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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빈구두를 신었습니다 - 살아온 날들이 살아갈 날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와 용기
안은미 지음, 주이영 그림 / 페이퍼로드 / 2025년 4월
평점 :

폐암으로 세상을 달리한 아빠에 대한 애절한 마음과 스토리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책이었다. 중간중간 그림과 더불어 내용에 걸맞은 시들이 있어
서 책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예기치 않은 죽음에 각자 대하는 모습은 제각각 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이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 책
을 통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빠가 준비한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은 죽음 백신이었다. 아빠는 죽음의
이별과 슬픔 앞에 죽음 백신을 놔주는 거야 하며 두려움과 슬픔만은 아니길 바랐다.
모두가 유언장을 써보길 권했고,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장을 갈 때면 아빠의 죽음을
준비하듯 우리에게 다시 유언을 남겼다.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유언을 하셨으니
그 수를 세면 100번은 되지 않을까 싶다. 반복된 죽음 백신의 효과는 아빠가 돌아가시자
바로 나타났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었고, 가족들 까리
무엇을 결정하기 위해 서로 의논할 일도 없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죽음을
자연스럽게 대했고 이별의 모든 순간이 순조롭고 평안했다. 돌아가신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연락이 오면 아빠가 남긴 유언을 전한다.
나무는 1년에 나이테 하나를 만든다. 겨우내 나무는 나이테 만드는 일을 멈추고
겨울잠에 든다고 한다. 결국 겨울은 나이테의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계절이다.
아빠는 항상 인생을 계절로 표현했다. 인생의 겨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할 때,
나무도 겨울을 맞아 잠든다. 나무의 나이테에는 생명과 죽음이 돌고 돈다. 나무는
멈춘 듯하지만, 삶과 죽음 사이에서 원을 그리며 나아간다. 나무는 삶에서 죽음을
뿌리내리고, 죽음 속에서 다시 삶을 움트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