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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큐어 하는 남자 - 강남순의 철학에세이
강남순 지음 / 한길사 / 2018년 11월
평점 :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시각을 배우고 싶다면
1. 소장가치가 충분한 책. 만약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어도 구매했을 것 같음... 챕터가, 문장이, 단어가 너무 심금을 울려서 무한 밑줄치면서 읽었다.. 책에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건 진짜 넘 오랜만이였음... 외식하러 나가기도 싫었고 이것만 읽고싶었음 이 책에 완전 몰입한 그 순간의 흐름을 깨기가 싫어서.. 리뷰를 쓰려고 밑줄 친 부분만 대충 후루룩 훑어보는데, 다시 한 번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하고있던 이런저런 고민들에 대해, 심적인 해결책을 주면서 위로도 해준다. 그냥 이런 시기에, 이런 책을 만났다는 게 넘 좋다 마치 운명같은 느낌!!! 어떻게 이렇게 나에게 딱 맞는 책이?!?
2. 처음엔 단순히 제목+표지만 보고 음! 매니큐어 하는 남자가 쓴 에세이인가보군! 했는데, 매니큐어 하는 남자 < 는 글쓴이가 아니며 심지어 해당 제목을 가진 부분은 엄청 짧음 한 5페이지 정도? 그냥 강남순님의 이런저런 흘러가는 생각들을 묶어놓은 에세이집인데... 생각해보니 ‘매니큐어 하는 남자’가 전체를 관통하는 제목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3.
이 거대한 문제들 앞에서 한 개인으로서의 나는 종종 심한 무력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바뀔 것이며, 지금보다 나은 세계를 향한 진보는 어떠한 의미로 가능한 것인가. 나는 언제가 되면 참으로 편안하게 이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번에 한 걸음 씩의 삶'을 살아가는 것 뿐임을.
희망이나 절망은 쉽사리 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살아있음의 엄숙한 과제는 값싼 희망이나 성급한 절망이 아니다. 한 개별적 존재로서의 '나'가 해야하는 일은 거창한 희망도, 암흑같은 절망도 아니다. 단지 이 땅에 두 발을 굳건히 딛고서, 자기만큼의 '한 걸음'을 떼는 일일 뿐이다.
아직 2020년은 오지 않았자만 이 부분이 너무 와닿아서 새 다이어리에 필사했다. 페미니즘 소모임을 할 때, 항상 토의의 끝은 ‘그래서 내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 , ‘사실 나 하나 변한다고 세상이 확 바뀌는 건 아닌데...’ , ‘좋은 어른이 되려면 어떤 걸 해야할까?’ 라는 막연한 질문이었다. 그런 질문들 속에서 무기력함과 막막함을 느끼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 그래서 이 문장들이 더 힘이 되었다. 우라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한 번에 한 걸음씩의 삶을 살아가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