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나에게 물어온 것들 - 시간의 틈에서 건져 올린 집, 자연, 삶
장은진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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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재 기발함과 넉넉함을 담은 집이라는 저자의 집을 짓는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분위기 있는 사진들이 책 곳곳에 담겨 있다. 집이라는 소재로 이렇게

긴 필력을 통해서 책을 쓸 수 있는 필자의 세계가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저자의 집에 대한 철학과 생각에 대해서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정약용은 다산이라는 호로 알려졌지만 여유당이라는 당호도 있다. 당호는 공간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 공간에 거처하는 사람의 이름이기도 하다. 공간과 사람이 같은

이름을 씀으로써 둘은 동격이 된다. 여유당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집자하여 지은 것

으로 겨울에 살얼음 낀 시내를 건너는 듯이 조심하고 사방을 경계하는 듯이 신중하게

살겠다는 정약용의 생활신조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공간의 개방감을 중요시했기 때문에 방과 방 사이는 대청마루로,

건물과 건물 사이는 안마당으로 연결했다. 한옥에도 종종 유럽의 저택에 있는 양필라드

와 같은 구조가 있다. 그러나 때에 따라 공간을 분리하거나 개방해서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지, 복도가 복도로서만 고립되도록 하지는 않았다. 한국인의 DNA를 가진 나로서는

잡 안에 자리한 복도가 위화감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기윤재 안에 미끄럼틀은 설계할 때부터 넣기로 했다. 남편과 나는 특별히 이유를 나누지

않은 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종종 내려가려는 남편과 올라가려는 아이가 마주한다.

남편이 내려가는 게 먼저야 하면 아이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 왜?라고 묻는다. 남편은

순리를 아이는 역행을 이야기한다. 아니 아이가 순리를 남편이 역행을 이야기하고

있나. 어쩌면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서 미끄럼틀을 설치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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