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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평점 :

곧 허물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주택, 세입자는 단 두 명. 어느 날, 집주인인 할머니는 악마에게 전세 임대차계약을 맺고, 그날부터 방은 온갖 지옥의 형태로 나타난다. 서주는 지옥의 관리자라 칭하는 악마와 만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놀랍기만 한 서주와는 달리 악마는 서주에게 조금씩 호감을 표현하고,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는 서주는 모든 상황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중, 집 주변을 서성이는 의문의 그림자, 서주의 아르바이트 가게에 들이닥친 남자, 어느 날 집안에 들어온 의문의 사람들 그리고 갑작스럽게 일어난 할머니의 이상 증세. 과연 서주는 이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그리고 악마와의 동거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는 악마에게 집을 세놓는다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으로 ‘그 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악마와 인간의 미스터리 로맨스 판타지다. 지옥이라는 주제와 상반된 밝은 글의 분위기, 지루할 틈 없는 전개와 작가만의 유쾌한 문체 덕에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덮게 될 것이다.
지옥도 악마도 이 집 밖으로 나가면 완전히 나와 관계 없어지는 세계다. 누구에게 말하더라도 환청을 듣는거 아니냐는
오해나 사겠지, 난 맥주잔을 돌려주고 그를 내보내려 했다. 하지만 그는 맥주잔을 받아 책상위에 올리고는 말했다.
"그런 농담 아세요? 저도 우리 죄수한테 들은 농담인데, 너무 웃겨서. 신은 인간에게 감자를 선물했다면, 악마는
감자를 튀기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신이 밀가루를 선물하자, 악마는 그걸 반죽해 튀겨 설탕을 발라 주었다". (P.92)
악마는 맞으편 의자에 앉았다. 항상 나를 행복하게 만들던 얼굴인데, 상황의 전제가 바뀌니 풍경 또한 바뀐다.
종이죽처럼 너절해진 종이 부엌에 남자 배우 얼굴을 오려 붙인 듯한 이질감. 나는 질문을 추렸다. 할머니 아들에게 내
직장 위치를 알려준 건 당신이야? 할머니에게 칼 맞던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게 고백한건 진심이었어?
이집 전체를 지옥으로 만들 생각이야?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건 알겠는데 나와 할머니의 문제도 즐겼어? 그리고
더욱 큰 문제를 만들 생각이야? 하지만 무엇보다 앞서 물어야 하는게 있다.(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