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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투를 빈다 -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
김어준 지음, 현태준 그림 / 푸른숲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욕이나 비속어를 문학적 표현 외에 활자로 찍히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싫어한다’가 아니라 ‘싫어했다’는 지금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말한다. 소설․시 따위에서만 막말이 양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님을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에서 배웠다.
친밀도의 척도 중 하나는 어휘 선택에 있다. 면전에 ‘시발~’이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사람, 분명 나와 가깝다. 강직된 경어체 빈도가 높을수록 꺼리는 사람일 확률 높다. 무엇을 말하고 싶냐고?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막말에 있다는 것이다.
‘다 큰 새끼가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주제에 어디서 어리광인가. 계속 징징거리면 죽통을 날려버려라(P.100)’식의 직언은 친구나 친근한 선배의 조언처럼 들린다. 하긴 실제로 동생 뒷바라지에 골치가 아프다는 고민을 지인에게 털어놓았다면 이렇게 속 시원한 답변을 해줬겠지. 그래서 이 책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애써 꾸미려 하지 않는, 마치 질문자가 지 동생이나 되는 듯 편한 말, 하여 독자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며 삼겹살을 구워주는 기분, 나쁘지 않다.
<건투를 빈다>는 삶에 관한 예제로 가득 차 있다. 자신, 가족, 친구, 연인, 사회생활 등 사람과 맞닥뜨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의 근심거리를 펀치 한 방으로 날린다. 졸라 아파! 그러나 졸라 시원해!
홀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이런 고민이 있을 리 없겠지. 허나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잖아. 죽고 싶을 만큼 외로울 테니까. 다른 선택이 없는 관계라면 기쁘게 받아들여 하지만 자신의 삶을 방치하면 안 된다. 가족이 대표적이겠지. 가족만큼 사랑을 주는 존재도 없겠지만 가족만큼 상처를 주는 존재도 없을 터. ‘존재를 질식케 하는 그 어떤 윤리도, 비윤리적이다. 관계에서 윤리는 잊어라. 지킬 건 인간에 대한 예의다.(P.100).’가족이나 친구, 연인, 동료 등의 타자의 기대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가기엔 인생이 짧다. 게다가 짧은 인생마저 불행해진다.
삶의 불확실성. 어쩔 수 없잖아. 한 번뿐인 모험이라고 여기며 살면 된다.
‘나이 들어 가장 비참할 땐 결정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을 때가 아니라 그때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했단 걸 깨달았을 때다.(P.213)’삶은 선택의 연속 아닌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선택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다. ‘그 선택의 누적분이 곧 당신이다.(P.53)’ ‘뭘 그렇게 대단한 걸 손에 쥐고 있다고 벌써 놓길 두려워 하나. 손에 든 것 놔야 다른 걸 집을 수 있지.(P.207)’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산을 만족스럽게 긍정(P.267)’하는 절대적 자신감을 갖고 살 일이다. 그리고 잊지 마라. ‘행복할 수 있는 힘은 애초부터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다는 거, 그러니 행복하자면 먼저 자신에 대한 공부부터 필요하다는 거.(서문)’
왜? ‘세상사 결국 다 행복하자는 수작(서문)’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