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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간난이 ㅣ 알이알이 창작그림책 13
현기영 글, 정용성 그림 / 현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제주 해녀 간난이
현북스/ 현기영동화/ 창작 그림책/ 제주 해녀/ 정용성 그림

아이들 동화책을 많이 보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투박하게 색을 칠한 그림을 보았습니다
알록달록 수채화로 그린 그림을 접하다가
크레파스로 색칠한듯한 거친느낌이 드는 책을 보게된거죠
뭐를 이야기하고 싶기에 이렇게 투박하게 그림을 그린걸까요?
처음에 받아보자마자 그런생각을 하게 되네요
책을 읽고나서 우리나라의 해녀의 삶뿐만아니라
전쟁의 아픔을 같이하고픈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책속에 담겼답니다
그리고 작가 현기영님이 어떤분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작가 현기영님을 <제주 해녀 간난이>를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되었는데
1941년 제주에서 태어나서 1947년에 일어난 제주 4.3항쟁을 거치신분이였네요
제주 4.3항쟁은 제주도에 깊은 한을 남겼다고 합니다
저도 동화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제주 4.3항쟁에 대해서 알게 되었네요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것을 남겼어요
지금은 전쟁을 했다는 흔적조차 남겨있지 않기때문에
작가 현기영님은 그 이야기를 아이들의 동화책속에 남기고 싶었나 봅니다
저또한 전쟁을 거친 세대가 아닌지라 어렴풋이 부모님께 전쟁이 어떠했는지 말로만 들었어요
아이들은 더더욱이 전쟁시절엔 어떠했는지 더더욱이 알수가 없을테니까요
전쟁의 시기를 겪은분들에게는 전쟁이 어떠했는지
그때를 기역하기 위해서 소설로.. 그림으로 알아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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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책을 볼때 표지도 한번 훓고 지나간답니다
표지에도 많은걸 생각하게끔 하니까요
넓고 넓은 파란 바다...
물속을 보기위해 바다를 넓게 표현을 한걸까요?
첫페이지를 넘기자마자 파란 물의 그림이 보였는데 궁금증이 생겼어요
바다아래속이 이렇게 밝을까 했는데 그게 아니었어요
바다 위쪽을 바라보는 해의 그림이 반사된걸 표현했더라구요
왜냐구요? 이 이야긴 제주 해녀이야기 때문이죠
해녀가 바라보는 시각
즉, 해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 그려진 프롤로그랍니다

제주섬 동쪽 어촌, 바다가 우묵하게 먹어 들어간 곳에
우묵개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이 마을 앞바다엔 해물들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이 마을에는 해녀가 많았답니다
바닷가와 바로 붙은곳에 야트막한 초가집이 하나 있었어요
해종일 바다 물결 소리가 들리는 집이었지요
제주도에 몇번 가보긴 했지만 바닷가와 바로 붙은초가집은 보질 못했어요
제주도에 이렇게 바다와 바로 붙은 초가집대신 펜션이 즐비하지 않을까 하네요
아이들과 초가집 그림을 보면서 지금은 콘크리트로 집을 만드는데
옛날에는 이렇게 짚으로 엮은집에 살았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요즘은 옛날에 살았던집을 보려면 민속촌에 가야된다는사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시골에가도 이런집은 볼수없고 기와집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있지않나 합니다

그 초가집에서 해녀인 엄마에게서 여자아이가 태어났어요
이름은 간난이, 아버지는 그렇게 이름만 지어주고 일찍이 병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어요
어머니가 집에 머무는날은 비가 올 때 뿐이었어요
비오는날엔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 어머니가 머리를 빗겨 주기도 했어요
어머니의 치마에선 언제나 정겹고 구수한 냄새가 났어요
항상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련해지지 않나 생각되요
엄마와 간난이의 그림속에서 저도 모르게 엄마의 냄새를 맡아보게 되네요

간난이가 열세살 되던해, 어머니를 따라 바다로 나가 물질을 배우기 시작해요
뒤웅박을 안고 얕은 물에서 헤엄을 배우고, 퐁당퐁당 자맥질도 배웁니다
해녀가 되기위해 열심히 물질하는법을 배우는 간난이입니다
물질, 뒤웅방, 자맥질...
제주 해녀분들은 이말이 일상단어일텐데
저에게는 너무나 낮선단어라서 아이들에게 읽어주는데 더듬더듬 읽게되더라구요

그리고 해녀에 대한 이야기를 책을 통해서 간략하게나마 알게되었어요
혼자 떨어져 있으면 위험할때가 있으니 무리지어 물질을 해야 하고요
바다에서 지나치게 욕심을 내면 큰일이 날수 있고
열길 물속을 드나들수 있어야 상꾼 해녀하고 불린다는걸요
제가 프롤로그라고 했던 첫페이지의 그림이 다시 나오네요
간난이가 물질하러 바다속으로 들어가는 그림이예요
바닷속은 언제보아도 아름답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여름이라 그런지 저도 간난이를 따라 물질을 배우고싶어지기까지 합니다

간난이가 드디어 시집을 가게됩니다
좋은 사람 만나려고 연애하는 시절이 아닌지라
그냥 처음본 사람하고하는 결혼입니다
배우자가 어떤사람인지 결혼후에 안다는게 슬프기도 하네요

남편은 공부를 하는 사람인지라
간난이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림을 꾸려가야 합니다
이여이여 이여도허라
이여이여 맷돌이여
어서나 뱅뱅 돌아가라
김을 매다 보니 저녁 때가 늦었구나
이 보리쌀을 갈아야 저녁밥을 할 걸
이여이여 이여도허라
시와 비슷한 노랫말을 통해서
우리 옛삶이 어떠했는지 알수있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일본이 큰 전쟁을 일으키고
전쟁에 쓰이는 물자와 식량을 우리내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갑니다
우묵개 마을의 해녀들도 마찬가지로 허기진 몸을 이끌고
날마나 감때따는 일에 강제로 끌려나갔다고 해요
'감태'는 해초인데 화약의 원료랍니다

일본이 전쟁에서 지고 우리나라는 해방을 맞이하였고
마침내 제주도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온마을이 해방의 기쁨으로 흥청거리고
빼앗겼던 바다도 다시 돌아와 넘실넘실 춤을 추네요

아름다운 우리나라 남끝섬 제주도가 전쟁을 피해갈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건 제 희망사항이지 않은가 싶네요
전쟁을 겪은 해녀의 모습을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그려져있어
아이와 같이 보는데 그리 어렵지 않답니다
6살아이도 전쟁이 나쁜거라는것을 인식하기에 그림을 보면서 감지할수 있어요
"왜 서로 싸우는거야?" 라는 질문을 언젠가 저에게 한적이 있는 아들입니다
6살아이에게 전쟁이란 단어는 호기심에서 시작되지만
피로얼룩진 모습에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마지막에는 "재미없다"라는 말을 내밷습니다
전쟁은 아이나 어른에게나 끔찍하게 다가오는건 마찬가지인듯하네요
<제주 해녀 간난이>를 읽으면서 아이들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동시에
제주도의 해녀가 겪은 전쟁이야기를 작가 현기영님을 통해서 알게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