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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성장, 판타지 그리고 페미니즘.
한 가지만 담기도 어려운, 성격이 뚜렷한 소재와 주제들을
소설적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충실히 담아낸 책을 읽었다.
프랜시스 하딩의 <거짓말을 먹는 나무>다.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목사이자 저명한 과학자인 아버지를 둔 14세 소녀 페이스가 주인공이다.
소설은 페이스 가족이 갑작스레 낯선 시골 동네로 이사를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을 사람들은 저명한 과학자이자 목사인 페이스의 아버지와 그의 가족들을 환영한다.
그러나 이들의 이사는 어딘지 모르게 낙향, 도피의 성격을 갖고 있다.
아름답지만 허영심에 가득 찬 엄마와 아직 철없는 아이에 불과한 어린 남동생, 그리고 아버지.
가족 중에서 페이스가 가장 존경하는 대상은 아버지며 그는 절대적인 존재다.
페이스는 이런 아버지에게 똑똑하고 능력있는 자신을 인정받고자 하지만,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페이스는 그저 ‘여자아이’일 뿐이다.
이 책은 중반부 이후부터가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며,
그때부터가 이 책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으며,
그 전까지는 충실히 ‘밑밥’을 까는 것을 충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이스가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발견하고 난 후부터
날마다 펼쳐지는 모험이야기는 그 전개가 빠르고 몰입도가 좋아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이 책의 진짜 매력은 그냥 판타지 소설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거짓말을 먹으면 성장하는 나무라는 판타지적인 소재가 전부가 아니다.
모험과 성장, 페미니즘이라는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고 있다.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결단력 있는 페이스라는 인물이
성별이 여자이기 때문에 모든 능력을 거세당하고 억압받다가
오직 자신의 힘으로 헤쳐 나가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늘에 묻혀있던
또 다른 주체적 여성들의 존재가 생생하게 묘사된다.
소설적 재미, 중요한 메시지를 모두 충실히 담아내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