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나는 분명 잘해주고 헌신했는데 상대는 그런 내 헌신을 당연하다 받아들이며 돌려주지 않을 때. 흔히 말해 GIVE & TAKE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말이다. 처음엔 뭐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지, 라며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지만 얼마 가지 못한다. 혹시 내가 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화를 내지 않을까? 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왜 나에게 나만큼 주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들. 혹자는 상대에게 너무 기대를 해서 문제라고 하지만 관계는 평등한 데 어째서 나만 '을'이 되어야 하는 지 도통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연인 관계 뿐만 아니라 친구와 사회 관계 그리고 가족 관계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런 서운함과 속상함을 숨기려고 아등바등하고 이 때문에 상처받고 스트레스 받는 현실. 아마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계속 그럴 테지만 언젠가는 이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아무리 수많은 심리학 책을 읽어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관련 책만 있으면 탐독하게 되는 것.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알려주었으면 하는, 실제로 해결 방법을 알아도 쉽게 하지 못할 자신을 알면서도 구하게 된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도 비슷한 뉘앙스의 책이다. 책 제목에서부터 포스가 느껴졌다.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라고 생각했다. 이 책 또한 나에게 엄청난 반향을 주지는 못했다. 지금껏 나왔던 이야기의 반복처럼 느껴졌고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담백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전달하라(P.37)거나 원망에 앞서 욕구를 전달하려는 노력부터 해보자(P.52)거나 하며 이야기를 하긴 하는 데 그렇니까 그 담백하고 솔직하게 상황을 전달한다는 기준이라던가 욕구 전달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물론 나도 안다. 이런 것 쯤은 대충 읽다보면 알 수 있어! 라는 것을.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는 욕구 전달 방법이나 담백하고 솔직하게 상황 전달을 해보려고 시도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문제는 대체로 실패했다는 거지. 그런 나에게 이 해결방법들은 너무 뜬구름 같았다. 막연하게는 알겠지만 구체적으로는 알 수 없었던.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책은 내 상처입고 스트레스 받은 마음을 박박 긁어준다. 내가 지금껏 알고 있었지만 놓쳤던, 그 누구보다 내 자신을 생각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너는 잘못된 게 아니라며 토닥여주기도 하고, 내가 갖고 있는 결핍과 비교 심리 등에 대해서 살아온 환경이 다른데 왜 같아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의문으로 내가 지금껏 맞다고 생각한 수많은 사실을 파괴해주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맞아, 그렇지. 라며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읽었다. 해결 방법은 아직도 잘 모르겠고, 아마 계속해서 실수하고 아파하며 그 방법을 찾아가겠지만 조금은 더 당당하게 내가 무언가 해보려고 했다가 받은 상처들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은 바로 이것이다.


존재 증명을 위해 명문대 또는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하는 우리나라 청년들을 떠올렸다. 어떤 사람은 존재 증명을 위해 진로를 계획하는 청춘을 '생각 없는 놈'이라고 몰아세우기도 한다.

"가족들에게 잘 보이려고 입사원서를 쓴다니, 너는 꿈도 없니?"

"청춘이 줏대도 없어가지고."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왜 성장의 씨앗을 꼭 자신이 살아온 환경 밖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냐고. 가족에게 자랑스럽고 싶어서,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진로를 계획하는 게 속물스러운가? 세속적인가? 만약 위와 같은 비난에 위축되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선택의 이유가 무엇이든, 선택했다면 자신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라." -P.260


'꿈'이라는 단어에 꼭 '열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정신과가 너무 좋아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싫지 않았고, 잘할 자신이 있었을 뿐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잘하는 일을 해야 지속적으로 '덜 힘들게' 그 일을 해나갈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과 설렘'이라는 판타지를 버려라. 꼭 가슴이 뛰고, 이 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꿈만이 꿈이 아니다. 싫지 않고 본인이 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훌륭한 목표고, 꿈이다. 잊지 말자. 누군가에게는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평생 꿈인지도 모른다. -P.256~257


나의 꿈은 역사 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뒤 나는 취직을 해야겠다. 라는 목표를 세웠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분명 나는 대학원에 가서 역사를 전공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었는 데 말이다. 지금도 나의 꿈은 역사 학자다. 가끔은 대학원에 가지 않은 걸 후회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대학원에 갈 줄 알았는데, 라고 아직도 이야기한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일본 교환학생을 다녀오기 전까지 쭉 역사학자를 꿈꿨고, 내 부모님들도 그 꿈을 지지해줬다. 여전히 가끔 대학원 안 갈래? 라고 물어보시기도 한다. 그것은 내 꿈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나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역사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내 꿈이지만 내 성격 상 앉아서 책을 뒤지고 연구하는 것을 못 견뎌함을 안다. 지금 일이나 연구나 별 차이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의자에 앉아 있더라도 엄연히 다른 법이다.


나는 지금 이 일에 가슴이 뛰고 이 일이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들진 않지만 내 목표를 세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내가 살 수 있는 만큼 돈을 벌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내고, 하루하루를 보람차게 보내고 있으니까. 가끔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잘 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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