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ino - 내가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
김수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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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관련된 책들이 꽤 많이 출간되었다. 최근 2년 동안은 코로나19의 영향인지 이전보다 확실히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는 경우가 적어진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꽤 많은 루트가 있는데 그 중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출발해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는 '프랑스의 길(Camino Frances)'가 있다. 이 길은 가톨릭에서 영적인 길로 인정받고 있어 많은 이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맨 처음 순례길로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Camino>는 2019년 4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36일간 이 길을 걸으면서 보고 느낀 감정들을 직접 찍은 사진들과 함께 적어내려간 책으로, 저자는 직접 찍은 사진들로 최근에 성남 시청 2층 공감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책과 예능, 다큐멘터리를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묵묵히 앞을 향해 걸어가는 것.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지만 외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두려움도 있고 긴 시간을 휴가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언제나 바람만이 남아 있었다.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이 좋다는 조언들을 보기는 하지만 실상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힘들 것이라는 게 명확하지만 전자기기와 멀어진 상태로 그저 앞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것.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긴 시간을 걷다 보면 나를 변화시킬 무엇인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직접 그 곳을 걷기 전에 조금 더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어서 책을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찾아본 적이 없다. 일단 너무 양이 많고 정리되지 않으며 핸드폰과 영어 실력만을 믿고 훌쩍 떠나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가끔 책을 보지만 거기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기 위한 준비 사항에 대해서는 크게 적혀 있지 않다. 기껏해야 알베르게에서 지켜야할 수칙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을 뿐이다. 물론 그것도 매우 중요한 사항 중 하나이지만 대체로 무엇을 보고 왔는지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지에 좀 더 초점을 맞춘 여행 에세이가 많아서 저자와 나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계속해서 상기시키곤 한다.


그에 반해서 <Camino>는 어느 정도 순례길 준비 사항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으며 저자의 감정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순례길을 걸으며 수많은 관광지를 설명해준다. 관광지를 가기 위해 들린 것이 아닌 오직 순례길을 걷다 발견한 유적들이지만 저자는 꼼꼼히 사진과 함께 기본적인 설명과 본인의 느낀점을 곁들인다. 그러다보니 내가 직접 저자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아, 이 길을 걷다 보면 이러한 풍경과 유적들을 볼 수 있구나. 좀 더 현실감있게 산티아고 순례길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약 한달간 약 800km의 순례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마다 이유는 다를 테지만 다들 걷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걷기 위해 가는 거지만 단순히 기계적으로 걷기 위해 방문하는 것은 아닐 테다. 놀기 위해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걷기 위해 가는 것도 아니다.


순례길이 순례길이라고 불리우는 요소에는 분명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 번뇌하는 과정도 하나겠지만 순례길에 늘여져 있는 아름다운 풍광과 그 길을 이전에 걸어간 사람들의 증거물들을 되새김질해보는 과정도 있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와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자신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래서 다소 무겁고 쉽사리 발을 떼지 못한다. 특히 나는 내가 기독교인이라고는 이야기하지만 믿음이 엄청 강하거나 종교 활동에 몰입하는 편은 아니여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주는 이미지가 부담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Camino>를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저자의 사진과 글을 보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가볍게 그러나 분명 의미있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냥 여행지 트레킹을 간다는 생각으로 좀 더 가볍게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보는 건 어떨까. 무언가를 생각하고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과 더불어 그곳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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