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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섬 : 나의 투쟁 4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 지음, 손화수 옮김 / 한길사 / 2019년 10월
평점 :
이렇게 두꺼운 책을 다 읽어본 건 정말 오랜만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도 1화가 가장 재미 없듯이, 유년의 섬도 앞 부분 조금만 참고 읽어보면
어느새 책 속에 빠져들게 된다. 흡입력이 있다. 사실 지금까지 책을 고를 때 얇은 것만 읽고 이렇게 두꺼운 건 괜스레 겁이나서 피했었는데,
유년의 섬을 완독했으니! 이제 웬만한 두꺼운 도서도 읽을 자신이 생긴 것 같다. 칼 오베가 부럽기도 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대해 생각하며 살아가는지, 과거와 비교해서 어떤 점들이 달라지고 성장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것들을 20살이 되고 나서야 조금씩
깨닫고 말할 수 있었다. 조금 진부하지만 고등학생때 까지는 정말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었달까? 내 감정, 내 글에 대해서 집중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20살이 되고나서야 내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칼 오베는 이런 풍요로움을 어릴 때 부터 계속 느껴왔다는
거니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돌아본 시간이 긴 만큼 계속해서 성장해왔다는 거니까... 그런 점이 부러웠다. 분명 유년시절에만 느낄 수
있었던 무언가가 있었을텐데, 나는 그게 기억이 나지도 않는데 칼 오베는 너무도 자세하게 기억해내고 있다는 게, 그래서 지금의 자신과 비교할 수
있다는 게 부럽다.
다만 책의 완성도와 흡입력과는 별개로 분명히 아쉬운 부분은 있었다. 물론 이 책 자체가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치부가 될 수 있는
부분까지' 서술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것 맞지만
굳이 이렇게 ... 특정 독자들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는 부분, 트리거를 유발할 수 있는 부분까지 자세하게 서술했어야했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걸 다 쓴다고 해도 정말 이렇게까지 다 쓸 필요가 있었을까...
유년의 기억들과 그때에만 느낄 수 있던 순수함을 다채로운 단어들로 풀어냈다. 만약 나처럼 두꺼운 책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그 두려움을 깨는 도서로 유년의 섬은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