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미네와의 이별 - 반려 햄스터를 통해 본 삶과 노화, 죽음 그리고 애도에 대하여
야스민 슈라이버 지음, 이승희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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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백하자면 나는 책의 제목과 표지만 스치듯 보고 소설인 줄 알았다! 띠지에 죽음과 슬픔을 그린 소설이란 단어도 그랬고. 물론 그 소설을 쓴 야스민 슈라이버 작가의 작품이라는 뜻에 불과했지만. 그래서 처음에 책을 받고 천천히 표지와 들어가는 말을 읽고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주제도 하필이면 죽음이라니. 이 무거운 주제를 책테기인 요즘 읽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는데 자신의 반려 햄스터 헤르미네의 죽음과 결부시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잘 읽혔다.


쉽게 말해 <헤르미네와의 이별>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과학 에세이라고 볼 수 있겠다. 처음에는 헤르미네는 이용당한 것 같단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는데 야스민 슈라이버는 끊임없이 헤르미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헤르미네의 삶과 성격 등 헤르미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그 것은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지는 책에서 도망가려는 독자를 계속 붙잡아준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기 전 생명의 정의부터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솔직히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가볍지 않다. 생물학을 전공한 저자답게 과학적인 설명 또한 빼먹지 않는다. 얼핏 봐서는 어렵기만 한 책이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헤르미네의 이야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헤르미네와의 이별>은 남아 있는 사람의 시각에서의 책이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죽음(이별)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저 누군가의 "죽음"에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 속에서 누군가의 탄생을 지켜보고 또는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마음의 위로가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세하게 서술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현재 살아가는 순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 내가 죽고 난 뒤에도 끊임없이 태어나고 죽어갈 이들을 위해 우리의 삶의 발판이 되는 지구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죽음이란 소재로 이야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 지 <헤르미네와의 이별>을 통해서 모든 생명체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책의 내용은 가볍지 않으며 어려운 편이지만 중간 중간 저자가 직접 그린 다양한 그림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생각보다 가독성도 있다. (내용이 내용인 만큼 가독성과 별개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지만) 저자의 소설인 <마리아나 해구>도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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