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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이정훈 지음 / 책과강연 / 2025년 9월
평점 :

이정훈 대표가 신간을 내었다. 책과강연을 자주 접하는 나는 쓰려고 읽습니다. 이후에 나온
이 책이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연구생들을 모집해서 책쓰기와
강연자로서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는 책과강연은 충무로에 있다. 몇번 북토크를 들으러
간적이 있다. 온라인 줌에서 그의 강연을 듣고 컨설팅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알고 있는
사람의 삶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의 삶의 단아한 문체를 통해서 담담한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에 주목하는 책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갈 때 가끔 비둘기호 기차를 탔다. 시골집에서 포항역까지 가려면 도중에 세 개의
간이역을 거쳤다. 기차에 오르면 긴 꼬리의 끝에 서서 휘어지며 멀어지는 철로를 멍하니 내려다보는 게
좋았다.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논 사이를 비둘기호가 지날 때면 황금 빛 물결이 이는 들녁과 무리를 지어
한쪽 하늘로 날아가는 새들, 그 아래로 허리 굽힌 농부의 부지런한 몸짓이 내게서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봄의 들판에서는 햇빛에 꼬들꼬들 말라가는 맑은 빨래 냄새가 났다. 기차가 난간에
기대선 나는 밖으로 코를 내밀고 크게 숨을 빨아 들이며 빨래를 닮은 들녁의 봄 내음에 행복했다.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세상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가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외부의 성취가 아닌, 스스로 내면에 새긴 흔적들로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일 테니까.
넘어지고 헤맬 때마다 나는 딱 그만큼 나의 세계를 넓혀 가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계속해서 마주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타자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그 마주함의 순간들이 쌓여 우리는 조금씩 더 온전한 존재가 되어간다. 복싱이 가르쳐 준 무엇보다 소중한 교훈이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