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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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계단형 아파트에 살아 문을 두드리지 않는 이상 이웃과 친해지기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복도형 아파트에 살았던 때가 기억난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이었다. 여름이면 현관문 활짝 열어놓고 마당처럼 복도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화기애애 웃음소리도 컸었다. 옆방 드나드는 것처럼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웃집에 뛰어다니고 식사도 누구집 가리지 않고 같이 했었다. 심지어 지나가던 잡상인들도 와서 차 마시며 세상사얘기도 나누었다. 물론 아이들이 어려서이기도 가능했었지만 그 때가 정말 그립다.

정이 담뿍 담겨 있는 아파트 속 이야기. 낡은 아파트이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 속에는 아름다운 정이 녹아있다. 아파트는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정든 아파트를 배려하며 살아간다. 할머니랑 단 둘이 살아도 전혀 기죽지 않고 자신의 삶을 준비해가는 씩씩한 기동이를 보면 정말 기특하기 그지없다. 기동이가 기죽지 않고 반듯하게 생활하는 데는 할머니의 삶을 보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삶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신 할머니이시다. 오래 살아 자식, 아니 내몸 같은 아파트를 어쩔 수 없이 떠난다. 부둥켜 안고 눈물 흘리시며 세상에 나는 것들은 다 저마다의 몫을 가지고 난다는 말씀을 하신다. 오래 살면 당연히 정이 들게 마련이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같다.  집이, 아파트가 느끼고 생각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남편은 자동차를 운전할 때 대화를 한다고 한다. 같은 맥락이리라.
여느 때와 다르게 우리집 청소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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