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산 형사 베니 시리즈 1
디온 메이어 지음, 송섬별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 세계 19개국 장르문학상을 휩쓴 '디온 메이어'의 작품으로 스웨덴 범죄소설아카데미가 선정한 최우수 범죄 소설상을 수상한 <악마의 산>은 마흔 살이 되도록 경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알콜 중독자 그리설 베니 형사와 콜걸 크리스틴, 사랑하는 아들을 범죄자에게 빼앗기고 복수를 하는 토벨라 세 사람이 하나의 사건에 다양하게 얽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목차는 크게 크리스틴, 베니, 토벨라, 칼라 등 <악마의 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실제론 이들의 이야기가 뒤죽박죽 섞여있다. 크리스틴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토벨라나 베니의 이야기로 휙휙 뒤바뀐다. 각 주인공의 시각대로 하나씩 모아놓았으면 참 보기 편했을 텐데, 싶은 생각도 솔직히 들지만 세 사람의 시각이 연신 바뀌면서 쉽게 책을 놓을 수 없게 몰입도를 높여주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사건에 어떤 식으로 세 사람이 얽혔는 지, 세 사람이 모르고 있던 사실과 진실이 난무하면서 뒤로 갈수록 소름이 끼치고 씁쓸해진다.

그건 아마도 <악마의 산>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책은 콜걸인 크리스틴이 목사에게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장면에서 시작되어 그곳을 빠져나오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각조각 나버린 그녀의 대화가 토벨라와 베니의 시점에서 흘러가는 이야기와 함께 하나의 완벽해진 이야기로 재구성되면서 무엇이 정의이며, 어떤 방법이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을 만들어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종 차별부터 마약, 강간, 소아성범죄 등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빤히 일어나는 사건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경찰의 민영화와 실적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수사 절차가 규제되고 부패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가 되어버린 현실에 대한 회의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고, 사라지지 않는 범죄자들과 경찰들에 의해서 풀려나는 범인들, 그리고 그들을 잡으면서도 놓아줄 수 밖에 없는 경찰들까지. 가난과 다양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기껏해야 600페이지도 되지 않는 책에 나온 모습 외에도 어떤 다른 문제가 있을까?

<악마의 산>은 베니 형사 시리즈의 첫번째라고 한다. 그리고 이미 숀 빈 주연의 3부작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소설의 이 소름끼치는 현실이 어떤 식으로 묘사될런지, 궁금해진다. 얼른 다음 시리즈를 펼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