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
캐럴라인 냅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면서 인간은 여러 가지에 중독되고 자기 파괴를 멈추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다이어트. 특히 여성들은 강박적으로 다이어트에 집중한다. 1년 365일 다이어트를 입에 달고 살고 조금이라도 많이 먹으면 후회하고 스스로를 괴롭힌다.


건강을 위한 다이어트, 건강을 위한 식이조절까진 괜찮을 테지만 살을 빼야 한다는, 쪄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은 정신적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이는 더 나아가서 거식증 등의 병을 주지만 사회는 여성들에게 마른 것을 강요한다. 티비 속의 여성 연예인들을 보면 아마 실감할 것이다. 그냥 봐도 말랐는데 그들이 조금만 살이 찌면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도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는 가족들도 그 범주에 들어간다. "그렇게 먹으면 살 찐다." "살 조금만 빼면 이쁠 텐데, 저 옷 입을 수 있을 텐데." 등등 모든 가족이 다 사랑에 묶인 것은 아니겠지만,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남들이 보기에 사랑이 넘쳐나는 가족들마저 그런 소리를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게 말해줌으로써 살을 빼게 만들고 마르게 되는 것이 사랑하는 가족으로써 해줘야 하는 행위처럼 말이다.


이처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죄다 살을 빼야 한다고 토로하고 서로를 압박한다. 내가 하나를 더 먹게 될까 두려워 음식을 시키는 데 있어서도 상대의 주문에 집중하고 나 혼자 살이 찌는게 싫어 칼로리가 높은 케이크를 먹을 때 상대가 먹는 양을 가늠하기도 한다. 이 강박증같은 행위는 특히 여성들이 많이 겪는다. 완벽한 여성, 특히 육체적으로 완벽한 여성. 심지어 출산하고 나서도 이 완벽한 육체를 가진 여성에 대해 얼마나 떠들어대는가.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미디어에서도 떠들어댄다.


나도 살을 빼고 싶다. 다만 그렇게 큰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끔 조금만 더 살이 빠지면 좋겠다, 다리에서 살이 조금만 더 빠지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은 무의식적으로 계속 되풀이된다. 그렇다고 굶거나 하지는 않지만-굶고 난 뒤 폭식을 더 무서워하는 편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나는 내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는 그리 큰 강박관념을 갖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나조차도 다이어트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친구들과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디저트를 먹을 때마다 내일은 좀 적게 먹어야겠네, 란 생각을 한다. 그게 당연한 것처럼. 그러나 정말 당연한 일인가? 도대체 왜 나는 오늘 많이 먹는다고 내일 조금 먹어야지, 란 생각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알게 모르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아침마다 올라가는 체중계의 숫자는 생각보다 쉽게 변하지 않고 음식의 양은 줄었다 늘었다하면서 나를 압박한다. 이렇게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들은 수많은 중독을 만들어낸다. 스트레스 받은 것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쇼핑을 하기도 한다. 필요한 것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쇼핑은 또다시 스트레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결국 우리 몸에 병을 만든다.


앞서 말한 거식증은 물론이고 폭식증, 쇼핑중독 등 다양한 형태로 드러난다. 하나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이를 갈망하다보면 서서히 다른 중독들이 생긴다. 이 욕구들은 내가 원하던 걸까?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들을 많이 본다. 자존감을 높이면 이런 병증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아마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자존감이 높다는 것은 내 자신에 대한 애정과 확신이 있다는 것이니 병증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온전히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분명 생각해봐야할 지점이다.


살을 빼는 것으로 예시를 들었지만 사실 이런 스트레스들을 일어나게 만드는 요인은 내 자신보다는 사회적 요인이 더 크다. 살을 빼는 것도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빼는 것으로 저런 병증은 잘 생기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몸이 좋아지는 것 때문에 즐거울 지언정. 물론 반대로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받는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지만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먹는 행위는 결국 그 병증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는 개인 몇몇에게만 나타나는 증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하나씩은 갖게 되는 병증이다. 얼마나 더 심하게 앓고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바뀌고 싶다하더라도 수많은 시선이 그런 나에게 꽂힌다. 티비만 키면 우리는 육체적으로 완벽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 가. 조금만 그 완벽한 여성에서 벗어나면 얼른 바뀌라며 여기저기서 참견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존감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까? 아니 올렸다고 착각하게만 만들 지도 모른다.


인간은 타인의 시선을 결코 온전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캐럴라인 냅의 <욕구들 : 여성들은 왜 원하는가>는 바로 이런 사회적 시선으로부터 여성들이 갖게 되는 욕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에세이다. 살을 빼야 한다는 생각으로 밥을 먹지 않고 결국 거식증을 앓게 된 저자는 자신의 몸을 통해서 "살을 빼고자 하는 욕망" 아니 강박증은 어디서 온 것인지에 대해 사유한다. 스스로 원한 것인지 혹은 타인에 의한 강요였던 것인지 말이다.


저자는 한때 37킬로그램까지 살을 빼고 거식증을 판정받았다.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상처를 점검하고 조금씩 자기 통제력을 가진 여성으로써 성숙해져가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적혀 있다. 솔직히 쉽지 않다. 이는 오랜 세월 세대를 걸쳐 쌓아온 상처다. 내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지 모를 만큼 오래된 상처. 여성을 둘러싼 세계는 너무나도 오랫동안 꽁꽁 묶여 있었다. 그 지점에서 우리는 시작해야 한다. 읽다보면 내 자신은 물론, 내 어머니와 할머니가 생각난다. 그들의 말에 스트레스 받고 갇혀 살았지만 결국 그들도 그렇게 살아왔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이제 더 이상 나를 파괴하지 않고 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내가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하는 지 생각해볼 순간이 온 것 같다. <욕구들 : 여성은 왜 원하는가>는 그 시작을 알리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