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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하여 - 여성학자 박혜란 생각모음
박혜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실체가 분명히 보이지도 않으면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정보화시대의 격랑속에서 스스로 추레하게 밀려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남녀노소에게 반드시 읽어볼 것을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
대학 1,2학년 때, 한 두해 늦게 들어온 동급생이나 한 두 학번위 선배들이 어리게 보는 것이 싫어서 농담만은 아니게 '나이가 무슨 벼슬이냐?'고 당돌하게 말하여 조금쯤 나이대접을 받고 싶어했던 그들을 머쓱하게 했던 나 역시 '그래, 나이가 벼슬이다!, 나이는 뭐 그냥 먹는 줄 알어'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는 날이 더 많아졌다.(나이들었다는 증거?)
백화점의 상품들은 비싼 값을 해야하는데, 나이값을 하는 사람은 왜들 싫어할까? 나이가 들었으면 '나이값'을 해야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제 '나이값'이라는 말을 재정의하고 모두 '나이값'을 하면서 사는 것을 삶의 지표로 삼는다면 희망찬 21세기가 당연히 약속될 것 같은데.. (철없는 생각?)
자신의 삶- 정확히 나이듦에 대해 아카시아 잎을 하나씩 떼내듯 긍정과 부정을 반복하거나, 누구나 늙는다는 필연과 나만은 여전하리라는 착각을 무시로 넘나들면서 궁시렁대던 그 어정쩡하기만 한 느낌들을 그렇게 담백하면서도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이 책을 손에 잡으면 때론 맞어, 맞어!를 중얼거리면서, 때로는 눈물날만큼 웃어가면서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이 책은 누구나 겪고 있으면서도 '죽음'만큼이나 낯설게 느껴지는 '현재진행형 나이듦'에 대해 있는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결코 철학서는 아니지만 자신의 삶의 철학 - 이 표현이 거북스럽다면 - 삶의 속도와 빛깔을 다시 비춰보게 해준다. 강요하지 않으면서 진지하게 말이다.
늙어서도 마주보게 될 주변의 가까운 이들과 함께 나눠 읽고 삼사십년 후 삶도 생기있게 보낼 수 있도록 서서히 준비할 일이다. 세월이 쏜살같음은 이미 충분히들 알고 있으니 서두르지 않되 지체하지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