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
오수향 지음 / 페이퍼버드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 것마냥 상처를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기본적인 선을 넘나들며 곤란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내가 A행동을 하고 있는데 다짜고짜 그건 잘못되었으니 B행동을 하라며 강요한다. 내가 A를 하든 B를 하든 그게 도대체 무슨 상관인가? 그 행동이 상대방을 힘들게 한다면 나 또한 바꿔야겠지만 그냥 나의 습관이고,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행동인데도 선을 넘으면서 충고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행해지는 수많은, 충고의 탈을 쓴 말의 칼은 꽤나 크고 오래 가는 상처를 남긴다.


이는 잘 모르는 관계뿐만 아니라 이미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한 사이에서도 제법 많이 발생한다. 직장동료, 친구, 가족 등 관계의 깊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수도없이 상처를 주는 말이 흘러넘친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무뎌졌고 말이 주는 상처에 깊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라서 오래 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상처는 오랫동안 남아 있다. 그 상처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점점 관계가 좁아지고 멀어진다. 아니, 관계가 좁아지고 친했던 사람과 멀어지는 것은 괜찮다. 관계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도대체 그 상처들은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인간 관계는 어떤 식으로 가지고 가야 내가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까. 아프지 않고 인간 관계를 갖고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이 늘어나는 요즘, <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를 만났다.


<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누구에게든 무해한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잊으려 하면 할수록 떠오르는 그때 그 말", "살면서 온기가 필요한 순간은 온다." 그리고 각 장마다 상황별로 정리되어 있고 짧은 호흡으로 끊어 읽을 수 있고 이어지지 않아서 내 상황에 알 맞는 내용을 골라 읽을 수 있다. 각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읽기 전에 상황에 대한 짤막한 묘사를 보여주는 4컷 만화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슴도치 캐릭터가 놓인 상황은 우리들이 언제나 겪는 이야기들이라서 안쓰럽기도 하고, 이 캐릭터는 어떤 식으로 해결해나갈지 궁금해서 계속해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1장이 제일 눈에 들어오는데 '감정 쓰레기통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그게 너의 인생 최대 업적이니?'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특히 '그게 너의 인생 최대 업적이니?'는 내 현재 상황과 맞물려서 엄청 공감하면서 읽었다.


뭐만 하면 과거의 영광에 빠져서 모든 대화를 할 때 과거의 상황을 바탕으로 답변하는 사람이 있다. 쉽게 관계를 끊어낼 수도 없는 관계라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지만 매번 어쩜 모든 걸 다 과거에 맞출까 싶다. 그러다가도 현재의 상황에서 과거의 것을 가져다 쓰기에 돈이나 시간이 너무 많이 들면 그건 과거고 지금은 현재고 이러면서 선을 긋는다. 자존감이 높아보이지만 엄청 낮아서 대꾸할 때도 조심스럽다. 이 때문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고민이 많이 되는 데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한결 쉬워졌다.


물론 모르던 사실이 이 책에 정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관계 등에 대한 에세이 형태의 책을 많이 읽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이 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색다른 내용은 생각보다 없는데 이를 어떤 식으로 풀어내고 설명해주느냐가 강권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작가의 능력에 따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지는 데 <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은 흥미를 이끌면서도 사람을 차분하게 해준다. 이럴 땐 이런 식으로 행동해봐야지, 내 상황과 책이 보여주는 상황을 교차해서 생각해보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SNS나 ZOOM 등으로 만나면서 인간 관계는 더욱 어려워진다. ZOOM 처럼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SNS나 메신저를 통해 얼굴이 아닌 "글"로 관계를 유지해가면 상대의 상태를 알기가 어려워진다. 대화를 하며 긴밀하게 표정을 살피고 사람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던 나의 반응이 지금은 전혀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상대가 상처를 받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이야기가 흘러 가는 경우가 많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건 무척 행복하지만 반대로 외로움도 많아진다. 대화를 해도 대화를 하는 것 같지 않아져서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더욱 이런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기분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까이하면 상처받고 멀어지면 외로운 고슴도치들에게>은 좀 더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