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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석의 아이디어
최범석 지음 / 푸른숲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장을 덮으며 무심코 튀어나온 말.
‘최범석이란 놈, 부럽다!’
유명인사가 된 사회적 위치도 그렇지만 그보단 그의 다양한 시각과 끝없는 도전이 마냥 샘났다.
옷 잘 입는 사람이 부럽다. 물론 경제적인 문제와 맞닥뜨리지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활용을 이끌어내는 사람을 만나면 꼭 칭찬의 한마디와 함께 경탄의 눈빛을 건넨다. 단순히 유행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패션을 창조하는 그들의 아이템이 새롭고, 잘 입기 위해 부지런떠는 모양새가 예뻐 보인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나도 ‘상상속의 청중’을 무시할 수 없었다. 등교하기 전 나의 상상속의 청중을 위해 이 옷 저 옷 입기를 반복하며 머리를 굴리다 끝내는 투덜거렸다. 마땅히 입을 만한 옷이 없다는 것은 하루를 우울하게 만들 수 있는 절대적인 이유가 되기도 했다. 최범석 또한 보통 청소년들의 고민거리에서부터 그의 꿈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단지 남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자기 욕구에 충실하려 했기 때문에 오늘날의 최범석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오로지 빈티지를 사려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이 아니다. 미치면 그렇다. 아무리 필요한 것이 있어도, 심지어 굶더라도, 어떻게든 내가 사려고 했던 것, 가지고 싶은 것들을 구했다.(P.22)"
그에게 학력은 보기 좋은 허울에 불과했다. 당장 자신이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의 삶은 천국이 될 수 있었다. ‘일이 의무일 때는 삶이 지옥이’라고 말한 고리키가 지하에서 박수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만족하는 사람들의 증가함에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디자이너로서의 자신감을 키워나갔고, 마침내는 세계로 무대를 넓힐 수 있었다. 이는 끊임없이 자신을 자극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음악에서, 갤러리에서, 빈티지에서 그리고 소소한 일상에서도 영감을 얻기 위해 머리의 한편을 열어둔다. 상품의 바코드가 리더기에 찍히는 순간처럼‘삑’하고 머릿속에 입력될 때 그는 삶의 활기를 얻고 머잖아 행동으로 옮긴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 실려 있다.
최범석은 자신에게 찾아온 첫 번째 기회를 ‘옷을 좋아한 것’이라고 말한다. 좋아해서 옷을 만들게 되었고 만들다 보니 즐기게 되었다. 즐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어느 분야에서든 최고가 될 수 있음을 피력하고 있다. 굳이 <논어>를 언급하지 않아도, 그의 체험만으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그의 책을 보면 모든 사물이 디자인으로 다가온다. 가구의 형색은 디자인이지만 같은 가구로 수없이 재배치할 수 있음도 디자인이다. 식물이 자라는 것도 자연의 거대한 디자인이다. 내가 찡그린 표정을 짓는 것도, 맑은 미소를 내비치는 것도 나의 디자인이다. 갑작스레 내 삶의 디자인이 어떻게 보이지 궁금해진다.
이름이 브랜드가 되어버린 사람들이 패션계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가령, 조수미나 정명훈의 이름만으로 많은 사람들은 공연을 예매하고 음반을 구입한다. 공지영의 새작품이 출간될 때나 서태지 같은 경우도 그렇다.
‘최범석’브랜드가 급속도로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다. 삶의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다시 디자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은 덤이다.
“영감을 얻는 원천은 다양하다. 멋진 풍경, 아름다운 사물,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사건이나 전쟁 등 이 모든 것이 원천이 될 수 있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사건들이 너무나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영감은 끊임없이 나를 자극할 것이다.”
- 뷔욕(P.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