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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ㅣ 놀 청소년문학 28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개를 잡는 완벽한 방법>이 출간되었을 텐데, 왜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이 안 되지? 이렇게 한참을 재검색했다. 이런! 졸지에 개를 죽일 뻔했네. ‘잡다’는 식용으로 만든다는 뜻이 아닌가. 이처럼 나는 제목을 외우기 편하게 저장하곤 한다. 그래서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고(Liber tango)는 리버 탱고가 되기도 했다.
여하튼 가슴에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는 책을 지인에게 전하고 싶어 카트에 담으니 다시금 조지나가 떠오른다. 뒤미처 영화 <오싱>의 소녀도 떠오른다.
내가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가 바로 <오싱>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단체관람으로 극장이란 곳을 처음 방문했다. 지금 생각하면 형편없는 변두리 극장이었는데 당시의 여덟 살 소년은 텔레비전을 백 개쯤 붙여놓은 것 같은 스크린에 압도당했다.
나는 첫 영화를 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실컷 울고 싶었으나 내 옆의 친구들이 놀릴까 두려워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할머니가 손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를 동전 한 닢이 결국엔 아기 돌보는 조건으로 더부살이로 들어간 집에서 누명으로 바뀌는 장면에 이르자 손은 입을 견뎌주지 못했다. 발가벗겨진 내 또래의 소녀를 보며 극장에서 나 홀로 벗은 몸이 된 것 같아 더욱 울었던 것 같다.
반면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사춘기에 돌입한 소녀 조지나를 보면서는 웃음으로 일관했다. 아버지의 가출과 경제적 궁핍은 이윽고 ‘집 없는 아이’를 만들었고, 가족 붕괴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한층 예민해진 조지나는 날카로움으로 엄마를 대하고, 엄마는 이런 딸이 아니어도 생계를 위한 잡일로 버겁다. 다행히 철없는 동생 토비는 둘 사이의 거리를 넓히지 않게 한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친구가 알아버렸을 때의 조지나 울음은 이 책을 슬픔 모드로 읽어야 하나, 잠깐 고민하게 만들었으나 이내 절망을 건널 수 있게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 활기란 개를 훔치는 것! 주인이 끔찍이 아끼는 개 한 마리만 제대로 훔친다면 그렇게 바라고 바라는 집이 생길 수 있다는 희망.
주도면밀하게 개를 훔치는 방법을 연구한 조지나는 연구 성과를 올렸다. 윌리라는 귀여운 강아지를 훔쳤다. 게다가 개 주인 카밀라 아줌마는 개 없인 못 사는 사람이다. 다만 한 가지, 돈이 많지 않다는 걸 빼면 완벽한 성공이었다.
우리의 조지나, 이만한 일로 실망하지 않는다. 윌리를 위해 어떻게 하든 아줌마는 돈을 마련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야 희망이 남아 있지 않은가. 허나 이 가느다란 희망 한줄기를 무키 아저씨는 짓밟는다. 말이 아닌 배려의 행동으로.
무키 아저씨의 등장으로 자신의 생각이 옳지 않음을 인정하게 된 조지나는 숨길 수도 있었을 일을 카밀라 아줌마에게 고백한다. 참으로 어려운 결정이었으나 대신 조지나는 보다 힘찬 발걸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 소녀는 또래보다 한 발자국 먼저 성장할 수 있었다.
혹, 정부가 전국 중․고등학교 각 학급문고에 책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한다면 <개를 잡는 완벽한 방법>이 아니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목록에 넣기를 바란다. 감정의 기복이 불안정한 청소년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을 심어주며,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끔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늙어서 백 끼 먹는 것보다 젊어서 한 끼 식사가 건강에 보탬이 되듯, 청소년기에 읽은 한 권의 책이 여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 한 권을 식사하고픈 청소년의 식탁에 <개를 훔치는 방법>을 올려 주고 싶다. 그러면 그들의 부모도 읽게 될 테니까. 그러면 부모와 자식이 한 번 더 눈을 마주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