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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리로 아들을 위대하게 키우는 법
마츠나가 노부후미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영어수업시간... -thing로 끝나는 단어의 용법을 배우면서..유명한 팝송제목인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예문으로 쓰시던 선생님께서 밑줄 긋고 something, nothing 을 아래에 적어내려갔다.
3문장을 순서대로 읽어보시던 선생님... 의미심장한 온화한 미소와 함께 something.... something..... 은 nothing보다 훨씬 곤란하다.... 라고 덧붙이셨다. 그리고 그때 그 의미심장한 미소를 다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그 순간이 떠오른 것은 우연은 아닌 것 같다. 내가 살던 세계와 다른 미래에 살게 될 딸과 아들을 함께 키우는 엄마로서 딸을 잘 키우는 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물론 다 받아들이긴 어렵지만.. 적어도 메뉴는 다양하다) 아들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하면 안된다 라는 것은 있어도 이러저러해야한다는 것을 좀 드물다.
솔직히 딸과 아들을 키우는 게 무에 그리 다를까 하는 생각이 출발선이지만, 막상 부딪히면 개성차이인지 성차인지 모르게 아이들은 저마다 제각각이니까... 혼란스러운 순간들이 많기도 하고..
우선 이 책에서 공감하는 부분들은 아들과 딸에 그리 다를 것이 없는 부분들이다. 아이의 "본성"을 알아야한다든가,, 말로만 야단치면 듣지 않는다든가.. 아이를 100% 다 믿지 말라 든가.. 교육관이 중요하고 삶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경험하고 즐길 줄 아는 그런 아이로 키우자 등등
이 책에서는 자꾸 "아들"들에게만 이런 덕목이 의미가 있는 것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탈이지만..사실 어른도 이런 덕목을 갖추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결정적으로 여자의 잘못된 육아법이 문제라고.. 그래서 "남자"가 되어 본 적이 없는 "여자인 엄마"는 아들을 잘못 키울 수 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는 무척 위험하다. 심청이 아빠는 여자가 아니었음에도 심청이를 잘 키웠다. 남자는 완벽하니까 딸 정도 키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까?
엄마들의 양육방식을 나무라기 전에.. 그동안 자녀에 대해 무책임했던 아빠들의 자성이 먼저 이야기되고... 구체적으로 "사내다움"을 "조화로운 가정생활"과 "아이의 미래"에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게 나을 것이다. 아버지상도 남편상도 분명 달라지고 있는데... "사내다움"이란 개념에 도무지 어떤 것들을 담아넣고 있는 것일까...
일류학교를 보내기 위한 부모들의 처절한 바둥거림이 꼭 부모의 학력컴플렉스 탓일까? 물론 자식을 자신의 연장으로 보는 것.. 또는 과도한 기대나 부모주변의 아이들과의 비교를 통한 헛된 자존심 등 아이 외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안쓰러운 생각에 갇혀있는 부모들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개개인의 심리로 한국이나 일본의 "일류병"을 환원하기엔 너무 문제가 크고 복잡하다
글쓴이의 논지는 분명 어느 정도의 일리는 있다. 다만, 번역의 문제인지 원저자의 표현인지 그건 중요하지 않더라도 "고추의 힘"이란 막연한 말로 개인차와 성차를 뒤섞고 .. 사회의 편견을 부추긴다는 것이 무척 위험해보인다. 굳이 번역하자면 "사내다움"이라는 덜 선정적인 표현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