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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마이 투마이 - 차노휘 두 번째 소설집
차노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투마이란 2001년 차드의 주라브 사막에서 발견된 영장류의 두개골 화석으로, '투마이'는 그 지역 원주민의 언어로 '삶의 희망'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소설집 대표 제목을 정해야 했을 때 자연스럽게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투마이 투마이'라고 외쳤다고 한다. 그러니까 '투마이 투마이'는 표제작의 제목이 아닌 소설집의 모든 소설을 아우르는 단어인 셈이다. 나는 '투마이'에 대한 설명을 작가의 말에서 읽었을 때 당연히 이 책이 삶의 희망에 대해 노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느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는 이 소설집의 소설이 대체로 음울하고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왜 투마이가 두 번 들어감으로써 강조한 것은 삶의 희망이 아니라 삶의 희망을 소망하는 짙게 깔린 어둠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다 믿어왔던 것들이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일. 선과 악의 경계가 혼미해지고, 이후의 이야기가 끝없이 상상은 되지만 그것이 해피엔딩인지 혹은 배드엔딩인지 알 수 없는 현실같은 이야기가 담긴 책이 바로 <투마이 투마이>였다. 매우 현실적이면서 매우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여서 몰입감있게 읽었지만 남아 있는 찜찜함이 계속해서 맴도는 책이기도 했다.
총 11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는 <투마이 투마이>에서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4번째 이야기 '사발'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 그냥 찜찜함이 마지막에 조형래 비평가의 해설을 읽으면서 진득허니 붙어 있는 역겨움과 고통을 느꼈다. 스치듯 읽다보면 이유를 알 수 없는, 그러나 대충은 짐작할 수 있는 호러 소설처럼 느껴졌다. 그저 읽으면서 넘어갔던 문장 하나하나가 다시 한 번 머릿속에 떠올리고 해설을 읽자마자 나는 다시 '사발'을 읽었다. 지독한 소설같았다. '사발'이 발견된 마을에서 있었던 무당과 무당 딸의 죽음, 그리고 도망친 사람들. 주인공 박현진은 그 때의 기억에서 벗어났으나 벗어나지 못한 삶과 인간 관계를 맺었고 결국 끝은 처참했다. 그러나 이유가 있는 죽음이었다. 한편 '사발'을 발견한 김면수의 죽음은 이유가 없는 죽음이었다. 그래서 찜찜함을 남기는 호러 소설이 되었다. 둘의 죽음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귀신이 나오는 호러 소설이 되었는데, 현실 속에서도 있을 것만 같았다. 이유를 몰랐는데 해설을 읽으면서 그 의미를 알았다.
<투마이 투마이>는 대체로 이런 느낌이었다. 현실 속에서 비현실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마무리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 전혀 마무리가 되지 않은 느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느낌, 도대체 무엇이 이어지고 남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불쾌감이 들었다. 어디선가 벌어질 수도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이다. 그것들을 해설을 통해 다시 한 번 읽으면서 한숨을 토해낼 수 밖에 없는 현실의 이야기라는 점을 다시 되새겼다. 참 경계선에서 읽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야기였다. 그렇지만 사람을 흡입력 있게 이끌어가는 소설, 다른 책들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꽤 들어와서 살았는데 다들 유산을 한다는 거야.
그곳에서만 살면 그렇다는 거지.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면 멀쩡하게 출산도 잘하는데, 거참,
그 마을 곳곳에 돌무덤이 있었다네.
그것은 사산하거나 유산한 아이들의 무덤이라고 하더군.
그 돌무덤을 찍은 적이 있다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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