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란티스야, 잘 가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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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아틀란티스는 어떤 곳일까. 꿈꾼 적 있지만 밝힐 순 없다. 가라앉은 아틀란티스가 바다를 가르고 솟아오르는 일은 없을 테니까.

 

  경실은 미미가 되어야 자유롭다. 교내 손꼽히는 뚱뚱한 여중생이란 껍데기를 벗어던지려면 눈을 감아야 했다. 그래야 아름다울 미가 두 개나 있는 미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눈을 뜨면 정계 진출하려는 부패 공무원 아버지와 살가움이라고는 눈을 씻어도 찾을 수 없는 어머니가 있다. 하긴 미미처럼 늘씬하고 아름답게 생긴 정우처럼 생겼다면 얘기는 달라졌을 거다. 정우는 경실의 배 다른 언니이자 이모의 딸이다. 경실 어머니는 언니의 남자에게 욕망을 품은 탓에 이렇게 못난 딸을 낳았다고 여기고 있다. 참, 아틀란티스는 정우와 같은 방을 쓰면서부터 경실의 가슴에 서서히 다가왔다. 정우의 짝사랑 타령이 뻔한 아틀란티스가 처음엔 시시했으나 나만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을 거부할 수 없었다. 전설에만 존재하는 미지의 대륙을 믿으며 자기만의 아틀란티스 이야기를 짓기 시작한다.

 

  비밀 독서클럽 친구들에게도 아틀란티스라는 멋진 세계를 선물하고 싶어 권하지만 현실이 버거운 친구들은 현실에서 벗어날 줄 모른다. 용식은 끌려간 형의 이상이 그대로 아틀란티스가 되어 현 세상을 비판하기에 이른다. 어떻게든 개발을 앞세우고,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는 곧 빨갱이라고 여겼던 시기였으므로, 게다가 용식이 형의 안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느낀 경실은 용식의 글을 없애자고 제안했고, 용식과 친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한동안 경찰서 신세를 진다. 그리고 경실은 자신이 독서클럽에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가 시청 건설부 부국장인 아버지의 보호막을 기대했기 때문인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뽑힌 자기의 시가 시집에서 일부 베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친구들이 눈치 채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스운 일은 경찰서에 끌려가는 열혈청년 용식이 형님과 부패한 공무원이자 미래의 대의원인 아버지의 독서목록이 같았다는 점. (P. 208)

 

  같은 시집을 보며 용식의 형과 경실의 아버지는 어떤 세계를 꿈꿨을까. 그들의 아틀란티스는 흡사한 색깔을 띠었으나 한쪽이 현실의 강을 거슬러 오르려고 버렸을 뿐이다. 아틀란티스를 버린, 대신 현실에서 아틀란티스를 찾으려는 아버진 만족스러울까.

 

  아틀란티스는 결국 찾을 수 없는 낙원일 뿐이지만 낙원을 꿈꿀 수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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