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 - 아픈 나와 마주보며 왼손으로 쓴 일기
고영주 지음 / 보다북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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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달콤한 인생입니다>는 20년 간 꾸준히 초콜렛을 만들어온 고영주 쇼콜라티에가 오른손 사용이 힘들어지자 왼손을 길들여보겠다는 생각으로 느리지만 천천히 왼손으로 써내려간 일기와 그림들을 묶어낸 책이다. 뒤로 갈수록 정갈해지는 왼손 글씨와 무너져 내린 감정과 정신을 추스리기 위해, 자신에게 오랜 시간 힘을 빌려준 오른손을 재활하기 위해 힘겹지만 끈질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고영주 쇼콜라티에의 수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는 책으로 감히 짐작할 수 없는 그 긴 시간을 간접 경험하면서 생각이 많아진다.


오랜 시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노력을 해 인정받고 힘들지만 즐겁게 살아온 시간들이 한순간 물거품처럼 느껴지게 된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반응하게 될 것인가. 물론 지금까지 오랜 시간 이룩한 것들이 순식간에 사라지진 않겠지만 엄청난 상실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행을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다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오랫동안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을 놓을 수 있는지, 시간이 흘러 괜찮아지더라도 과연 돌아갈 수 있는 것인지, 얼마나 생각이 많을까. 그런데도 고영주 쇼콜라티에는 묵묵히 왼손으로 일기를 쓰기로 한다.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매일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혹시라도 포기할까봐 SNS에 인증을 하고 어기는 경우에는 백만원을 기부하겠노라고 당당히 선언까지 한다.


처음 일기와 마지막 일기를 보면 고영주 쇼콜라티에가 얼마나 꾸준히 일기를 쓰고 왼손을 길들였는지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포기하지 않는 이의 모습에 놀랍기도 하다. 책을 읽다 문득 왼손으로 내 이름 석자를 써보고 얼마나 웃었던지. 문장을 만들고 일기를 완성한 이의 일기를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면서 생각보다 오래 걸렸을 테고 고통스러웠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오히려 문장은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쓰기에 생각하고 덜어내는 과정이 필연적으로 따라와서 그런가. 가끔 내 리뷰를 읽다가 이 문장을 왜 썼더라, 하는 지저분한 부분을 발견하는 과정이 없는 것에 놀라움을 느낀다.


힘들지만 긍정적인 마인드가 돋보이는 일기지만 그 내면에는 앞서 말한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재되어 있다. 고영주 쇼콜라티에는 여전히 심리 상담을 받고 마음을 덜어내기 위한 올레길을 걷기도 한다. 잊지 않고 매일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쇼콜라티에로써 초콜렛 레시피를 적어두기도 한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직업들은 하루만 건너뛰어도 손이 굳는다고 한다. 아마 무척이나 초조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랜 시간 쉬지 않고 오른손이 아닌 왼손으로 자신의 또다른, 그러나 분명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온 삶을 살아가는 고영주 쇼콜라티에는 분명 이전보다 더 멋진 쇼콜라티에로써 수많은 초콜렛을 선보이지 않을까. 길들여진 왼손은 무슨 선물을 가져다 줄까.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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