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집을 읽고 나니 함축적 시어들이 내포된 의미를 찾는 즐거움을 가지는 시간이 되었다. 빼곡히 채워져 있는 책들을 만나다고 듬성듬성 글자들이 채워져 있는 시집을 보면서 여백의 미와 여운들을 느낄 수 있었다. 시의 읽는 맛은 다양한 해석들의 여지를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다는 점이다. 시집을 통해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발견하는 시간들이 되었으면 한다.
오래 남는 선물
조깅 앱을 보니 5km 정도를 달렸다
까치와 까마귀, 무당벌레가 신호등에 앉아 있고 맥문동, 마가렛 꽃이 하늘거리는 새벽,
땜방울이 해 뜨는 시간을 알린다. 맥문동을 보니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꽃과 나무들이 많았던 우리 집은, 오랜 책과 다양한 문화의 음악이 있는 서가가 있어 상상력과 감수성을 보호할 수 있었고, 소음과 공해, 유독한 환경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었고,
사유의 여행은 그보다 넓고 자유로웠다
시인 에머슨이 말하지 않았는가,물리적인 여행보다도
정신의 여행이 가치 있다고
코로나 시대에 생각해볼 말이다.
지금도 가끔 나는 음악의 법열 속에서 유영한다
몇 해 전 보첼리 공연, 시니컬한 표정으로 자리에 않은 관객들도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다들 빛나는 얼굴이었다.
옆 좌석 모자는 "아들 이런 공연 보여줘서 고맙다"며 서로 손을 잡고 돌아갔고, 앞자리 중년 남성은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각자의 삶이 있지만, 음악속에서 다들 하나였다
지난 7월, 음악가 엔니오 모리꼬네가 영면에 들었다
음악으로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했던 그는 이제 생을 떠났지만, 그기 남긴 선물으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나는 가끔 묘음보살을 떠올리며, 만트라로 만든 음악을 듣고 하는데 그때마다 평화와 안정을 느낀다. 단순하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진심 어린 마음으로 살며, 삶 또한 예술적으로 만들어 나가길 기원하면서
진언을 들으며 궁그의 자유와 생명, 영원을 일깨운다
자유란 여기 바로 이 순간이다
사랑과 아름다움도 마찬가지다 (P.50~51)
삶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소소한 것들에서 예술의 영원성을 느끼게 해주는 시어들이었다.
음악을 통해서 평화와 안정을 느끼며 그 속에 있는 자유와 생명 영원을 일깨우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다.
사랑의 기억
우리의 머리는 많은 것을 잊지만
가슴은 모든 것을 기억한다
우리가 여전히 희망을 지닌 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사랑.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는 이유
언제나 사랑이 우릴 기억하고 가슴에서 떠나지 않으므로 (P.100)
사랑이라는 두 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심오하게 전달하고 있다. 가슴속의 사랑이 영원하기를 기원한다.
겨울 소곡
밤나무로 된 이젤을 조립하고 20호 캔버스에 그림을 그린다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었지만 진짜 나를 그린 것은 언제부터일까
누구의 작품인지, 창으로 비치는 새벽 풍경이 아름다워 밖으로 나간다
발걸음 따라 사색의 시간에 든다
프랑스의 라스코 벽화부터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에 걸린 호크니까지
모나리자,레오나르도 다빈치, 베토베,스티브 잡스, 링컨, 만델라,간디, 아인슈타인, 마더테레사를 차례로
떠올린다
직업이 예술가였든 삶이 예술이었든 가치 있는 것들에 죽음과 시간은 무의미하다
헤르만 헤세는 WW2이후 그림을 그렸고 조지W부시도 그림을 그렸다. 이슬람의 모스크 근처에는 아기를 업은
여인이 태피스트리 밑그림을 그리고,SNS의 새로운 스타도 무언가를 그린다. 그림 앞에서 각자 다른 순간을 맞이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치유와 기쁨을 경험한다
어느 성자는 삶에서 경험한 일들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삶 자체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위로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에도 우리는 누군가를 치유하고 스스로를 치유한다
피카소는 말했다. 어린아이처럼 그리게 되기까지 70년이 되었다고
어느 이름 높은 추기경도 말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기까지 70년이 걸렸다고
붓다의 걸어간 길 따라 깨달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자비의 향기 가득한 삶
사원에서 손끝으로 누군가의 얼굴을 그리는 어린아이가 떠오르며, 훗날 소녀가 성불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나도 모르게 겨울 아침 차가운 공기의 별빛에 이끌리고 있을때, 유인 우주선이 성공하고 하늘을 나는 것이 비행기만이 아닐 때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노라고 미소를 지으면서도, 아직 여기까지구나 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생각한다 (P.110~111)
인생의 세월을 넘어 예술의 세계에 도달하기 까지의 시간이 덧없게 느껴진다. 겨울에서야 인생의 깊이도 알게 되고 예술의 참맛을 알게 되는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 시라고 느껴졌다.
오랜만에 시를 통해서 감수성을 적시고 문학적 감흥을 열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여러 이웃들도 이 시집을 통해서 삶의 기쁨의 샘을 만끽하는 여러분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