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김성일 영감에게도 미안하오 나라가 혼란스러울까 봐 그런 보고를 했다는 것을 잘 알면서 너무 다그친 것 같소 황진은 술 한 잔을 벌꺽
들이키더니 말을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곽재우는 어둠 속을 응시하며 한참 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
창의사 김천일 경상우병사 최경회 진주목사 서예원 판관 성수경 충청병사 황진, 호남 의병자 고종후와 임희진 거제현련 김준민, 삼가 장수 윤탁 등이
진수성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군사는 불과 3천5백여 명이었다. 그들은 십만 왜군을 맞아 열흘 동안 치열하게 싸웠다. 황진과 김준민이 장렬히 전사
하였고, 김천일, 최경회, 고종후, 양사숙등이 차례차례 강물로 뛰어들었다. 최경희가 사랑했던 여인 논개도 적장을 끌어안고 강물로 뛰어들었다. 한
때 곽재우 밑에서 삼가군을 이끌었던 윤탁도 성안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왜군은 조선 군사와 백성들을 이리저리 몰며 창고에 들어가면 죽이지 않겠
다고 소리쳤다. 그들이 살기 위해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불을 질러 모조리 죽였다. 6만여 명의 조선 백성이 참혹하게 죽었다. 전락 이후 최대의 희
생이었다. 왜군은 최경회 등 조선 장수들의 머리를 잘라 소금에 절여서 승리의 소식을 고대하고 있는 히데요시에게 보냈다. 히데요시는 조선 장수
들의 목을 교토 거리에 내걸고 승리를 기념했다.
곽재우는 물러나 함안에 웅거하며 왜군을 대비했다. 후일 조정헤서는 곽재우 말을 따랐으면 진주의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때늦은 후회를 했다.
진주성을 구원하지 않았던 명나라 총병 유정은 후일 순천 왜성에 웅거하던 고니시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싸움을 피하다가 결국 이순신을 사지로
몰아넣었다." (P.191~192)
"이제 조정을 일신해야 한다. 일신하려면 영의정 유성룡부터 바꾸어야 한다. 유성룡은 전쟁의 책임을 뒤집어씌울 가장 알맞은 자이기도 했다.
유성룡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자신의 비위를 잘 맞췄지만 지나가보면 언제나 당한 것은 자신이었고, 모든 것은 그의 뜻대로 되어 있었다. 조정
대신들이 자신보다 유성룡의 입을 쳐다보는 것도, 백성들이 우리 영의정 우리 영의정 하는 것도 늘 신경에 거슬렸다. 조선의 재조는 이자를
제가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찍부터 선조의 마음을 재빨리 간파한 것이 스물아홉의 복인 이이첨이었다. 조식의 수제자로 경상도에
은거하며 조정을 움직이는 복인의 거두 정인홍이 뒤를 받쳐주고 있었다." (P.218)
징비록을 쓴 저자 유성룡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사를 보면 범인들은 모함과 참소를 당하고 대의를 위해서 희생양으로 삼게 되기도 한다.
역사의 흐름은 한 개인의 능력만으로 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시대의 흐름과 당시의 사람들에 의해서 좌우되기도 한다.
곽재우는 곡식을 서서히 끊고 솔잎과 대추와 밤을 생식했다. 김영휘의 말을 믿이었다기보다는 거친 세월에 겹겹이 쌓인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무언가에 열심을 내지 않으며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인감 몸에 있다는 삼층보다 무도한 임금과 간악한 무리가 만든 벌레가
몸 안에서 꿈틀대고 있는 듯했다.
유배 초기엔 악몽의 연속이었다. 여전히 왜적들과 싸우기도 했고, 죽고 떠난 이들이 창아와 하소연하기도 했다. 괴로워 잠을 물리치고 고요하게
앉아 있다 이마저 견디기 힘들면 한 뻠 집 뜰로 나가 밤새 서성였다. 황량한 달빛을 보고,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노라면 잠시 진정이 됐다.
김영휘가 가르쳐준 대로 조식(숨을 고르는 일)도 해보았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한참을 멈췄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내뱉었다.
때론 새털을 코와 입 사이에 붙여놓고 움직이지 않도록 훈련했다. 처음엔 온몸에서 열이 나고 머리가 빠개지는 고통이 따랐지만 차츰 익숙해져갔다.
유배지에서 단전과 벽곡을 하며 지내는 동안, 조정에서는 곽재우에게 벼슬을 내리고 다른 의병장과 함께 전쟁 공신으로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 (P.254~255)
얼마 전 정약전의 유배지에서의 생활을 그린 영화 자산어보가 떠올랐다. 유배지에서 귀양살이 하는 이치고 억울하지 않은 이가 누굴까라는 의문이
품어졌지만 곽재우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역사소설을 읽어서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의병 곽재우의 삶과 그의 활약상과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을 이웃들이 한번 만나서
이 땅의 광복의 기쁨이 가슴에 새겨질 수 있기를 바란다.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닌 무구한 희생과 땀과 얼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본 서평은 출판사 지식과 감성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