 포도단식을 결심한다. 이제 이 서평을 마치고 다이얼만 돌리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