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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1년이 넘게 지났다, 고 다들 말을 한다. 100일이 되었다, 1년이 되었다, 500일이 넘었다 등등의 숫자를 되뇌는 수작들도, 숫자가
점점 불어나고 늘어날수록 작아져만 간다.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책 안의 한 어머님의 말씀처럼, “잊지 않겠다고 말하고, 기억하겠다고
말하는데, 과연 무엇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것인지”를 말이다. 그것이 단순한 숫자는 아닐 것이다. 304명이 죽었고, 577일이 지났다는
숫자와 숫자 사이를 채워주는 것은 구체적인 사람의 이야기이다. 결국, 기억해야 하는 것은 사람이다.
이 책은 그래서, 101번째로 나온 1명의 학생이 아닌, 매니큐어를 바른, 아버지와 이야기하기를 좋아했던 2학년 10반 김다영
학생의 얼굴을 상상하게 만들고, “무엇을 기억하겠다는 것인지”를 말했던 한 어머님이 아닌 2학년 2반 길채원 학생의 어머니 허영무 씨의 한숨을
기억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기억은 아이들을 잃어버린, 누구보다 생생하게 그들을 기억하고 있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된다는 데에서 그
가치를 가진다. 언론에 의해 우는 모습으로만, 아니면 보상금을 따지는 장사꾼의 이미지로만 박혀있던 유가족들은 이 책에서 마침내 딸에게 끓여줬던
라면을 신나게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김무성의 발치에 무릎을 꿇은 남편의 심정을 이해하는 아내의 모습이 된다. 잃어버린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은 그렇게 때론 자신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였’던 게 아닌 지금도 그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끈질김이 되기도 함을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배운다. 그렇게 지난 사람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모든 행위는 끈질긴 미래가 된다. 부모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의 모습이 된다.
외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 책에 보이는 그 분들의 모습은 위태하다. 그 분들의 몸에는 끈질긴 미래 말고도 견뎌낼 수 없는
불행에 짓눌려가는 슬픔이 함께 있다. 사라진 이들을 마음에 담아놓고 사는 건 결국 그 사라짐을 닮게 만드는 걸까. 어느 순간 그 분들이 휙
사라져 버릴까 겁이 난다. 제발, 한 사람 한 사람의 몸에 너무 큰 미래와 너무 큰 슬픔을 떠넘기려 하지 말자. 사라진 이들에 대한 기억을
조금씩 나눠가져, 살아있는 자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말도록 하자. 이 책을 읽는 것은, 이제라도 우리 곁의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작은 노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