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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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미 시의 명문가였던 니레 가문의 당주 이이치로의 오칠일에 데릴사위이자 새로운 당주 니레 하루시게를 비롯한 가족들이 모여 법요식을 치른 후 얼마 되지 않아 하루시게의 부인 사와코와 양자이자 몇년 전 사망한 니레 가문의 첫째 아들 니레 이쿠오의 아들 니레 요시오가 비소를 먹고 사망한 채 발견된다. 범인은 그날 법요식에 참석한 인물 중 마지막까지 저택에 남은 가족들 뿐. 경찰은 빠른 대처로 니레 하루시게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처음엔 부정하던 니레 하루시게는 죄를 인정한다.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점이 참작되어 무기징역을 받고 40년 뒤 가까스로 가석방이 된 니레 하루시게는 니레 이이치로의 둘째 딸인 니레 도코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에서 하루시게는 자신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고백하며 함께 있을 적 추리 소설을 탐독했던 니레 도코에게 함께 범인을 추리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며 자신의 추리를 들려주고 니레 도코는 기뻐하며 함께 추리를 시작한다. 과거 서로에 대한 애정이 있었으나 가문의 독재자이자 딸들은 그저 수단으로 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이이치로에 의해 연을 맺지 못한 둘의 관계가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이 과정에서 니레 도코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고백한다. 그러면서 끝내 하루시게와 도코는 범인을 찾아내고 얼마 뒤 동반자살을 한다. 그러나 하루시게의 변호인이자 친구였던 기시가미는 형사과장 마키무라 가즈히로에게 이 동반자살의 의혹을 재기하면서 사건은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기만의 살의>는 사건 발생 당시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하루시게와 도코의 주고 받은 편지 5통 그리고 동반 자살 이후 기시가미와 마키무라의 이야기 총 세 가지 구성을 취한다.


사건의 증거와 증언은 이미 충분히 처음에 공개되어 있다. 추리를 하는데 있어 하루시게와 도코와 같은 상황으로 시작되지만 하루시게와 도코의 주장은 모두 옳다. 하루시게의 추리나 도코의 추리나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진다. 몇 가지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긴 하지만 그 때만큼은 추리하는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특히 하루시게와 도코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토로하듯 쏟아지는 감정은 우리를 휩쓸리게 한다. 여기에서 충격적인 진실 하나가 고백되면서 더욱 더 추리의 내용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그 감정에 휩쓸려 놓친 증거들은 후반부에 가서 진실을 밝히는 수단이 되어 다가온다. 읽다가 놀라 앞을 뒤적이면 이미 스치듯 아니 명확하게 제시한 증거와 증언들이 보인다. 미키 아키코는 독자도 함께 추리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제시하지만 미묘하게 등장인물 간의 감정을 조절하여 읽는 독자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사실상 범인을 추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다만 그 범인이 왜 범죄를 저질렀는가? 이 부분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도대체 어떤 식으로 범인이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후반부에 가서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사건은 이미 철저하게 도코와 하루시게의 편지를 통해 분석된다. 여기에 더 이상 무슨 반전이 남아 있는가? 이는 상당히 의심스럽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복선과 트릭을 숨겨놨고 조금씩 회수하다가 마지막에 터지는 진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니레 저택에서 일어난 사건보다는 하루시게와 도코의 관계 그리고 그들의 죽음 뒤에 살아 숨쉬는 진실이 더욱 흥미롭다. 사건을 추리해나가는 과정보다 사건이 발생하게 된 계기가 되는 동기의 진실. 처음 제목을 보고 의아스러웠던 내용은 중반쯤 가면서 슬슬 드러났다 마지막에 폭주한다. 정말 내용의 모든 것을 담은 제목이라는 점을 새삼 실감했다. 책을 덮고 제목을 보니 묘하게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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